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맛보기 단동] ⑦`잘된 만남` 준비하게 하는 잘못됐던 만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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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맛보기 단동] ⑦`잘된 만남` 준비하게 하는 잘못됐던 만남들
  • 필명 이 강
  • 승인 2019.05.18 0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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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임가공 무역 `상호 윈윈`...`외상거래`로 북한 선의 확인
무역클레임, 대부분 남측이 `북 善意` 악용한 탓
북측 정보접근 어려운 탓에 남측 사업가 피해볼때도
`유익함과 절실함`이 `상호 이해`로 쌓이면 잘된 만남으로 이어질 것

[오피니언뉴스=필명 이 강 통신원] 단동을 통한 남북교류역사 중 남과 북이 만나면서 때로는 힘들고 상처 받고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상호간 체제모순과 관련 부딪치는 것은 당연하고 경제교류이든 기타 협력 사업이든지 간에 남과 북 당사자 간의 반목과 다툼도 빈번하였습니다.

특히 경제협력 사업의 경우 두드러지게 다툼이 많았던 것은 남과 북의 경제 사업이 양 당사자 모두의 윈윈 게임으로 끝나지만 않았던 데에 있을 것입니다. 경제협력 사업은 그야말로  실전이어서 흔히 일어나는 남과 북간의 소통 부실로도 한 측 일방이 큰 손해를 보기가 일쑤이었습니다. 때로는 승자와 패자의 모양새로도 갈릴 수도 있습니다.

5.24조치前 활발했던 북측과 임가공 무역

그간에 남북의 경제협력 사업 중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였던 분야는 단연코 임가공 분야일 것입니다. 1990년대 말기부터 2010년 5.24조치에 이르는 기간 동안 그 빈도수와 참여 기업 수 측면에서 그러했습니다.  의류, 신발, 가발, 속눈썹, 장신구, 소품, 손 자수, 그리고 소프트웨어 코딩작업까지 수 백 여개의 기업이 북측의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한 임가공 사업을 전개하고자 북측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북측과의 임가공 사업이란 생산에 필요한 모든 원자재 및 부자재를 제공하고 북한공장의 인력이 이를 가공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내오는 일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품목이 의류입니다. 원단, 부자재 및 포장자재를 북측에 공급하면 북의 봉제공장에서 남측 회사의 작업 지시서를 기준으로 옷을 만들어서 다시 완제품으로 남측회사에 납품하는 일입니다.

북한과 중국 국경인 압록강에 뜬 북한 유람선. 1년에 몇차례 밖에 안뜨는 유람선이 지난 5월12일 압록강에 모습을 나타냈다. 유람선 너머 보이는 곳은 신의주. 사진= 이 강 통신원
북한과 중국 국경인 압록강에 뜬 북한 유람선. 1년에 몇차례 밖에 안뜨는 유람선이 지난 5월12일 압록강에 모습을 나타냈다. 유람선 너머 보이는 곳은 신의주. 사진= 이 강 통신원

국제무역에 흔치 않은 외상거래...북측 `민족경제` 배려

이 때 북측은 완제품을 남포항에서 인천항으로 가는 항선에 선적을 하든지 중국으로 우회 수출하여 단동의 보세창고에 입고시키게 됩니다. 북측 입장에서 완제품 가공을 하여 출하시키면 가공비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가공비가 남북 간 거래에서는 외상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작성된 민경련(민족경제협력연합회, 북측의 대남 경제창구 기관)의 임가공 표준계약서에 의하면 가공비는 완제품 출하 후 2주일 후에 주문자가 청산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2주일이라는 시간은 아마도 신용장 추심에 걸리는 시간을 염두에 둔 기일인 듯합니다. 남과 북의 무역도 사실상 국제무역이라 볼 수 있는데 국제무역 관행상 신용장 거래외의 경우 후불 지급방식은 흔한 경우가 아닙니다.

