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흑역사30년](최종회)㉕ “수익률 300% 정보 줄게”…네이버밴드 이용한 시세조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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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흑역사30년](최종회)㉕ “수익률 300% 정보 줄게”…네이버밴드 이용한 시세조종 사건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8.25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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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그해 4월 증권감독원(금융감독원의 전신)은 최초로 상장기업의 내부자거래를 적발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펴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는 자본시장 30년의 역사를 담았다. 금융감독원의 도움과 다방면의 취재를 통해 30년간 적발된 불공정거래 주요사건을 정리한다. 이 연재 시리즈의 목적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일조한다는 데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2010년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증권매매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투자자들은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보다 시간‧공간 제약이 없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더욱 활발하게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주식 관련 정보의 확산 속도도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문제는 이같은 발전된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투자자간 정보 공유의 핵심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SNS를 이용한 신종 불공정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SNS 이용자들은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플랫폼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20대의 경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자주 이용하고 30대 이상 세대는 네이버밴드‧카카오스토리를 쓴다. 이중 중장년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SNS 플랫폼을 통해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 SNS 이용한 불공정거래 사건 늘어나

실제 2014년 코스닥상장사 교육업체 에듀컴퍼니가 엔터테인먼트업체 판타지오(당시 코넥스상장사)를 흡수합병을 추진하던 중 네이버밴드를 이용한 주가조작 사건이 있었다.

평소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주부 권모씨는 같은해 5월 지인 최모씨로부터 우연히 두 업체의 합병 준비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이 미공개정보는 당시 판타지오 부사장이었던 조모씨로부터 최씨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이후 권씨는 인터넷주식 카페 회원들이 투자상담을 받는 카카오톡 메신저 단체채팅방에 접속, 본인의 투자 수익률을 자랑하면서 “300%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정보가 있으니 알고 싶은 사람은 메시지를 보내라”고 회원들을 유인했다. 수십명의 회원들은 그가 운영하는 단체채팅방으로 모여 들었다.

권씨는 단체채팅방에서 ‘에듀컴퍼니가 코넥스상장사 중 실적이 좋고 엔터업종인 회사와 합병한다’는 정보를 퍼뜨렸다. 판타지오가 합병 대상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알린 셈이다. 

◆ 회원통제 가능한 네이버밴드 이용해 주가조작

그런데 머지않아 이 정보는 증권 관련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갔다. 그가 보안을 유지하게 선택한 방법이 네이버밴드 채팅방이었다. 네이버밴드는 강제 퇴장 기능이 있어 회원들을 통제할 수 있었다. 또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더라도 채팅방을 삭제하면 모든 흔적을 없앨 수도 있었다.

권씨는 본인에게 매매잔고를 보여준 회원이나 신원이 확실한 회원들만 네이버밴드 채팅방으로 초대, 합병 관련 정보와 매매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회원 수는 50명이 넘을 정도였다.

실제 네이버밴드 채팅방 회원들이 2014년 5월 16일 권씨의 추천대로 에듀컴퍼니 주식을 매수하자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회원들로서는 채팅방 내에서 공유되는 매매 관련 정보에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권씨는 회사 내부정보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회원들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따르도록 했다. 예를 들어 주가가 하락하거나 지지부진할 때 그가 네이버밴드 채팅방에 ‘11111’이라고 치면 회원들은 시장가 혹은 고가로 1주~10주 이하 단위의 소량 주문을 짧은 시간 내에 여러번 제출했다. 그러면 마치 매수세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즉 회원들을 시세조종에 동원한 것이다.

2010년대 초반 중장년층까지 네이버밴드 사용자가 많아지자, 개인투자자들을 주가조작에 끌어들이기 위해 네이버밴드에 단체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2010년대 초반 중장년층까지 네이버밴드 사용자가 많아지자, 개인투자자들을 주가조작에 끌어들이기 위해 네이버밴드에 단체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실패로 끝난 2차 시세조종…회원 불만 커져

1차 시세조종은 2014년 5월부터 7월까지 이뤄졌고 이 기간 권씨와 회원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권씨에게 합병정보를 전달했던 지인 최씨는 권씨의 네이버밴드 채팅방 회원들을 이용해 친형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판타지오 주가를 끌어올리기로 결심했다.

최씨는 2014년 9월 권씨에게 ‘에듀컴퍼니와 판타지오가 합병한 후 합병사의 1대 주주 지분을 중국 투자자에게 매각할 것’이라는 명백한 허위정보를 전달했다. 그간 최씨의 정보로 재미를 본 권씨와 회원들은 이 정보를 믿고 같은달부터 3개월간 2차 시세조종을 실행했다.

그러나 허위정보를 바탕으로 한 2차 시세조종은 실패로 끝났다. 권씨의 지시에 따라 회원들이 움직였으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합병으로 인한 호재가 반영된 상황에서 허위정보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없었다.

손해를 보게 된 권씨의 네이버밴드 채팅방 회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권씨는 ‘세력(최씨)가 1800원대에 매수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거나 ‘회사가 합병 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가를 조정하고 있다’는 등 회원 달래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끝내 2차 시세조종에 가담한 회원 대부분 큰 손실을 보고 말았다.

이 사건은 회원 중 한명이 금융당국에 권씨의 네이버밴드 채팅방을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만약 제보자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금융당국은 적발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권씨는 조사를 받고 구약식으로 기소돼 1000만원의 벌금과 3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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