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후쿠시마와 양평 이슈에 연타를 맞으면서 크게 흔들렸다. 대통령 국정 운영에 호재가 되는 이슈와 악재가 되는 이슈가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다른 순방 일정과 비교하더라도 매우 큰 성과와 주목을 받을 만하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에 초대돼 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시켰고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한 대응까지 안보 외교 역량이 총 집중되는 행사였다.
대통령의 해외 일정 중에 북한은 '화성 18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 발사 도발을 일으켰고, 해외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긴급히 주재하는 일까지 있었다.
나토 정상회의 중에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일본 오염수 관련 정상 회담이 있었고, 나토 일정 후에는 폴란드를 국빈 방문했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를 선포하고 원전, 방산, 이차전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파트너 격상에 맞는 경제적 성과까지 올리는 외교 무대였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 방문 직후 바로 귀국 길에 오르지 않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인도적인 지원 확대를 약속하고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구체적인 역할까지 상호 공감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 외교 무대가 혁혁한 성과를 거두는 호재였다면 국내 상황은 정반대다. 많은 비가 내려 전국 곳곳에 큰 피해가 발생했고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는 부정적 이슈로 재부상했으며 서울 양평 간 고속도로 이슈도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돼 버렸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가상번호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3%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 32%로 직전 조사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최근의 대통령 지지율 추세를 본다면 꽤 큰 폭이고 올해 들어 하락폭이 가장 큰 수치다.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올라간 57%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분석해 보면 대통령의 지지층 이탈이 감지된다. 부산·울산·경남 즉 PK지역에서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로 직전 조사보다 11%포인트나 내려왔다. 대통령의 핵심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이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수산업과 바다 관계성이 높은 지역에서의 지지율 변화이므로 후쿠시마 방류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지난 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전달되면서 오염수 방류가 기정사실화되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방한하고 난 이후 추가적으로 방류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대통령 지지율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린 또 하나의 원인은 '서울 양평 고속도로 의혹 사태'다. 의혹의 핵심은 서울 양평 간 고속도로의 양평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이 되었고 변경이 된 이유는 강상면에 가족과 일가의 땅이 있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다. 양평 사태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직전 조사와 비교할 때 40대는 거의 변화가 없었던 반면에 MZ세대에서 눈에 띄는 지지율의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20대(만 18세 이상)는 17%로 직전조사보다 8%포인트 하락했고, 30대는 22%로 9%포인트나 하락했다. MZ세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게 되는 땅과 관련된 이슈라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던 2021년에도 직전에 발생한 LH부동산 의혹 사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특히 MZ세대가 더 많이 분노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실제로 LH 사태이후 있었던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 대회에서 이준석 대표는 MZ세대의 분노를 기반으로 하여 당 대표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만큼 MZ세대는 부동산 공정 이슈에 많은 영향을 받는 셈이다.
그동안 민감한 이슈로 작동될 가능성이 높았던 대통령의 킬러 문항, 공정 수능 등 같은 교육 현안과 일본의 방류가 임박하기 전 시점까지의 후쿠시마 관련 이슈는 다분히 진영 간 프레임으로 갈라지는 양상이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지난 7월 4~6일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38%로 더 올라간 추세였다. 그렇지만 가장 치명적인 상황은 악재가 되는 이슈가 두 개 겹쳐 오는 것이고, 그 중에서는 후쿠시마 방류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지지율에 더 큰 타격을 주는 서울 양평 간 고속도로 이슈가 터지면서 진영 간 프레임 현상에서 흡수되지 않는 '범람 현상(Spill Over Effect)'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부분은 논란을 해소할 만한 진단과 소통이다. 특히 양평 고속도로는 정치권 공방에 따른 진영 간 흐름 속에서도 기존 노선이 바뀌는 과정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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