[증시흑역사30년]⑭ 허위 신기술에 부당이득까지…‘플래닛82’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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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흑역사30년]⑭ 허위 신기술에 부당이득까지…‘플래닛82’ 사건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6.02 15: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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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경제TV 보도화면 캡처
반도체 기술 기반 센서‧전자부품 제조업체였던 플래닛82는 2005년 11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신기술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후 플래닛82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사진=한국경제TV 보도화면 캡처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그해 4월 증권감독원(금융감독원의 전신)은 최초로 상장기업의 내부자거래를 적발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펴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는 자본시장 30년의 역사를 담았다. 금융감독원의 도움과 다방면의 취재를 통해 30년간 적발된 불공정거래 주요사건을 정리한다. 이 연재 시리즈의 목적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일조한다는 데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기업에게 ‘신기술’은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호재다.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덕분이다.

2006년 적발된 ‘플래닛82 사건’은 이 신기술 개발 호재를 악용한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사건이다. 반도체 기술 기반 센서‧전자부품 제조업체였던 플래닛82는 2005년 11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대대적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주 내용은 2003년 산업자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으로부터 50억원에 나노광전소자의 원천기술을 매입,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나노 이미지센서의 상용화칩을 개발했다는 것이었다.

회사에 따르면 이 기술은 기존 이미지센서 성능의 500배에 달하는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향후 디지털 전자, 국방, 의료, 자동차, 산업용 기기, 환경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면 7조원 규모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일본을 제칠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이날 KETI 소속 나노광전소자연구센터장인 김모씨가 직접 플래닛82의 새로운 기술을 소개했다. 누구도 그의 발표 내용을 의심할 수 없었던 셈이다.

◆ 플래닛82‧KEIT 내부자 부당이득 취해

이날 이후 플래닛82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흐름을 보였다. 특히 같은달 13일부터 12월 6일까지 2거래일을 제외하고 1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2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무려 20배 뛰어오른 4만원대로  치솟았을 정도다.

이 가운데 증권거래소는 2006년 3월 회사 임직원 2인과 KETI 소속 직원들이 기자간담회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매매한 혐의를 포착, 금융감독원에 알렸다.

금감원은 즉시 내부자의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플래닛82 대표이사인 윤모씨와 기술을 시연한 김씨가 기자간담회 직전 강원 강릉시 경포대 소재 호텔에서 2박 3일간 합숙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핵심 관계자들이 이 자리에서 나노이미지센서 칩의 영상을 확인하면서 미공개 중요 정보가 생겨났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특히 윤씨는 기자간담회 전후로 직접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본 사실이 적발됐다. 또 플래닛82 공시담당 차장이었던 신모씨는 기자간담회 공시 전 지인의 계좌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매수한 뒤 되팔아 수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게다가 KETI 측 계약체결 담당자였던 양모씨는 기자간담회 전부터 본인 계좌로 주식을 매매하며 1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그는 친구 등 지인에게 미공개정보를 전달해 주식 매매를 부추기면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해당하는 부당이득을 얻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양씨뿐 아니라 KETI직원 상당수가 비슷한 수법으로 이익을 본 정황이 밝혀졌고 금감원은 이들 모두 검찰에 통보‧고발했다.

◆신기술마저 거짓…기자간담회는 ‘쇼’

그런데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플래닛82이 발표한 나노 이미지센서 칩 기술은 완전히 거짓이었다.

기자간담회를 돌이켜보면 회사는 기술을 시연하면서 일부 카메라에만 적외선 차단 필터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뛰어나 보일 수 있도록 속였다. 금감원 조사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보도화면

검찰은 허위 정보를 공시하고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윤씨를 구속기소했다. 그는 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김씨 역시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플래닛82 사건’은 신기술을 허위로 공시해 주가를 조작하고 내부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측면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회사의 발표를 믿었던 투자자들은 윤씨의 구속과 함께 코스닥시장 상장폐지라는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KETI 또한 연구원들이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연루됐다는 불명예를 얻었다. 특히 정부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도덕성‧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을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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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갑 2019-06-03 11:37:17
◆ 플래닛82‧KEIT 내부자 부당이득 취해

KEIT를 KETI로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