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칼럼] 출범 3주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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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칼럼] 출범 3주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과제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0.05.12 14: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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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㉔: 공화제와 정부(1)
남은 임기 2년 문재인정부... 한국형 민주공화국의 발전이라는 거시적 관점 필요
인격중심의 한시적·단절적 문재인정부 개념... 임기말의 저주 끊을 치열한 의지 필요
국가중장기과제는 집권여당과 결합된 ‘정치적 문재인정부’ 차원에서 대처해야
다단계 협치 실천으로 정책과제 실천의 생산성·효과성·안정성 확보해야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가 5월 10일로 출범 3주년을 맞았다. 문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로 민주화 이후 최초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문대통령에게 남은 임기는 이제 2년뿐이다. 그마저도 올 연말부터 본격화될 차기주자들의 부상을 고려하면 온전히 대통령의 시간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따라서 이제 문재인정부에게는 남은 임기동안 국민전체의 이익에 최선이 되는 현안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내야하는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 출범 3주년, 잔여임기 2년을 남긴 문재인 정부의 과제에 대해 다양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경제살리기나 복지안전망 구축, 남북관계개선, 검찰개혁 등 구체적 과제의 내용을 둘러싼 논의에 집중하고 정작 종합적인 취사선택의 기준과 방법에 대한 논의는 드문 것이 특징이다.

이 공백의 주요 원인은 정치와 민생의 구별론에 있다. 민생경제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개혁을 내세웠다간 대결정치가 재발될 것이라는 우려다. 일리가 없지 않은 우려지만 민생문제에 대한 해법은 곧 정치에 있다는 당연한 이치에서 보면 촛불혁명과 같이 민주화이후에도 87년체제가 반복적 위기징후를 보이는 점에 대한 구조적 성찰은 하루도 미룰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민생과 정치는 구별되어 우선순위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병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결국 잔여임기 2년을 남긴 시점에서 문재인정부의 과제는 진화하고 있는 한국형 민주공화국 모델의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격중심 개념으로서의 문재인 정부의 과제

헌법상 문재인 정부는 헌법의 권력구조가 정하고 있는 정부의 개념에 따라 정의될 수 있다. 헌법 제4장은 행정권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정부’를 설정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과 행정부로 구성되며 다시 행정부는 대통령 보좌기관인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국정최고심의기관인 국무회의, 중앙행정기관인 행정각부로 구성된다.

이 경우의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수반으로 집단화된 조직체이다. 대통령 혼자 작동하는 권력이 아니라 보좌기관과 회의체기관 및 직접적 중앙행정기관이 결합된 조직체에 의해 작동하는 권력이다. 행정부는 상층부를 구성하는 정무조직과 하층부를 구성하는 직업공무원조직으로 구성된다. 정부의 핵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국민 대표인 대통령과 대통령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정무조직이다. 이런 취지에 따를 때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문재인과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무조직이다.

이 차원에서의 문재인 정부는 정치지도자의 인격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높게 구현된다. 1인기관인 대통령직을 담당하는 시민 문재인을 정점으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의 문재인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직선에 의해 선출되어 탄핵되지 아니하는 한 임기가 보장되는 중추적 헌법기관인 대통력직을 맡은 시민 문재인의 정부다.

선출된 제1 시민인 대통령 문재인은 역대 대통령의 공과를 거울삼아 그를 수반(首班)으로 삼는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개인적 덕성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그 첫머리는 무엇보다 민주화 이후에도 모든 대통령들이 비껴가지 못한 임기말의 저주를 끊는 것이다. 임기말의 권력형 게이트는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모든 대통령들의 발목을 잡아 왔기에 이번에는 그 저주를 끊을 수 있도록 공사간의 기강을 다잡는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 어떤 역사적 업적보다 한국형 민주공화국 모델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불행한 대통령의 사슬을 끊는 것만으로도 문재인정부는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 과제는 다른 정책과제와 경쟁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도 오롯이 개인의 결단과 의지에 달린 과제다.

