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LH와 부실 건설사가 퇴출돼야 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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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LH와 부실 건설사가 퇴출돼야 하는 까닭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08.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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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아파트 부실 설계와 감리로 인한 불안 심리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해 민간 건설사까지 허술한 공사 진행으로 입주 주민들은 불안에 떨게 되었고 아직 채 건설이 종료되지 않거나 공사가 시작되지 않아 입주하지 않은 고객들은 분노와 불신에 휩싸여 있다.

이번 부실은 사고로 불거졌다. 지난 4월 29일 오후 11시30분경 인천 원당동 소재 검단신도시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구간 지붕 층 일부가 깨지고 무너져 내렸다. 지하 1층 970㎡와 지하 2층 일부 구간이 붕괴된 것으로 다행히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주말 오후에 발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사고에서 첫 번째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설계의 부실’이다. 지하 주차장 공사의 핵심 설계가 ‘무량판 공법’인데 무량판 공법은 말 그대로 지붕 사이를 잇는 기둥 즉 ‘보’가 없는 건설 방법이다. 기둥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는 공법이고 아파트 거주자들 사이에서 갈등의 주범으로 자리 잡은 층간 소음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건설 설계 방식이다. 왜냐하면 기둥이 많지 않은 설계 방법이라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층간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지붕을 떠받드는 수직 기둥과 지붕 사이를 연결하는 수평 기둥이 없으므로 충분한 철근이 투입되어야 하는 건설이다. LH를 비롯해 민간 건설사들이 집중적인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설계에 부합하도록 필요한 철근이 무량판에 투입되지 않은 경우였다.

'하나마나한 감리' 바로 잡아야

두 번째로 건설 현장의 ‘이권 카르텔’을 격파해야 되는 이유는 ‘하나마나한 감리’ 때문이다. 건설의 양대 축은 설계에 따른 건설 시공과 설계에 따랐는지 감독과 관리 즉 감리다. 그런데 최근까지 이 감리는 제대로 진행되었는지조차 확인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감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관련 종사자들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월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지사를 통해 안전점검을 받은 소규모 건설현장 1382개소의 현장대리인, 감리자, 건설기술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 조사는 현장 안전점검 등 건설안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의견 수렴을 목적으로 1월 중순부터 18일 동안 실시됐다고 한다.

“안전점검이 건설사고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효과 있다’는 답변이 37.7%, ‘효과 있다’는 답변이 44.3%로 각각 나타났다. ‘이권 카르텔’에 오염되지 않고 비리와 부패를 발본색원할 수 있는 감리였다면 무량판 건설 현장 붕괴 사고 같은 참사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세 번째로 무량판 이권 카르텔을 척결해야 하는 이유는 ‘전관 예우의 고리 끊기’를 위해서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LH 출신 전관을 영입한 건설업체들에 LH가 일감을 몰아주고 부실한 업무 처리도 눈감아줬기 때문에 이 같은 부실 공사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붕괴 아파트의 설계를 맡은 업체는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냈다고 전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는 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조달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국토교통부 출신 등 전관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 5명이 일하고 있었다”며 “감리를 맡은 업체 3곳 중 2곳에도 LH 전관들이 재직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LH 전관 예우' 뿌리 뽑아야

총체적 난국이다. 지난 1994년과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성수 대교 붕괴 참사로 우리는 전 세계로부터 건설 후진국과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시점의 무량판 부실 공사로 인한 아파트 건물 붕괴 위험은 더욱 치욕스러운 일이다. LH는 이미 2021년 국민 모두가 등을 돌리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 수모와 지탄 속에서 조차 바뀌지 않았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전수 조사를 통해 의도적인 부실 설계와 불법적인 감리 그리고 전관 예우가 이뤄진 곳이 있다면 가차 없이 시장으로부터 퇴출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자주 사용할 때만 하더라도 과연 적합한 대상을 상대로 한 표현인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부실 공사를 야기한 세력에 대한 ‘이권 카르텔’ 표현은 100% 안성맞춤이다. 악질적 이권 카르텔이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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