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맛보기 단동] ⑤단동에서의 만남...남과 북 `약자로서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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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맛보기 단동] ⑤단동에서의 만남...남과 북 `약자로서의 만남`
  • 필명 이 강
  • 승인 2019.05.04 09:5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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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동 통신원의 칼럼 [여기는 단동]을 필자의 요청에 따라 [통일 맛보기 단동]으로 바꿉니다. [편집자 주] 

단동에선 한국사람은 북한 맥주를 마시고 북힌사람은 한국산 우유를 마신다. 사진= 강주원 박사
단동에선 한국사람은 북한 맥주를 마시고 북힌사람은 한국산 우유를 마신다. 사진= 강주원 박사

[필명 이 강 통신원] 단동에서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일상으로 만납니다. 음식점에서 옆자리에서 앉아 밥을 먹다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입니다. 거리에서 마주치고 한국식품점에서 물건을 사다가도 만납니다.

단동에 오래 살고 있는 남측 사람은 거리에 나오는 북측 사람들의 면모를 일견한 후 그가 방금 북으로부터 나온  출장자인지 단동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인지 대부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보이는 신의주에서 나온 사람들과 평양 사람들의 구분 또한 외견상으로 또는 몇 마디 말투를 보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이 냉랭했던 한반도 주변의 정세에 훈풍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2차 북중 정상회담과 제1차 북미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사실 2017년 까지 북.중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치닫던 중이었습니다. 중국에 주재하고 있던 북측의 각 기관 대표들과 회사 대표 성원들의 거류비자가 대부분 이 시기에 취소되었습니다.

유엔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 그리고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위협으로 인한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국공 내전 당시 중국 공산당의 결정적 승기를 잡게 해준 조선군의 공덕이나 한국 전쟁시 의용군 형태로 북을 도우러 참전했던 중공군 간에서 비롯되었던 혈맹의 관계는 이미 빛바랜 역사의 기억인 듯합니다. 

중국에 나와 있는 북측 대표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40-50대로 북측 지도층의 중간 허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적어도 대외경제 부분이나 외교  방면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이들(중국주재 북측 대표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이 매우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의 입에서 중국에 대한 비토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습니다. 또한 일시 또는 영구 귀국 후 중국에 대한 적지 않은 적의의 감정들이 이들에 의해 스물 스물 노출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군대 집회에서 반중구호가 나왔다고 회자된 것도 이 무렵의 일입니다.

한국 사람들 또한 한중관계의 부침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아직도 완전 끝났다고 볼 수 없는 사드배치 파동에서 중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작던 크던 간에 곤란한 일을 겪거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사드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일부 지역 한인회장들에게 일시적으로 귀국이 종용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많은 한국 사람들이 택시기사에게 좋지 않은 말을 듣고 내리면서 적지 않은 감정소비를 겪어야만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북측이나 남측이나 중국 땅은 엄연히 이국땅입니다. 이   곳에서는 둘 다 약자이고 그런 약자들끼리 만나는 장이 바로 이 중국 땅이기도 합니다.

압록강변 단동의 민박집에서 본 신의주 일출. 사진=이 강
압록강변 단동의 민박집에서 본 신의주 일출. 사진=이 강

 

대북사업을 오래했고 단동에 거주한지 오래된 K는 북측의 친구들이 몇이 있습니다. 지금은 유엔 제재와 미국 제재로 인하여 서로가 경제적인 무엇을 도모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만 미래를 기약하면서 가끔 연락하고 지냅니다. 그는 과거 북측과 꽤 큰 규모의 의류 임가공 사업을 진행 했었습니다.

그날도 K는 단동으로 이사한지 얼마  안 되는 북측 친구가 띠엔공(전기 수리공)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와서 아는 사람을 수소문해서 연결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K는 싸우나에서 아쉽고도 안타까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압록강 단교 주변 강변의 D싸우나는 단동에서 무척 유명한 명소에 가까운 싸우나 입니다. 오랜만에 낮 시간 빈 시간에 K는 싸우나에 들렀습니다. 어렴풋이 보이는 습식 한증막에 들어가 앉았을 때 낮 익은 우리말이 들려서 반갑게 귀를 기울여 보니 평안도 말씨이었습니다. 북측 출장자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대화 가운데 소주제 중 하나가 K 자신에 대한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단동의 K사장과 회사 이름을 언급하면서 “야 그 K선생 있지?. 그치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주문 좀 받아야겠는데..” K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내심 놀랍기도 하고 자신의 이름이 북측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에 한편 기분 좋았지만 끝내는 안타깝고 씁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에 섬유제품을 포함하는 강력한 유엔제재의 발동으로 K는 아예 남쪽 바이어들과의 연락조차도 끊긴 상태이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북측의 일부 대방(파트너)들은 아직 임가공 거래관계를 여하튼 이어 나가고 있다합니다. 하지만 K는 이국땅인 이곳에서, 그 가능하다고 하는 편법과 비법의 경계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상 초유의 현재와 같은 제재국면에서 대북사업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남과 북 관련 당사자 모두가 똑같이 약자들입니다.

작금의 이 현상에 대하여 사람들은 그 원인을 따지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원인이 당연히 북측에 있다 하기도 하고 혹자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 있다 하고 아니면 일제로부터의 해방 후 민족 자주의 길로 하나가 되지 못하게 했던 대부분의 책임이 있는 남측의 기득권층에 더한 책임이 있다고도 합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 제재국면의 폐해가 결국 우리민족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대북사업과 얽혀있는 남과 북의 관련 당사자들이 직접적으로 그 족쇄를 받아 차고서 벌을 받고 있습니다.

● 이 강`(필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단동에 정착, 다양한 대북사업을 진행했다. 본인 사정상 필명을 쓰기로 했으며, 사진도 싣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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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ark 2019-05-04 16:14:56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처한 국제적 현실이 리얼하고 극명하게 느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

ska 2019-05-04 16:03:47
이번 연재 언제 올라오나 기다리던 중입니다
단동소식 계속 기대합니다~~

lolkalo 2019-05-04 10:52:03
Hello. And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