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 서울이야기]㉖ 주택단지에서 홍대 배후지역으로 변신한 서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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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서울이야기]㉖ 주택단지에서 홍대 배후지역으로 변신한 서교동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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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강대호 칼럼니스트] 지난 2주에 걸쳐 홍대 인근을 지나던 철도 노선인 ‘당인리’선과 그 기찻길 옆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사람들에게 ‘홍대 앞’ 혹은 ‘홍대 거리’라는 지명으로 익숙한 이 일대가 대부분은 서교동에 속해 있습니다.

서교동(西橋洞), 즉 서쪽 다리라는 뜻을 지닌 지명에는 과거 이 일대에 개천이 흘렀다는 내력이 담겨 있습니다. 이웃 동네인 동교동(東橋洞)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 생활문화자료조사에 따르면 이 개천은 동교동 와우산자락의 송정이라는 봉우리에서 흘러내려 ‘송정내’라 불렀다고 합니다. (홍익대 뒷산으로 알려진 와우산은 인근이 택지로 개발되기 전에는 산자락이 서교동과 동교동을 거쳐 연희동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작은 돌다리에서 유래한 동교동·서교동

이 개천에는 작은 돌다리 두 개가 있었습니다. 우리말로 ‘잔다리’라 불렀는데 한자로는 세교(細橋)라고 썼지요. 와우산자락의 높은 곳에 자리한 다리를 윗잔다리 혹은 동세교(東細橋)로, 이보다 아래쪽에 자리한 다리를 아랫잔다리 혹은 서세교(西細橋)라 불렀습니다. 

위 자료에 의하면 윗잔다리는 현재의 동교치안센터 부근에, 아랫잔다리는 현재의 서교동교회 부근에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두 잔다리 인근의 동리를 세교리1계와 2계로 구분했었는데 1914년에 동세교리와 서세교리로 지명이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일본식 지명인 서교정과 동교정으로 불리다가 1946년부터 동교동과 서교동으로 불리고 있지요. 

1970년대 중반 서교동에 살았던 저는 서교동에서 망원동 방향으로 흐르던 개천 주변을 지나던 기억이 많습니다. 주택가 사이를 흘렀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위에서 언급한 ‘송정내’가 그 개천을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개천이었습니다. 

서울시 조사자료에 따르면,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KT 신촌지사 부근으로 ‘앞냇가’라 불렸던, 주민들이 빨래터로 이용하던 개천이 흘렀는데 제가 지나던 개천의 상류였습니다. 연희동에서 발원해 연남동과 동교동을 거쳐 서교동과 망원동을 지나 한강으로 흘렀지요. 하지만 복개되어 동교로가 되었습니다. 

복개도로인 동교로는 경의선 숲길과 연남동 맛집 거리와 연결됩니다. 항공사진을 보니 제가 살던 시절인 1976년에는 아직 개천이 흘렀고, 1977년에는 일부 구간이 1978년에는 거의 전 구간이 복개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교동과 동교동 이름의 유래가 담긴 ‘송정내’는 완전히 메워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한편, 화력발전소가 자리할 정도로 서울의 외곽이었던 이 일대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핫한 동네가 된 배경 중에는 홍익대학교의 발전과 서교동 택지개발사업이 있습니다. 홍대를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문화공간과 상업시설이 주변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되면서 택지개발로 들어선 서교동 주택가의 변화를 불러왔으니까요.

서교동 일대의 택지개발은 한국전쟁 후 서울의 주택 부족 현상과 맞물려 있습니다. 주택 공급을 위해 서교동 일대를 택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1957년 7월 8일에 공고되었고, 실제 서교지구 택지구획정리사업에 따른 공사는 1960년에 착공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제2한강교로 통하는 폭 20미터 이상의 간선도로와 이 도로에 이어지는 세로(細路)를 건설하고, 그 도로들 사이에 택지를 배치하는 한편 학교와 공원 등 편의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구획을 만드는 공사였지요. 그 과정에서 제가 다녔던 서교초등학교가 1962년에 개교했습니다.

1965년에는 나중에 양화대교로 이름이 바뀌는 제2한강교가 개통되었습니다. 양화대교와 연결되는 양화로는 서교동 일대뿐 아니라 한강 서남부 주민들에게 서울 도심으로 연결하는 간선도로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됩니다.

서교지구 택지구획정리사업은 1967년에 완료됩니다. 지난주에 이야기한 서교동 365번지 일대도 이 사업을 통해 구획이 정리된 곳 중 하나이지요.

