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⑪: 공화제의 이상과 검찰개혁의 과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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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⑪: 공화제의 이상과 검찰개혁의 과제(1)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9.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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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제는 권력분립에 따른 법치 실현을 추구
비대해진 권력 '검찰', 민주적 책임성 강화· 분권화 통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형사사법만능· 과잉법치에 기초한 법제도·법문화 개혁도..."거시적 관점 있어야"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임시헌장’은 열 개조의 짧은 헌법이다. 권력구조에서는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의 설치근거를 두는 데 그치고 있다.

다만 제2조에서 국정결정기관은 임시의정원이고 임시정부는 그 집행기관임을 밝히고 있다. 

제10조에서 국토회복 후 최우선과제로 국회 소집을 명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민주공화제의 핵심원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②: 국회 육탄저지, 민주공화제의 교란자들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812 참조).

오늘은 법치주의의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공화제의 권력구조 구성원리인 권력분립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현안인 검찰개혁에 적용해 보고자 한다.

법치주의의 전제인 권력분립과 공화제의 이상

법치주의는 국민대표기관인 의회가 국정과제를 법률의 형식으로 결정하고 그에 따라 국가권력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리이다. 법치주의에 따라 민주공화제는 국가권력을 법이라는 인류문명의 상징적 체계에 의해 통제함으로써 그 기본가치인 비예속의 자유와 사회적 평등을 실현한다.

그런데 법치주의도 전제가 있다. 바로 국가권력의 분립이다. 아무리 법에 의해 통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권력의 분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치주의는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법을 제정하는 기관과 집행하는 기관을 분리해야만 자의적인 권력전횡을 막을 수 있다. 입법기관과 집행기관이 동일하다면 법을 잘못 만들더라도 집행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법에 따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더라도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없게 된다.

따라서 법은 장식으로 전락하고 결국은 통합된 국가권력이 제 입맛에 맞는 대로 자의적으로 통치하는 것이어서 군주제와 같은 인치(人治)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처럼 권력의 분립을 통한 독재의 예방은 집행권을 일차적으로 법을 인민에게 시행하는 행정권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분쟁을 중립적 지위에서 법의 해석 및 적용을 통해 해결하는 사법권으로 구분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었다.

법을 만드는 기관과 이를 일차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을 분리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의 해결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법의 의미를 확정해내는 기관을 또다시 분리하는 과정을 통해 자의적이고 예견가능성이 없는 권력의 행사를 구조적으로 예방하려는 것이다.

결국 법치란 곧 입법권과 행정권 및 사법권의 구별을 전제하는 다단계 연쇄과정에 의해 동태적으로 작용하는 법의 지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권력분립의 원리는 공화제가 민주제, 군주제, 귀족제와 같은 다양한 정치체제들의 주요요소를 선별적으로 결합한 혼합정(mixed government)을 선호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특정 사회적 기반을 가진 정치세력이 압도적으로 득세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분리시켜서 이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비예속적 자유와 사회적 평등을 기본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비대해진 검찰권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연합뉴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비대해진 검찰권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연합뉴스

검찰개혁의 지침인 공화제의 이상과 한국 검찰의 현실

최근 조국 법무장관의 임명을 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현안이 되고 있다. 사실 지난 촛불혁명의 시기로 우리의 시공간을 되돌려본다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과제의 핵심이 검찰개혁이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이견은 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하는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공화제의 기본원리를 환기한다면 검찰개혁의 원론적 방향성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집중된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으므로 분권화하여야 한다. 권력분립은 거시적 국가권력 뿐만 아니라 미시적 권력관계에서의 분권화도 요구한다. 한마디로 검찰개혁은 민주공화국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검찰을 민주화하고 분권화하여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하는 과제인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라 할만큼 검찰에 의해 국가생활 전반이 좌우되어 온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검찰권은 과도하게 비대하고 중앙집중화되어 있다. 막강한 검찰권이 정치화되어 정치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비대화되고 정치화한 검찰권의 오남용이 검찰의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부정부패와 인권침해가 근절되지 못하게 막는 역설이 현실인 것이다.

이 모든 검찰의 비대화·집중화·비민주화의 배경은 국민생활 전반의 분쟁을 과도하게 형사사법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과잉법치’의 현실과 도그마가 자리하고 있다.(형벌만능주의:사법불신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69 참조 )

검찰은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포함하여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및 공소유지권을 독점하고 있다. 감독권을 가진 상급기관인 법무부마저 장관을 검사출신으로 하고 주요직무를 검사에게 맡기는 관행과 제도를 구축하여 국가법무를 검찰이 장악한 형국이었다.

이 막강조직을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일체화하고 법무부장관-민정수석-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정치화의 구조를 구축하여 국정전반에 검찰이 관여하는 적폐의 한 축을 만들었던 것이다.

검찰개혁의 방향: 분권화와 민주적 책임성의 강화

이 점에서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한 것은 과도기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관철되어야 할 민주공화적 과제이다. 국가법무의 일부에 불과한 검찰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효율성과 정치적 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비대해지고 집중화된 검찰권은 철저히 분권화하고 민주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집중된 권력은 그 자체로 부패할 수밖에 없고 권력분립의 정신에 따라 분권되어야 한다.

직접 수사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수사기관에 대한 법치적 통제에 집중하는 한편 기소와 공소유지 중심의 검찰권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거품을 제거하고 준사법기관의 본질에 충실한 검찰권의 조직내외부의 민주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세세한 제도개혁이 필요하다.(세부 개혁과제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검찰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가 어느 정권때보다도 강한 국면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검찰 개혁를 위한 칼을 뽑아들었다. 사진= 연합뉴스
검찰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가 어느 정권때보다도 강한 국면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검찰 개혁를 위한 칼을 뽑아들었다. 사진= 연합뉴스

사족: 공화제적 절제와 참여의 미덕을 되새기자

노파심에 따른 사족 두 가지. 이러한 검찰개혁의 과제는 검찰권만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환기할 필요가 있다.

형사사법만능의 과잉법치도그마에 기초한 법제도와 법문화의 개혁이라는 거시적 과제가 배경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직접 수사권을 담당할 경찰권 또한 분권화와 민주적 책임성의 원칙에 따라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공화제의 이상에 따라 적재적소로 분권화된 법집행기관의 전면적 위상정립이 검찰개혁의 큰 그림이다.

이 과제가 하루 아침에 한 정권에서 이루어질 수 없음은 자명하다. 급하더라도 한 뼘의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과제가 선구자의 돌격만으로 달성될 수 없음도 물론이다. 국민과 함께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를 배경으로 가야만 그나마 성공할 수 있다. 민주공화제가 추구하는 절제와 참여의 미덕이 도움이 될 것이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공법학회·한국헌법학회 부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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