즉, 공급자(가공 노력 제공자)가 주문자를 특별히 신뢰하는 경우만 가능합니다. 보통의 경우 선급으로 받거나 또는 일부 선금을 받고 완제품이 주문자 측(예를 들어 단동 보세창고)에 도착하자마자 나머지를 결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계약서상의 청산기일이 2주이었지만 지난 시기에 2주가 지나도 1개월 이상을 넘기지 않으면 크게 독촉을 받는 기업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렇게 남과 북의 임가공 거래에서 완제품을 모두 출하시키고도 즉시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되었던 거래조건은 남측기업에게는 놀라운 혜택이었습니다. 그 점은 어디까지나 소위 민족경제를 바라보는 북측의 선의의 시선이 담겨져 있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남측의 일부 기업과 개인들은 이 조건을 악용했습니다. 후불이므로 판매상황이 안 좋아지거나 여러 조건들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가공비 지불을 무작정 미루거나 아예 가공비를 결제 하지 않고 소식을 단절해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에서 북측 공장에서 생산과정에서 일어났던 몇 가지 제품상의 하자가 크게 부풀려져서 가공비 미결제의 사유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북측 선의(善意) 악용하는 남측 사업가들...차츰 의심 눈초리

임가공사업에서 민족 간의 양심보다는 현실의 경제이익을 우선했던 주체는 당연히 남측의 당사자들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북측은 일을 했고 남측은 돈을 주는 관계이었기 때문입니다. 남과 북의 잘못되었된 만남과 잘못된 관계 발전의 사례입니다.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북측의 공장들도 점점 더 남측의 기업들을 의심하고 대비를 하게 됩니다.

북측에 더 많은 책임이 있는 잘못된 만남들도 있습니다. 5.24 조치이후 대북사업에 미련을 못 버리고 단동에 남아 있던 K는 그의 가공사업 역사에서 황당한 일을 겪습니다.

5.24이후에 남측의 기업들이 대북사업의 전면에서 철수함에 따라 북의 공장들은 중국 기업들로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K가 주로 주문을 넣고 이용하던 공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락을 해보니 이미 대련에 있는 중국무역회사의 주문을 받은 상태이어서 더 이상 주문을 받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받은 주문을 해결해야했던 K는 실망할 틈도 없이  단동의 지인으로부터 북측의 공장 하나를 소개 받아서 지체없이 원부자재를 공급하여 생산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정된 납기에 생산품이 절반도 나오지 못하고 제품의 품질도 현격히 저하되어 제품이 입고됐습니다.

남측 사업가도 피해 입기도...잘못된 만남 쌓이다보면 잘된 만남으로

사실 공장을 결정하기까지는 탐색과 조회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주지하다시피 북은 외부에 철저하게 방어적으로 닫쳐진 사회입니다. 외국인이 내부 사정이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들 내부에 있는 성원들로부터 나오는 정보 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가공무역에서 그 내부 성원은 대외사업 권한을 갖는 북측의 무역지도원입니다. 그런데 K와 연결된 무역지도원이 K에게 설명했던 그들 공장의 제반 조건들은 대부분 과장되거나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무역지도원은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물의를 일으켜 하방됐다 합니다. K가 당시 통보 받았던 내용은 그 무역지도원이 가을걷이 시기에 농촌으로 추수 노력지원 나갔기 때문에 연락이 당분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내부의 사건이 일어난 시기가 K가 주문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북측 공장 내부적으로 정리가 되어 K가 신임 무역지도원을 다시 연결하여 업무통화를 재개할 때에는 이미 그 주문 의류의 판매시기가 지나가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K에게는 아직도 그 때의 사건이 되짚어 내고 싶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체제리스크 중의 하나로도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 속성은 아마도 북측 경제의 건실한 발전에 걸림돌들 중의 하나로 작용할 듯합니다. 남북 간의 만남은 이렇듯 잘못되었던 만남들도 있었습니다.

뼈아픈 예단일 수 있겠으나, 아마도 이 잘못된 만남들이 더 쌓여야 서로에게 유익한 만남에 대한 절실함이 우리들의 가슴속에 저미고 저미어져서 이제는 정말로 서로를 잘 알아야겠다는 각오와 노력이 벼리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 이 강`(필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단동에 정착, 다양한 대북사업을 진행했다. 본인 사정상 필명을 쓰기로 했으며, 사진도 싣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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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ㄷㅂ 2019-05-20 16:59:56
1편부터 관심있게 쭉 읽고 있습니다.
생소한 단어도 보이네요 : 하방
대충 무슨 뜻인지는 문맥으로 알 것 같긴한데,
구체적인 뜻도 같이 표기해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