1966년 서교동 일대. 가운데 도로가 지금의 양화로, 사진 정중앙이 지금의 서교동사거리 부근. 노란 원은 ‘서교동교회’, 아랫잔다리가 있었던 부근으로 추정되는 곳. 1965년에 지은 교회 건물은 지금도 그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서울역사아카이브

1960~70년대 부촌으로 각광

택지로 정비된 서교동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중반, 당시로서는 서울에서 부유한 동네로 발전하게 됩니다. 서교지구에 속했던 동교동도 서울의 대표적 중산층 거주 지역이 되지요. 

서교동 일대가 중산층 거주지로 각광 받게 된 이유에는 상하수도나 도시가스 같은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게 한몫했습니다.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인 197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강북에서는 흔치 않은 생활 편의시설이었으니까요.

당시의 서교동 분위기를 보여주는 신문 기사가 있습니다. 1976년 3월 5일 <경향신문>의 ‘날아간 공작새 찾아주오’라는 기사에 서교동의 한 주택에서 기르던 인도공작 암컷 한 마리가 새장을 탈출했다는 사연이 등장하는데요 그 집에는 공작새 한 쌍뿐 아니라 원앙 등 각종 희귀 새 수십 마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새장을 설치할 만큼 마당 넓은 저택도 있었지만, 택지 조성사업으로 들어선 서교동의 단독주택들은 (당시 신문 기사에 따르면) 대개 60평에서 80평가량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건축한 양옥집이 많았습니다. 

이렇듯 서교동 일대는 원래 주거지역으로 개발되었지만, 현재는 ‘홍대 인근’ 혹은 ‘홍대 앞’이라는 지명으로 상징되는 지역의 중심 혹은 배후에 속하며 독자적인 문화와 새로운 소비가 일어나는 지역적 특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홍대 지역을 연구한 건축학이나 사회학 문헌들을 보면 ‘홍대 앞’이라는 지역성 형성과정에 서교동의 주택들이 이바지한 바가 크다고 분석합니다. 홍대를 중심으로 상업지역이 활성화되며 주변 주택가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었는데 이는 주거지역으로 상업시설이 확장되어 나가는 결과를 낳았다는 거죠.

서교동 394번지 일대. 필자가 살던 동네로 원래 단독주택이 늘어선 골목이었지만 왼쪽에 보이는 라인은 근린생활시설이나 다세대 주택으로 재건축되었다. 사진=강대호

상업시설에 밀려난 주택단지

다시 말해 홍대 인근 서교동의 주택 건물들이 상업시설로 점차 변화해 갔다는 겁니다. 물론 과거 택지구획정리사업 당시 건축한 단독주택 상태 그대로 주거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집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건물 일부에 가게가 들어서거나 용도가 아예 근린생활시설로 완전히 바뀐 단독주택들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단독주택들은 1990년대부터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으로 재건축되기도 했는데 1층이나 반지하에 상업시설이 입점할 수 있도록 지은 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 서교동 주택가에는 주거 목적의 단독주택을 헐고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변경한 건물이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제 가족이 살던 단독주택도 건물로 바뀌었더라고요. 옛집을 허물고 아예 근린생활시설 용도의 건물로 변신해있었습니다. 

서교동 394번지의 골목에 자리한 제 가족이 살던 옛집은 1973년 말에 준공됐습니다. 2층짜리 양옥이었고, 마당과 지하실이 있었습니다. 지하실에는 차고가 있었지요. 차고 옆으로는 벽으로만 나뉜 공간이 있었는데 유사시 방공호 용도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살던 무렵 그 동네는 조용한 주택가였습니다. 제 또래 아이도 드물어 골목도 조용했지요. 그런데 2000년대 들며 서교동 일대는 홍대 배후 지역이 되어갑니다. 제가 살던 골목 근처에도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게 들어섰더라고요. 아마도 그 영향을 받으며 저와 제 가족이 살던 골목도 함께 바뀌어 간 것 같네요.

제 옛집이 있던 자리에는 학원과 상업시설이 입주한 6층짜리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이 건물의 사용승인은 2004년 3월경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살던 옛집은 대략 30년 그 자리를 지키다가 새 건물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 헐렸습니다. 

옛 사진을 찾아보니 서교동 집 마당에서 찍은 건 없고 모두 실내에서만 촬영했네요. 아쉬운 마음에 당시 항공사진만 들여다, 아니 내려다봅니다. 혹시나 우리 집 마당에 나온 누군가가 보일까 해서요. 다음 글에서는 서교동의 이웃 동네인 망원동과 합정동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서교동 394번지 일대의 한 단독주택 건물. 위 사진과 같은 골목에 위치해 있다. 1974년에 주거 용도로 사용승인된 이 건축물은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되었다. 사진=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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