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⑧: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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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⑧: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보장해야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7.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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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제의 핵심요소인 '선거권', '청소년'에겐 제한돼
선거연령 하향 '세계적 추세'...우리도 보통민주주의 완성시켜야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임시헌장’에서 채택한 민주공화제가 인민의 평등·자유와 함께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것은 정치적 권리인 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보장이다. 임시헌장 제5조는 대한민국의 인민으로 “공민자격이 있는 자”에게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있음을 확인했다.

인민(人民, people)과 공민(公民, citizen), 인간(人間, human being)과 공민 혹은 시민(市民, citizen), 혹은 이들 개념들과 국민(國民, nation)이나 민족(民族, nation)의 개념은 다소 복잡한 국가론이나 정치철학적 논쟁거리다. 이들 개념에 대한 논의는 이후 따로 살피기로 하고 지면이 제한된 이 자리에서는 임시헌장에서 사용하는 인민과 공민의 개념에 한정해 논의하기로 한다.

'인민'과 '공민'을 구분하는 임시헌장

임시헌장은 민주공화제로 구성되는 국가공동체인 대한민국의 헌법이고, 이 헌법에서 대한민국의 구성원을 인민이라고 부르며, 인민 가운데 특히 공민자격을 가진 사람에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하는 체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체제에서 인민이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을 일컫는 용어라면 공민은 국가의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법적 자격을 가지는 인민을 말한다. 따라서 공민이란 공민자격, 즉, 참정권을 가지는 인민을 말하는 동어반복(tautology)의 개념이다.

인민과 공민의 통합개념으로 '국민' 사용하는 현행 헌법

현행 헌법은 인민이나 공민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국민이라는 용어만을 쓴다. 국민은 공동체구성원인 인민의 의미와 정치참여자격을 가지는 공민의 의미가 모두 포함된 이중적 개념인 것이다(사실 국민은 제1조에서 선언하듯 국가의 최고권력인 주권을 가지는 주체라는 의미에서 또 다른 차원의 집합적 개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념적 통일체인 정치체(body politic)로서의 국민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후 별도로 다루도록 한다).

따라서 국민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맥락과 배경에 따라 그 헌법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정치과정과 관련될 때 국민은 임시헌장의 공민으로 대체될 수 있고, 그 외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의 맥락에서 사용될 때 국민은 임시헌장의 인민과 대체될 수 있다.

1948년 제헌헌법 이래 현행 헌법까지 기본적 인권을 누리는 주체를 국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임시헌장이 이를 인민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기본적 인권의 주체로서의 국민은 인민에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임시헌장이 공민자격을 조건으로 보장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주체도 제헌헌법 이래 국민으로 표현되고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자유를 보장하는 법률조항과는 달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는 조건이 명시되어 국민에게 부여된다는 점에서 서술방식에 차이가 있다.

헌법학계에서는 이러한 차이-전문적으로는 법률에 근거를 두고 정하여야 할 사항이라는 의미에서 '법률유보'(法律留保)라고 부른다-를 임시헌장의 ‘공민자격’에 대응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한다.

민주공화제 공민에게 필수적인 '선거권'

민주공화제에서 그 구성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불법적으로 병합된 이래 민족자결정신으로 뭉친 3.1운동의 정신에 터잡아 대한민국이 성립됐다.

‘제국’(帝國)에서 ‘민국’(民國)으로 전환된 본질을 의미하는 민주공화제는 평등·자유에 더하여 참정권을 가진 인민이 스스로 정치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국가가 운영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이 자결(自決, self-determination)의 정신을 구현하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그 어떤 권리보다 평등의 원칙을 관철한다.

인민의 정치적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면 제3조에서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는 선언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된다. 법 원칙상 평등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평등은 어떤 조건이나 결과에서건 일체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 속에서 합리적 이유를 가지는 경우 차별을 허용하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건과 합리적 이유에 따른 차별대우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공화적 정치과정에 따른 입법에 맡겨져야 하고, 이 입법적 정치과정의 구성과 운영에서만은 차별대우 그 자체가 곧바로 평등원칙의 위반을 구성하게 된다.

제한민주주의에서 '보통민주주의'로의 발전

이처럼 가장 강력한 평등의 원칙이 정치과정에서 특히 요청된다는 원칙이 보통선거원칙(universal or common suffrage) 혹은 보통민주주의 원칙이다.

18세기 근대시민혁명이 국민주권주의를 보편원칙으로 수용하였지만 그 실현방식은 ‘제한’민주주의를 통해서였다. 즉 공동체의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시민으로서 교양이나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재정에 대한 납세기여를 기준으로, 무엇보다 남녀의 성별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의 범위를 제한했다.

시민혁명이후 19세기를 거쳐 20세기 초반까지의 인류사는 노동자나 농어민에게도 선거권을 인정하고 결국 여성에도 선거권을 확대해 가는 과정이었다. 근대시민혁명 이후의 민주화, 즉 제한민주주의에서 보통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제2차 민주화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 민주화는 21세기인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연령은 보통선거권의 한계를 설정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남았다. 사실 보통민주주의 원칙에서도 유일하게 공민자격을 박탈하는 인민들이 바로 청소년인 셈이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운동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보통민주화는 아직도 미완성인 셈이다.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높던 시기에 치러진 지난 2017년5월 대통령선거.에청소년들 5만명이 참여 '대통령선거 모의투표'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높던 시기에 치러진 지난 2017년5월 대통령선거.에청소년들 5만명이 참여 '대통령선거 모의투표'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선거연령 낮추기'는 민주화 완성의 보편적 과제

20세기 초반 21세로 수렴되던 선거연령은 1970년대에 이르러 18세가 대세가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 또다시 선거연령개혁운동이 전개되면서 16세가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브라질, 미국이나 독일의 일부 주나 영국 스코틀랜드의 일부 선거에서 16세부터 선거권이나 국민투표권이 부여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말레이시아 하원이 연방헌법을 개정하여 연방의회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21세에서 18세로 바꾸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19세를 고집하고 있어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국가들 가운데 선거연령을 높이 규정한 소수의 나라에 속하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선거연령을 19세로 정한 선거법 규정은 국회의 입법형성재량의 범위 안에 이루어진 것으로 합헌이라고 확인하였다(2012헌마174결정). 다만 이 결정에서 9명 중 3인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개진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병역의무의 부과나 근로권의 보장 등 여러 정황상 18세부터 19세의 사람에게 정치적 판단능력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보다 더 높게 선거권 연령을 정하였다면 입법형성재량을 남용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2018년 문재인 개헌안이 이러한 취지에서 18세를 기본적인 선거권 보장연령으로 명문화하려고 시도한 바 있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유산되고 말았다.

사실 선거권 등 참정권을 가지지 못하는 인민은 국민의 자격을 가지더라도 국민으로서의 온전한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오로지 보호와 훈육의 대상일 뿐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을 보호와 지배의 대상으로만 이해하고 참정권을 박탈하던 편견이 겹쳐 보이는 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의 몽상에 불과할까? 청소년을 비(非)국민으로 전락시킨 현실에서 공민자격을 가진 19세 이상의 국민들은 공공선을 기준으로 정치적 판단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선거권을 행사하고 있는지 한번쯤 자문해 볼 일이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공법학회·한국헌법학회 부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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