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정치인의 승부는 몸싸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지지율이나 선거의 결과로 판가름 난다.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러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결, 그 외에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의 대결,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대결, 이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의 대결, 윤 대통령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대결, 한 위원장과 이 개혁신당 대표의 대결 등 줄잡아 10개 이상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먼저 벌어진 대결 또는 충돌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이에 벌어졌다. 그 이유가 김건희 여사의 문제가 되었던 아니면 김경률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 인해 벌어진 공천 갈등이던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고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22일 출근길에서 그런 요구가 있었지만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당을 먼저 생각’하면서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경률 비대위원의 거취에 대해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 요구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말하자면 한 비대위원장의 여론 인식과 공천 의지에 대해 대통령실이 일격을 가했지만 대통령과 대통령실 그리고 친윤 중진 등이 의문의 1패를 당한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윤-한 충돌’ 이후 23~2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6.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1%로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내려갔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와 비교할 때 5%포인트 더 올라간 63%로 나왔다.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를 물어보았더니 ‘소통 미흡’이 11%, ‘김건희 여사 문제’가 9%로 전체 부정 평가 이유의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두 이유를 합치면 부정 평가 전체의 20%나 된다. 이 조사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 52%로 나타났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는 35%로 나왔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제 1야당 대표를 모두 뛰어 넘었다.
문제는 ‘윤-한 충돌’이지만 그 타격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로 향하고 있다. 집권 여당은 한 위원장이 여론의 주도권을 쥐면서 오히려 정치적 반대 급부를 취하는 모습이지만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공감하는지’ 물어보았다. 응답 보기로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 ‘양대 정당 후보가 아닌 제 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구도로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33%로 나왔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 또한 33%로 똑같았다. 제 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답변은 24%로 나왔다. 기존의 총선 구도 질문과 달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당명으로 물어보자 동률로 나왔다. 그동안 정부 견제론 또는 정권 심판론으로 물어보았을 때와 큰 차이가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서울, 인천경기 수도권과 충청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박빙 결과로 나타났고 영남 지역은 국민의힘이 더 경쟁력 있는 결과로 나왔다. 2030MZ세대 총선 구도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거의 차이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높고 기존 총선 구도에서 야권에 유리한 정권 심판론이 강했지만 민주당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리스크다.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기세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직무 긍정 평가는 52%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인물이 견인하는 지지율로 본다면 한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최대 52%까지 외연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에 이 대표의 긍정 지지율은 35%로 제한적이다. 총선을 70여일 남겨둔 시점에 민주당은 한동훈 외연 확장과 이재명 리스크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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