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에게 속은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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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에게 속은 3가지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06.12 14: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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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 주중 대사를 만나고 난 이후 무척이나 난감한 상태에 빠졌다. 결정적인 이유는 싱하이밍 대사가 국회 다수당의 대표인 이재명 대표를 곁에 둔 채 작정하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만찬 이후 싱하이밍 대사를 향한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대표에 대한 비판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부각되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각종 리스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대표 자신의 검찰과 재판 리스크에다 송영길 전 대표와 관계있는 전당 대회 돈 봉투 리스크가 현재 진행 중이고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코인 리스크까지 감당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게다가 지난 5일 불거진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의 임명 파장은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당내 위상까지 뒤흔들어 놓을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싱하이밍 대사와 만찬 논란은 골치 아픈 내정 간섭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지지율도 문제다. 자동응답조사(ARS)는 계속 높은 수치로 나오고 있지만 전화면접조사는 온도차가 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지난 5~7일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NBS여론조사(전국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1%, 더불어민주당 26%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올해 들어 최저치로 나왔다. 국민의힘은 핵심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율이 50% 이상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50%를 넘지 못했다.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호사화(호남 40대 화이트칼라)’인데 40대 연령대에서도 지지율 40%로 겨우 턱걸이했을 정도로 핵심 지지층마저 흔들리는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국회 다수당의 대표가 민감한 시기에 중국의 대사와 마주하는 자리였지만 정교한 준비나 철저한 확인은 없어 보였다.

첫 번째로 이 대표가 속아 넘어간 대목은 '중국 관저 방문'이다. 요즘처럼 한미, 한일, 한중, 한러 간 외교 관계가 복잡한 시기라면 중국 대사 관저 직접 방문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오히려 싱하이밍 대사에게 더불어민주당사나 국회 당 대표실로 초청해서 만났어야 했다. 싱하이밍 대사가 자신의 본거지로 불러 놓고 15분 간이나 일방적으로 원고지를 읽어 내려간 것은 외교적 무례다.

두 번째로 속아 넘어간 지점은 '준비된 원고'라는 형식이다. 외교 회담에서 적어도 원고를 일방적으로 읽게 되는 과정이 중간에 있다면 상대방에게 관련 내용을 알려 주는 게 상식이다. 관저에서 싱하이밍 대사는 비엔나 협정 규약을 깨트리고 일방적으로 원고 낭독 일정을 전개함으로써 국회 다수당 대표의 권위를 초토화시켜 버린 셈이다, 두 번째로 속은 셈이다.

관저 방문 '부적절', 준비된 원고로 권위 '추락'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표가 세 번째로 싱하이밍 대사로부터 속아 넘어간 대목은 '원고의 내용'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 시장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 투자 전략을 시기적절하게 조정하기만 한다면, 분명히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라고 발언한 내용인데 '중국 시장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한미 동맹 관계 강화에 대해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대표가 적어도 제 1야당이자 국회 다수당의 지도자라면 싱하이밍 대사의 어이없는 주장에 대해 현장에서 항의했어야만 했다는 중론이다.

결국 한국 국민들에게 가장 나쁜 정서를 불러일으킨 인물은 싱하이밍 주중 한국대사이지만 이재명 대표가 더 효율적으로 의회 외교를 정교하게 펼치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당이 걷잡을 수 없을 악재 속에 놓여 있고 당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외연을 확대해야하는 당 대표가 인디아나 죤스도 아니고 외교 비화는 최대한 피해야 마땅해 보인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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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023-06-12 18:07:30
배종찬 소장 정확한 분석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