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흑역사30년]⑰ ‘태양에너지 테마주’ OCI…임직원부터 오너까지 부당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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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흑역사30년]⑰ ‘태양에너지 테마주’ OCI…임직원부터 오너까지 부당이득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6.23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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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태양에너지 테마주’ 각광
OCI, 폴리실리콘 개발로 주가 10배 상승
임직원부터 오너 일가까지 불공정거래
 2000년대 중반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 속에 '태양에너지' 테마주가 인기를 끌었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테마주 중 하나는 ‘태양에너지’였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당시 경제 성장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반성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0년 1월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최초로 언급된 ‘녹색성장’은 쉽게 말해 환경 친화적인 경제 성장을 의미한다. 이후 2005년 3월 서울에서 열린 ‘UN아시아 태평양 환경과 개발장관 회의’와 ‘다보스포럼’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필요성이 부각됐다. 그중에서도 태양에너지를 중심으로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모아졌다.

이 가운데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 태양에너지 등 대체에너지가 다시 한 번 각광을 받게 됐다. 2007년 한때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100달러에 근접하는 등 2006년 말 대비 50% 넘게 올랐다.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가 급증한데다 수급 불균형, 지정학적 불안, 달러 약세, 투기 자금 등 악재가 겹친 탓이었다. 이로 인해 대체에너지 개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 ‘폴리실리콘’ 호재 딛고 1년 만에 주가 10배 올라

이 시기 한국 주식시장에도 태양에너지 테마가 형성됐다. 이때 태양에너지 테마주를 주도한 종목이 태양전지기판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옛 동양제철화학)였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나 반도체의 주요 원료로 사용되는 규소 화합물로 일반 실리콘과 비교해 내화성, 발수성 등이 뛰어나다. 2007년만 해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는 전 세계에 7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OCI가 같은해 11월 전세계에서 8번째로 폴리실리콘 시제품 생산에 성공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2008년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약 2조원이 넘는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다. 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폴리실리콘 양산에 돌입했다. 큰 호재를 만난 OCI 주가는 강세를 보이며 2007년초 4~5만원대에서 2008년 5월 43만원까지 열 배 가까이 상승했다.

◆ OCI 임직원, 폴리실리콘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해 부당이득

문제는 OCI 내부에서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발단은 한국거래소가 금융감독원에 OCI의 일부 회사 임직원이 자사 주식을 매매해 단기매매차익을 추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알려왔을 때다.

증권거래법에선 주권상장법인 임직원 또는 주요주주가 그 법인의 특정증권을 6개월 이내 매매해 이익이 발생한 경우 법인이 차익에 대해 반환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의 부당이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도였다.

금감원은 먼저 단기매매차익 취득 혐의자의 재직기간·담당업무 등을 확인해 업무의 성격상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거래소가 통보한 내부자 중 1명이 미공개정보 이용해 단기매매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통해 수사기관과 OCI 측에 통보했다.

◆ OCI 감사와 D언론사의 수상한 관계

금감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들이 더 많다고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먼저 미공개정보 생성 시점을 설정하고 그 전후로 OCI 주식으로 매매차익을 본 상위 계좌들을 선별, 매매 특성을 분석했다. 

실제 대규모 판매계약 체결 공시 직전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공시 후 주식을 매도한 계좌들이 11개나 발견됐다. 금감원은 추가 검토를 통해 최종적으로 5개의 계좌에서 혐의점을 확인했다. 이중 4개 계좌는 국내 D언론사와 계열사 소유였다. 즉 이 언론사가 OCI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증권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됐다.

금감원 조사 결과 D언론사가 OCI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증권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됐다. 사진=MBN 보도화면

금감원은 정보유출 경위를 파악하는 데 몰두했다. 먼저 D언론사 소유의 계좌로 OCI의 주식을 매매한 주체를 찾아야 했다. 조사 결과 그 인물은 D언론사 재무담당임원인 이모씨로 드러났는데 그는 D언론사의 재무·투자와 관련한 최종 결정권자이자 사주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다. 특히 이씨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기록에 따르면 이씨가 OCI 상근감사인 김씨에게 미공개정보를 받은 것으로 추측됐다.

이어진 김씨의 신상 조사를 통해서 김씨가 D언론사 사주와 매우 밀접한 친인척 관계(동서 지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OCI의 감사직을 수행하면서 폴리실리콘 양산 정보와 장기공급계약 체결 등의 내부 정보를 알게 됐다. 이를 D언론사 사주 재산관리인 역할을 맡은 이씨에게 전달, 주식투자에 이용토록 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씨와 김씨를 비롯해 D언론사 사주에 대해 불공정거래 위반 혐의로 증선위 의결을 거쳐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검찰은 이씨와 김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분을 내렸다.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 검찰,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

그러나 검찰은 이씨와 김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분을 내렸다. 무혐의 사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김씨가 상근감사로서 업무상 신제품 개발 및 장기공급계약 체결 등의 미공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만 김씨가 매주 열리는 임원회의에 참석하는 등 주요 경영진으로서 폴리실리콘양산 정보를 접했을 가능성이 있어 검찰의 판단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김씨가 이씨에게 정보를 건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한편 OCI의 오너 일가 또한 미공개정보 이용 및 공시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넘겨졌다. 이들은 OCI의 주주이자 주요 임원으로서 폴리실리콘 양산 정보 등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매하고 이 내용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결국 검사를 기소를 통해 1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 및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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