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단동] ③서울서 물건 부치면, 모레 평양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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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단동] ③서울서 물건 부치면, 모레 평양 도착한다
  • 필명 이 강
  • 승인 2019.04.1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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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단동간 주 3회 왕복 여객선 운항...단동-평양간 국제열차와 화물트럭 오가
단동 관문 자유로운 편, 휴전선 통과는 `요원`..."남북, 서로 딴 방향 통일의 꿈 꾸는 듯"

[필명 이강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단동과 북한을 연구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단동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강주원 박사는 그의 저서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에서 “오늘 부친 한국 물건 모레 평양에서 받는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단동과 한국과의 교통은 우선 단동-인천 사이를 일주일에 세 번 왕복하는 여객선, 단동페리로 연결됩니다. 또한 선양이나 다롄으로 매일 수차례 오가는 항공기편을 경유하여 단동으로 연결되는 고속전철을 통하여 단동에 이르기도 합니다.

단동에서 북한 신의주로 넘어가는 버스 행렬. 관광객이나 단동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이강
단동에서 북한 신의주로 넘어가는 버스 행렬. 관광객이나 단동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이강

그리고 주 2항차 운행되는 컨테이너선이 단동과 인천 사이의 화물 운송을 담당하고 있고 소화물의 경우 선양이나 다롄 공항을 통한 항공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단동-평양은 매일 오가는 국제열차편에 승객과 화물이 교통되고 하루 평균 약 200-300대의 콘테이너 화물트럭이 단동과 신의주를 연결합니다. 그러니 오늘 부친 한국 물건이 모레 평양에 닿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남북 간에 온전히 휴전선을 통한 교통 및 통관 시스템이 열리고 정착되기 전까지 단동은 남북교류의 연결지점이며 통로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신의주산 장국 맛있게 먹어...`북한의 일상` 느끼는 듯

필자는 얼마 전 북한 무역을 하고 있는 단동의 현지 친구가 가져온 신의주산 장국을 같이 맛있게 먹은 적이 있습니다. 신의주 식당에서 모든 조리가 완성된 장국이었습니다.

신의주 식당에서 조리한 신의주산 장국
신의주 식당에서 조리한 신의주산 장국. 사진= 이강

현재의 단동과 신의주, 그리고 단동과 인천 간의 물류 시스템은 이 장국을 인천이나 서울 어느 지점으로 배달되게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일상이 단동이라는 통로를 통하여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타 다른 조건들이 어느 정도 성숙이 되면 서울의 일상이 북녘의 우리 동포에게 성큼 다가설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휴전선을 통한 남북 간의 교통과 소통은 어떠할까요? 현재 한국의 현 정부와 북한 당국의 노력으로 군사적 긴장관계가 완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4.27회담 이후 수차례의 만남이 이 휴전선을 넘나들며 이루어졌습니다. 판문점에서 만나고 개성공단에서 만났으며 금강산에서 회합이 이루어지고 평양과 서울을 오고 갔습니다. 대부분 휴전선을 넘나드는 만남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만남이 양측 당국의 기획과 주도 또는 통제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휴전선을 통한 순수 민간적 차원의 교류 및 전면적 교류 확대는 요원하게 보입니다. 아직도 양측 대부분의 무력이 휴전선에서 대치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후에 남측에서 적극적으로 휴전선을 통한 민간교류를 확대하려 한다 해도 과연 북측이 남측에서 원하는 만큼의 호응을 해오리라는 보장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단동에 있는 북측 소식통에 의하면 북측은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한국과 대비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는 시점 전까지는 이러한 휴전선을 통한 교류 확대는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이럴 경우 당연하게도 단동이 남과 북이 서로의 소통과 교통을 위해 만나게 되는 연결 지점이 될 것 입니다.

단동 중련호텔 뒤편 창문으로 보이는 단동세관 마당. 북한 신의주로 넘어갈 화물 트럭들이 빼곡히 차있다. 사진= 이강
단동 중련호텔 뒤편 창문으로 보이는 단동세관 마당. 북한 신의주로 넘어갈 화물 트럭들이 빼곡히 차있다. 사진= 이강

얼마 전 단동을 방문한 어떤 분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 분은 남과 북이 모두 통일을 꿈꾸고 있지만 통일의 꿈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분은 최근 북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인사입니다. 통일의 꿈을 같은 방향으로 지향되게 맞추고 맞대는 노력이 당장 우리가 꼭 해야 할 일 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조건에서 중간지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 단동 땅에서 양측 통일의 꿈이 한데 섞여져 용해되고 합쳐져서 소망스럽게 잘 익어 가기를 기대하여 봅니다.

2010년 5.24조치 이전, 단동에서는 남북교류협력이라는 틀 속에서 이와 같이 남과 북의 꿈이 섞여지고 녹여지기도 하였으며 조금씩 영글어 가기도 하였습니다.

● 이 강`(필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단동에 정착, 다양한 대북사업을 진행했다. 본인 사정으로 필명을 쓰기로 했으며, 사진도 싣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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