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흑역사30년]⑪ 바이오주 열풍 속 ‘조아제약 사건’…
상태바
[증시흑역사30년]⑪ 바이오주 열풍 속 ‘조아제약 사건’…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5.12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목명에 '바이오'만 붙으면 '주가상승' 시절
대표이사가 미공개정보 유출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그해 4월 증권감독원(금융감독원의 전신)은 최초로 상장기업의 내부자거래를 적발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펴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는 자본시장 30년의 역사를 담았다. 금융감독원의 도움과 다방면의 취재를 통해 30년간 적발된 불공정거래 주요사건을 정리한다. 이 연재 시리즈의 목적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일조한다는 데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2000년 초반 IT(정보통신)·벤처주가 이끌던 코스닥 열풍이 사그라들 무렵 새로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떠오른 업종은 ‘바이오’였다.

종목명에 바이오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수십 배까지 치솟곤 했다. 바이오에 이해하기 쉬운 '생명공학'이 붙으면 인기종목으로 급부상했다.  바이오주(株) 관련 불공정거래가 스멀스멀 등장한 시점도 ‘바이오 붐’이 나타난 이때 부터다.

당시 바이오 기업에서는 신약 개발 등 호재성 정보가 자주 만들어졌다. 미공개 정보를 관리해야 할 내부 임직원들은 오히려 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본인뿐 아니라 지인들에게 정보를 전달, 주식매매에 동원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 지인에게 미공개정보 전달…주식 매수 유도

1996년 설립된 약국용의약품·건강식품 생산업체 조아제약은 1999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어 한달 뒤 경상대 김모 교수와 에리스로포이에틴 (Erythropoietin·EPO) 생산을 위한 체세포 복제돼지 개발을 목표 산학협력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EPO는 적혈구 생산을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전세계 시장 규모가 1400억달러에 달하는 만성 빈혈 치료제에 이용된다. 그러나 생산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EPO 생산을 위한 정체 과정 비용이 EPO 1그램당 83만달러로 고가였던 탓이다. 만약 EPO 생산이 가능한 형질 전환 돼지가 태어날 경우 회사에 큰 수익을 갖다줄 수 있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2002년 7월 14일 오후 11시, 마침내 체세포 복제돼지 ‘가돌이’가 태어났다. 세계에서 4번째이자 한국에선 첫 사례였다. EPO 생산이 가능한 형질전환 돼지는 아니었으나 돼지 복제기술만으로도 육종개발, 장기이식 연구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가돌이의 탄생 전후로 수상한 주가 흐름을 포착했다. 2002년 6월 26일 4000원대였던 주가가 출산을 앞둔 7월 11일부터 1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주가는 8월 1일 2만원을 넘어섰고 형질전환 복제돼지 연구센터 설립 등 호재성 공시가 이어지자 같은달 28일 4만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업협회로부터 통보받은 미공개정보 이용이 의심되는 계좌 수십개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02년 7월 11일 오전 열린 복제돼지 출산 대책회의에 참석한 대표이사·관계자 5명 중 일부가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추측됐다.

이후 문답조사를 통해 대표이사 장모씨가 지인 2명에게 복제돼지 관련 정보를 전달해 주식 매수를 부추긴 사실이 드러났다. 기획팀장 조모씨 또한 회사 계열사 전 직원이 주가 급등 사유를 물어보자 무심코 복제돼지 정보를 전달했다. 추가로 미공개정보를 발설한 회사 내부자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수사기관에 혐의가 확실하고 위반 금액이 큰 이들을 통보했다. 장씨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조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 2000년대 중반 줄기세포·제대혈 테마주 열풍

‘조아제약 사건’ 이후 바이오주 인기가 사그라지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바이오 붐을 넘어선 ‘신드롬’때문이었다. 2000년대 중반을 보낸 이들이라면 ‘줄기세포’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2004년 2월 12일 미국 의학잡지인 <사이언스(Science)>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인터넷 속보를 발표했다. 바로 당시 서울대 수의대 교수 황모씨와 서울대 의대 문모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이언스>는 이들이 난치병 세포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2004년 사이언스 10대 연구에 선정된 황씨의 연구. 사진=SBS 보도화면
2004년 2월 서울대 수의대 황모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줄기세포·제대혈 테마주가 강세를 보였다. 해당 연구는 2004년 12월 사이언스 10대 연구에 선정됐다. 사진=SBS 보도화면

황씨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는 등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황씨 후원회가 생길 만큼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시장에서는 줄기세포·제대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2004·2005년에는 ‘줄기세포 테마주’로 불류된 마크로젠, 알앤엘바이오 등을 비롯해 이노셀,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메디포스트 등 ‘제대혈 테마주’들이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이 신드롬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5년 12월 한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황씨의 연구 결과와 관련 논문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 학계뿐 아니라 그의 지지자들까지 큰 허탈감에 빠졌다. 이 여파로 과열 양상을 보였던 바이오주들도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 ‘현재진행형’ 바이오주 불공정거래

문제는 2015년부터 다시 바이오주 열풍이 불어오면서 이와 관련된 불공정거래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3월 발표한 ‘2018년도 불공정거래 심리실적 및 주요 특징’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종목들의 불공정거래 역시 주요 혐의 사건이었다.

특히 최대주주를 비롯한 대표이사 등 회사 관련자가 불공정거래에 개입하는 비중이 높았다. 이들은 주로 신약 개발·바이오산업 진출 등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임상시험 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N사는 개발 중인 의약품에 대해 실현가능성이 낮은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한 뒤 언론사를 통해 과장 보도,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가운데 보유 물량을 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해 논란을 빚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등 미공개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이오주의 특성상 소문에 휘둘리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적어도 투자하려는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사업 특성·상황, 재무 상태 등 정확한 정보를 확인한 후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