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③: 공교육 강화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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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③: 공교육 강화가 필요한 이유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5.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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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민족 역사 이래 최초로 민주공화제를 채택한 100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 ‘대한민국임시헌장’은 모두 10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형태 및 권력구조와 관련한 제1조 및 제2조에 뒤이어 제3조부터 제6조까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인민이 누리는 지위를 명확히 했다. 제3조는 대한민국의 인민이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임을, 제4조는 신교·언론·저작·출판·결사·집회·서신·주소·이전·신체 및 소유의 자를 향유함을, 제5조는 공민자격이 있는 자에게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있음을 선언했다. 한편, 제6조는 대한민국 인민이 교육·납세 및 병역의 의무가 있음을 밝힘으로써 인민의 평등·자유·참정의 권리는 기본의무와 함께하는 공화적 성격을 가짐을 확인하고 있다.

민주공화국 인민이 향유하는 평등·자유·참정의 권리는 인류의 인권사에 따를 때 보통 ‘제1세대 인권’으로 분류된다. 만인평등·차별금지, 인신의 자유, 표현 및 종교 및 재산소유의 자유, 그리고 이런 기본적 평등과 자유를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민주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정치적 참여권은 봉건적 신분제로부터 해방된 근대적 인민이 누려야할 가장 기본적 인권으로 간주됐다.
 
자아와 양심을 가진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자존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본적 인권은 국가라는 공동체를 꾸리고 그 안전이 보장되는 속에서 스스로 그 공동체의 운영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과하게 된다. 병역 및 납세의 의무가 권리와 함께하는 것은 그래서 민주공화제에서 필수적이다.

임시헌장 "교육은 국민의 의무"...국가, 민주시민 소양 갖출 기회 제공해야

임시헌장에서 특기할 것은 교육 또한 기본의무로 선언되고 있는 점이다. 인민이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충분히 갖추지 않는다면 평등·자유·참정의 권리가 효과적으로 행사되지 않을뿐더러 병역과 납세의 기본의무 또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의 기본소양인 동료인민에 대한 존중과 배려, 동료애 혹은 박애의 정신(fraternity)이 없다면 시나브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물건 다루듯이 하거나 소수자들을 차별하게 될 것이다.

민주공화제에서 교육은 권리이면서 의무다. 동료인민에 대한 배려와 ㅈ중. 박해정신은 국가가 교육의 의무로 규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공화제에서 교육은 국민의 권리이면서 의무다. 국가가 국민의 균등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실질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공(公)과 사(私)를 제대로 구별해내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이 부족하게 될 때 가짜뉴스나 혐오표현의 문제점을 분별하지 못하거나 거리낌없이 저지를 수도 있고 그런 자질을 가진 공직에 부적합한 사람을 지연·학연 등 전혀 합리성이 없는 기준으로 대표를 뽑거나 잘못된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율성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개인이 스스로의 능력과 소양을 개발해야 할 교육의 자유를 가지는 것에 더하여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소양을 기를 교육에 참여해야 할 의무가 인민에게 부과되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교육의 특성 때문에 교육을 의무로 한다는 것은 모든 인민이 교육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인민들이 균등한 조건 속에서 스스로의 자존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제도를 충실히 갖출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교육의 의무는 곧 균등한 교육을 받을 인민의 권리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다.

균등교육권, 제도적 바탕 마련에도 '실질적 보장'에 크게 못미쳐 

1948년 제헌헌법은 이와 같은 임시헌장의 기본정신을 계승해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는 원칙을 채택했다(제헌헌법 제16조). 현행 헌법 또한 헌법 제31조에서 모든 국민에게 균등교육권과 함께 무상의무교육을 받게 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는 한편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할 의무와 교육제도를 정비할 책무를 부과하고 있다.

균등교육권에 입각한 민주공화제의 이상은 21세기 대한민국에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가? 헌법상 의무교육대상인 초등교육 이상의 중학교 무상의무교육은 2004년 실현됐다. 최근 교육부는 당·정·청 협의를 통해 애초 2020학년도부터 도입하려던 고교 무상교육을 앞당겨 올 2학기 고3학생부터 적용해 2021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JTBC가 방영해 사회에 경종을 울린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중고교 단계의 공교육이 부실한 상황에서 부유층이 자녀의 일류대학 진학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고발했다. 사진= 연합
JTBC가 방영해 사회에 경종을 울린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중고교 단계의 공교육이 부실한 상황에서 부유층이 자녀의 일류대학 진학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고발했다. 사진= 연합

재원조달방안을 확정하고 관련 국회입법이 필요하지만 고교무상의무교육의 실시는 이제 시기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써 균등교육권 실현에 도움이 될 기초제도는 충분히 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제도의 보강은 균등교육권의 필수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이 못 된다는 게 문제다. 사교육시장의 비대화와 고등교육의 불균형은 공교육의 하드웨어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인 교육의 질과 효과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사고 존속 문제나 대학입시 공정성을 둘러싼 끊임없는 사회갈등이 그 상징적 징표다.

한편 사회진출의 결정적 계기가 되는 고등교육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가 지속됨으로써 교육불균형에 의한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GDP대비 학생1인당 공교육비와 연간공교육비 비율은 대체로 OECD평균을 상회한다.

소득계층별로 사교육비 격차가 최대 6.4배까지 벌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소득계층별로 사교육비 격차가 최대 6.4배까지 벌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공교육비 중 정부부담은 채 40%에 미치지 못해 상당부분이 민간재원에 부담시키고 있어 균등교육권의 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나아가 국민1인당 GDP 대비 학생1인당 연간 공교육비 가운데 대학 등 고등교육의 경우 2014년 통계값 기준으로 OECD 평균인 40%에 비해 28%에 불과하다. 이는 중등교육의 경우 OECD평균 25%를 훨씬 상회하는 31%인 것과 대조적이다. 

고등교육에 공적지원 강화해야...`균형 발전`을 위한 투자

결과적으로는 무상의무교육제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에서의 사교육비 부담은 지속되고 있어 실질적 균등교육권의 보장에 미흡하다. 더구나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원에 소홀히 한 결과 학벌이 지연과 더불어 과다대표되는 사회문화에서 오히려 고등교육격차에 따른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고등교육을 사치품으로 여기고 개인책임을 기본으로 하는 정책이 사립대학에 고등교육의 약 80%를 담당시킨 결과다.

대학입시에만 목메는 교육제도와 교육문화에서 무상의무교육은 확대되지만 더불어 높은 사교육부담은 지속되고, 사회균형발전의 기초가 되는 고등교육에서는 경제적 능력에 따른 차별이 구조화되는 현실은 임시헌장 100년을 맞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교육을 인민의 의무로 삼아 균등교육권을 통해 평등·자유·참정의 민주공화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선열의 각오를 되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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