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⑫: 공화제의 이상과 검찰개혁의 과제(2)
상태바
[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⑫: 공화제의 이상과 검찰개혁의 과제(2)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9.29 08:2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잉금지원칙, 필요한 범위만큼만 국가권력 행사되어야 한다"
"국민 공분 유도하려 수사내용 흘리기...국민들, 오히려 검찰권 과잉에 자각"
"검찰개혁, 검찰권을 공화제의 법치주의 정신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위 조국사태가 거의 두 달에 걸쳐 우리 사회의 공론을 빨아들이고 있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 사태를 제대로 관찰하는 관점 또한 민주공화제의 이상이 제공해 줄 수 있다.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유용하다. 법치주의에 기초한 과잉금지원칙과 권력분립에 기초한 정치와 법치의 균형관계이다.

이번 글에서는 과잉금지원칙에 집중하고 다음 호에서 정치와 법치의 균형관계에 입각해서 검찰개혁의 과제를 살펴보도록 한다.

공화제의 필수원리인 법치주의와 그 파생원칙인 과잉금지원칙

권력의 과잉이나 독재는 공화제가 가장 금기시하는 위험이다.

공화제의 필수원리인 법치주의는 국가가 개인의 자율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할 수 없도록 국가권력의 발동은 헌법과 법률이라는 규범적 근거에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자의적 오남용 등 권력의 과잉을 통제한다.

이 법치주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권력이 준수해야 할 파생원칙이 바로 비례원칙 혹은 과잉금지원칙이다. 이 원칙은 국가권력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필요한 범위만큼만 법이 정한 엄정한 절차에 따라서 행사되어야만 한다는 법치주의적 명령이다.

비유하자면 추수할 곡식에 손실을 초래하는 참새를 퇴치하기 위해 대포를 쏘아 참새는 물론 추수밭까지 쑥대밭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상식적 원칙이다.

수사의 경우에도 이 원칙이 당연히 요청된다. 수사의 필요성이 충분해야 하고, 수사범위와 방법은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와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수사의 목적과 인권 등 법익침해 사이에 충분한 균형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지 아니하는 과잉수사의 경우 설령 범죄사실이 소명되더라도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제12조).

28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렸다. 서초경찰서~서초역~교대역 일대 등 총 1.6㎞를 가득 메운 150만명(주최측 추산)의 집회 참가자들은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윤석열 물러나라", "문재인 사랑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진= 연합뉴스
28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렸다. 서초경찰서~서초역~교대역 일대 등 총 1.6㎞를 가득 메운 150만명(주최측 추산)의 집회 참가자들은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윤석열 물러나라", "문재인 사랑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진= 연합뉴스

조국일가 수사와 검찰권 과잉행사 우려

검찰이 특정인의 법무장관 지명과 임명 그리고 퇴진에 영향을 주기 위해 독점하고 있는 법집행권을 최대한 행사하고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라는 적정한 법집행권의 행사라기보다는 특정장관의 진퇴를 두고 수사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먼지털이식 수사와 별건수사나 무분별한 피의사실공표를 통한 여론재판의 구태가 검찰권의 정당성을 바닥부터 흔들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검찰권의 과잉행사에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사의 필요성, 수사의 적정성, 법익균형성에 모두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에 따른 적법한 수사라는 검찰의 항변은 확증편향을 가진 조직원이나 지지자들을 끌어낼 순 있어도 객관적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은 수사의 타이밍과 방법이다. 청문회 시기에 맞물린 전격적인 수사개시, 피의자 소환도 없는 기소, 대통령 방미와 때를 맞춘 법무장관 자택 압수수색은 물론 모든 가족을 상대로 검찰특수부의 오랜 노하우를 총동원한 전방위 수사, 그리고 국민의 공분을 유도하기 위해 치밀하게 조율된 것으로 보이는 수사내용 흘리기에 국민들이 스스로 검찰권의 과잉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한 듯하다.

장관인사와 연계된 수사의 문제점

의혹이 있으니 수사는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는 주장이 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은 적폐청산의 좌우명이 아니냐는 항변이 뒤따른다. 일리는 있으되 최소한 이번 사태에 관해서는 아직 충분한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하다.

