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 리스크의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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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 리스크의 끝일까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09.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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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검찰이 청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대선 패배 18개월 만에 구속 수감 위기에 몰렸던 이 대표는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법원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다고 봤지만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개발 관련 배임 혐의와 쌍방울 대북 송금과 관련 뇌물수수혐의가 실질 심사 대상이었다. 여기에 ‘검사 사칭’했던 혐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증거 인멸로 이 대표를 구속시키기 위해 검찰은 전략적 수사에 집중했지만 최종적으로 판사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검찰, 전략적 수사에도 이 대표 구속 실패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결국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고 말했다. 논평에서 "추상같이 엄중해야 할 법원의 판단이 고작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법원의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에 대해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검찰 수사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탄압이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한동훈 장관에 대해서는 탄핵소추안까지 발의할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구속 영장 기각으로 끝난 것일까. 우선 구속 영장과 관련된 민심을 읽어보자.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9~2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검찰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정당한 수사 절차’로 보는 의견이 46%, ‘부당한 정치 탄압’으로 보는 응답이 37%로 나타났다. 정당한 수사 절차로 보는 의견이 오차 범위 밖으로 더 많은 결과다. 중도층도 정당한 수사 절차라는 응답이 더 높았고 20대(만 18세 이상)는 정당한 수사 절차라는 의견이 42%로 나타났고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는 응답은 26%밖에 되지 않았다. 30대에서도 정당한 수사 절차라는 응답이 더 높았다.

내년 총선을 수도권 선거라고 하는데 서울에서는 정당한 수사 절차라는 의견이 61%로 압도적이었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정당한 수사 절차라는 의견이 44%로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는 답변보다 결과 수치가 더 높았다.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진 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향후 정당 지지율 추이가 중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더 심각하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이재명 대표의 단식 이후 지지율이 더 올라가지도 않았던 추세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지지율 33%로 동률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지적하면서 목숨을 건 단식에 나섰지만 지지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특히 서울 지역은 국민의힘 41%, 더불어민주당 26%로 큰 폭의 차이로 벌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지역에서 현역 의원이 다수인 더불어민주당으로써 깜짝 놀랄 지지율 조사 결과다. 경기인천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지만 오차범위 내 수준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재명 대표는 당 대표가 된 이후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전면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재명 대표의 사법적 행보가 더불어민주당의 운명을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긍정적으로 해소된다면 지지율이 추가적으로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운명 역시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정당 지지율은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의 기초 체력이다.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감행해 나가고 공천권마저 행사하게 된다면 ‘친명’과 ‘비명’간 격돌은 더욱 거칠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기각은 리스크의 끝이 아닌 리스크의 시작점이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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