한편 이 첫 번째 문재인 정부의 의미는 대통령 임기와 연계되어 있다. 현행 5년 단임제 체제에서 대통령은 주권자 국민의 ‘정치적’ 심판을 ‘직접’ 받지 않고 무조건 퇴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임시적이고 단기적인 것이라는 한계가 도드라진다. 특히 2년을 남긴 시점을 고려하면 이 의미의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보다는 벌인 일을 마무리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일과 이미 벌인 일의 구별은 작위적이다. 예컨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감염병 재난의 반복가능성은 질병관리체계의 재정비와 확충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와 결부된 경제적 대응과 복지체제의 정비 또한 시급하다. 이런 과제는 새로운 상황이 도래하였고 대통령 임기 때문에 쉽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비추어 산적한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기준이다. 또한 일의 책임주체를 분명히 하고 그 결과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절차를 통해 그 과제를 수행할 지에 대한 취사선택의 기준이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구별이 국가현안의 방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정된 시간적 조건을 가진 주체가 아닌 연속적 과정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인격중심의 개념에 입각한 문재인정부는 별도의 정부개념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정치적 정부 개념으로서의 문재인정부의 과제

인격적이고 한시적인 정부개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주공화국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정부의 개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과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대 민주공화제에서 국가권력의 구성과 운영은 정당체계에 의존하고 있는 점은 의회는 물론 정부도 예외가 아니며, 이런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는 더불어민주당 정부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의미가 인격적이었다면 두 번째 의미는 시스템적이다. 첫 번째가 시민 문재인의 인격적 요소가 중심이 되는 개념이라면 두 번째는 시민 문재인을 공직후보자로 추천하고 선거운동을 조직하며 의회정치를 통해 공약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결사인 정당을 플랫폼으로 하는 개념이다.

첫 번째가 임기에 구속되는 한시적인 것이라면 두 번째는 임기에 덜 구속되는 연속적인 것이다. 단임제에서 현직 대통령은 퇴직이 예정되어 있지만 집권여당은 또 다른 대선후보를 추천하여 다시 집권할 수 있다.

두 번째 의미의 문재인 정부, 즉 문재인-민주당 정부는 효율적인 당-청 협의를 통해 국가의 단기적 과제는 물론 중장기적 과제를 점검하고 추진해야 한다. 당의 무대인 의회정치와 청의 무대인 정부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정치와 행정이 견제와 균형의 공화적 관계 속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하는데 집중해야한다.

첫 번째 의미의 문재인 정부가 이미 벌인 일의 마무리에 집중하여야 한다면 두 번째 의미의 문재인정부는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취임 3주년을 맞아 문재인대통령이 제안한 한국형 뉴딜정책이나 전국민 고용보험의 기초를 다지는 과제가 대표적이다. 이 과제의 성패는 정부 내 의사결정과정의 합리적 운영은 물론 집권여당을 매개로 의회정치의 뒷받침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과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가는 지방정부와의 협력이다. 결국 문재인-민주당정부는 남은 임기동안 다양한 단계의 협치를 통해 한국형 민주공화국 모델의 생산성·효과성·안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10일로 출범 3주년을 맞았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10일로 출범 3주년을 맞았다. 사진= 연합뉴스

다단계협치를 통한 정치시스템 구축의 과제

협치는 소협치, 중협치, 대협치로 구별될 수 있다. 소협치는 문재인 정부를 구성하는 민주당과 행정부의 협치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청 조율과정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소협치는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전제조건이다. 중협치는 야당과의 협력을 통한 정치이다. 총선을 통해 거대여당이 된들 일방통행식 의회운영은 또다시 동물국회의 악몽을 재연할 수 있다. 국회의 파행이나 일방독주는 결국 문재인정부의 책임으로 귀결될 위험을 안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복지안전망의 구축과 같이 생활친화형 권력운용을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소협치 혹은 중협치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동안 협치 논의에서 소홀히 되어왔던 대협치를 실현해야 한다.

대협치는 대의제를 명분으로 소홀히 되는 국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하여 제도화하는 것이다. 대협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이행하는 것이며 87년 체제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정치개혁의 과제를 풀어내는 과제이다. 대협치는 국민이 원하며 필요로 하는 것에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며, 방법론의 차원에서는 소협치와 중협치가 난관에 봉착한 다양한 난제(難題)나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 국민의 의견과 지혜를 직접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치이다.

또한 다단계 협치의 실현은 ‘권력의 의인화(擬人化)’라는 부작용으로 흐를 수 있는 인격 중심의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체의 다양한 권력주체들이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민주공화국을 굳건히 하는 필요조건이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2년이 인격중심의 정부차원을 넘어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공화적 대통령제의 모범으로 거듭나서 한국형 민주공화국 모델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공법학회·한국헌법학회 부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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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2020-05-12 16:29:50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1lRNb4

검찰 고발 청원에 도움의 손길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