굳이 예를 들것도 없이 검찰 특수부에 쌓여 있는 고소 고발사건은 물론 검사가 검찰내부의 권력남용으로 내부고발한 사건과 같이 범죄관련 의혹은 도처에 늘려있고 심지어 패스트트랙 사건처럼 언론보도를 통해 상당수 국민들이 목도한 범죄사실도 적지 않다.

어떤 사건을 먼저, 어느 정도로 수사할 것인지는 검찰의 재량이다. 합리적 의심의 범위 내에서 수사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적법절차에 어긋나는 별건수사나 피의사실유포에 의한 망신주기로 장관사임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덤빈다면 피의사실이 나중에 확인되는 경우에도 검찰권 남용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론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권력을 이용한 범죄혐의가 있었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공직취임 전에 전문직의 지위를 오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적절한 스펙쌓기, 입시제도의 특혜성 편의를 이용한 혐의나 이중잣대로 보이는 언행불일치에 대한 대중의 공분을 전방위적 형사수사의 이유로 납득할 수 있겠는가?

무죄추정의 헌법원칙은 아랑곳없이 소위 ‘파렴치범’을 법무행정의 수장으로 둘 수 없다는 비분강개가 검찰권 총동원령과 언론놀음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검찰인사권을 가지는 법무장관이라서 이 야단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논변은 바로 검찰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과 전비(前非)를 가진 염치없는 검찰이 과연 ‘파렴치’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명분으로 적극 수사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런 식의 일차원적 논변은 문제의 본질에 빗겨나 있음이 자명하다.

무엇보다 법무장관이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국민이 지지하는 검찰개혁의 과제를 마구잡이로 할 수 있는 나라인가? 이 나라는 바로 검찰권 등 법집행기관을 통해 권력을 오남용하여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마저 탄핵시킨 나라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방식에 대해서도 성찰을 하라"는 경고에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겠다"며 사실상 경고를 무시했따. 윤 총장은 조국 일가 수사팀에 떡을 돌리며 격려했다고 한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방식에 대해서도 성찰을 하라"고 검찰에 경고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겠다"며 이를 무시했다. 윤 총장은 조국 일가 수사팀에 떡을 돌리며 격려했다고 한다. 사진= 연합뉴스

정치검찰의 부활우려와 검찰개혁의 방향

한 마디로 최근 법무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행태는 권위주의 시대의 정치검찰을 연상시킨다는 게 문제다.

민주화 이전 적나라한 정치권력의 전횡은 검찰권을 철저히 도구로 활용했다. 민주화는 정치권력의 전횡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법치적 통제를 강화시켰다. 그런데 정작 그 도구인 검찰권은 법치적 통제의 명분을 내세워 오히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촛불혁명에 의한 국정농단세력의 단죄는 바로 이런 검찰개혁의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살아있는 권력을 단죄한다는 명분으로 검찰개혁을 내건 법무장관을 향한 정치적 목적의 검찰권 행사가 재연되고 있는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권이 민주화 이후 정보기관이나 경찰을 제치고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배경이 법치주의라는 헌법원리적 명분이라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상징되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만연한 경찰권의 오남용은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더불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정당화하는 최대명분이다.

정보기관의 국내정치개입과 권력남용은 애당초 법치국가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여지가 적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독재시절 환영을 다시 소환해 정보기관과 검찰에 의한 통치를 추구한 결과 파국을 맞았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검찰은 이런 민주화 역행의 추세에 법치적 통제라는 공화제적 소명으로 기능하기보다 오히려 그 도구를 자처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고 적폐의 한 축으로 전락했었다.

결국 검찰개혁의 과제는 민주화 이후에도 변치 않는 검찰권이 과잉금지원칙이라는 법치주의적 한계원칙에 따라 공화제의 정신에 충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내건 신임 법무장관을 둘러싼 수사권 행사가 그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공법학회·한국헌법학회 부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교수님 최고 2019-09-29 11:21:22
교수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