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아내 탓"과 "모른다"가 남긴 조국의 '가부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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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아내 탓"과 "모른다"가 남긴 조국의 '가부장주의'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9.07 11: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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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캐슬'에서 지도층의 '가부장적 성별 분업' 적나라
"엄마 탓, 아내 탓"하며 남성들 '전략적 무관심'으로 직무유기
20대 청년의 촛불, 권위주의·가부장주의에 대한 반발에 조국 '동참'
조국 역시 가부장주의에 젖어..."위선적 지식인" 분노의 부메랑 맞아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 호사가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조국캐슬’이란 신조어를 통해 보기를 좋아한다. 종영된 인기드라마 ‘SKY 캐슬’에 빗대 ‘조국캐슬’로 조롱받았던 조국 후보자 검증이 1막의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드라마 ‘SKY 캐슬’은 자녀가 최고 학벌을 획득해 부모가 누리고 있는 상류 계층의 기반을 세습하는 일에 올인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들의 모임에서 과외 팀이 꾸려지고, 서울의대 합격생의 학종(학생부 종합전형) 포트폴리오를 누가 받는가를 둘러싸고 엄마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文대통령, 조국 장관 임명할 것...이후 정치권, 전쟁수준 '공방'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가 정쟁화되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조 후보자 임명을 앞두고 실시된 9월 6일 인사청문회는 ‘작은 전투’였지만, 양보없는 여야 대격돌로 치뤄졌다. 청문회 이후 조국 후보자는 절차에 따라 법무장관에 오를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1막의 종결에 이어서 새로운 2막의 시나리오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대통령의 법무장관 임명강행을 명분 삼아서 국정조사 요구와 특검실시 등 총선용 지지층 결집으로 가기 위한 새로운 전쟁과 총선 전 휴전을 준비할 것이다. 민주당과 청와대도 자유한국당의 공격에 맞대응하면서 지지층결집과 진영논리로 응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예상되는 2막에서 여야의 공방전과 총선 전 휴전은, 6.25 전쟁후 ‘휴전협정’을 앞두고 삼팔선 주변의 땅을 한 치라도 더 뺏기 위해 더 많은 희생자를 낸 휴전의 역설과 딜레마처럼, 더욱 치열한 공방전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다. 특히, 검찰이 조국 후보자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법무장관의 피의자 신분 전환 그리고 이에 따른 법무장관 사퇴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2막 시작에 앞서 ‘조국캐슬’로 지칭됐던 조국 후보자 검증과정의 1막이 어느 정도 종결된 만큼,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조국 후보자의 모습을 ‘SKY 캐슬’과 비교하고, 그 시사점과 교훈을 찾아보는 것도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조국캐슬'이 남긴 전근대성...심각한 `가부장的 직무유기` 
 
조국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선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해명에 나선 바 있다. 기자간담회 발언에서 조국 후보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중 “가장(家長)으로서, 아버지로서 가정을 관리하는 ‘제가’(齊家)를 잘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고, 그 나머지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인했다.
 
이에 많은 언론과 여론은 “모든 의혹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거나 “모르쇠로 부인”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부실한 셀프 청문회’임을 꼬집었다. 당연히 “기자간담회에서 의혹이 대부분 해소됐다”는 여당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여론조사로 볼 때,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더욱 커졌다. 그 원인의 핵심에는 레토릭 차원의 언사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가장(家長)과 제가(齊家)로 표현되는 상징성처럼, 가부장주의적 성별분업과 역할에서 나오는 그의 무책임한 태도 즉, “가부장주의적인 직무유기”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부장적인 직무유기는 드라마 ‘SKY 캐슬’의 주인공들이 공유하고 있거나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가부장주의와 매우 닮았다.
 
조 후보자는 8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아내가 해서 몰랐다”, “이과 쪽 논문이라 몰랐다”, “사모펀드 자체를 몰랐다”는 등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의 입에서 ‘모른다, 몰랐다’(88회), ‘알지 못했다’(27회), ‘알 수 없었다’(14회), ‘이번에 알았다’(7회), ‘처음 들었다’(5회)는 표현들만 141차례가 나왔다.
 
특히 아내를 앞세우면서 자신은 모르는 체 빠지려고 하는 조 후보자의 언행은 6일 인사청문회 당일 동양대 총장 표창장 관련 발언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조 후보자는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허위 수상 의혹과 관련해 최성해 동양대 총장과 직접 통화했다는 최 총장의 발언에 대해 “저는 내용을 모르니, 제 처가 너무 흥분한 상태라 진정하라 하면서 총장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제 처가 이러이러한 주장을 하니 잘 조사해주시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조 후보자의 설명은 최 총장의 주장과 다르다. 최 총장은 조국 후보자로부터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전화로 거짓 증언을 종용받았다고 폭로했다. 최 총장은 5일 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전화해서 (딸의 표창장 발급을) 본인이 위임받은 것으로 해달라고 한 날 조국 교수를 바꿔줬다”며 “(조 후보자가) ‘그렇게 해주면 안 되겠느냐, 법률고문팀에 물어보니까 그러면 총장님도 살고 정 교수도 산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딸의 부정한 스펙 쌓기에 이은 부정 입학 의혹을 받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딸의 부정한 스펙 쌓기에 이은 부정 입학 의혹을 받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공직자들의 '아내 탓', 직권남용보다 더 큰 문제
 
드라마 ‘SKY 캐슬’에서 드러난 가부장주의를 예리하게 비판한 사람은 자유기고가 오수경씨이다. 그는 “여자들의 전쟁”이란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2019.02.15일자) 통해 ‘SKY 캐슬’을 예리하게 해부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엄마, 아내, 딸로 등장한 여성들은 가부장들의 각성을 위해 희생되거나, 자식을 망하게 한 원흉이거나, 가부장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거나, 다른 여성을 멸시하는 존재일 뿐이었다”고 비평했다. 
 
이어서 그는 “언뜻 보면, 가족의 중심은 교육과 살림을 주로 담당하는 여성들에게 있는 것 같지만, 그 여성들은 결국 계급 상속과 가부장 사회 유지를 위한 도구로 활용될 뿐이었다”고 하면서 “반면에 남성들은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용서받기 쉬우며 ‘엄마 탓’과 아내 잘못을 제물 삼아 너무 쉽게 가족의 중심으로서 지위를 회복했다”고 쓴소리를 한다.
 
그러므로 그는 “이 드라마의 서사는 상당부분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결국 그 여성들을 가르치며 가족주의를 더 강화하는 주체인 가부장 사회 속 남성들은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를 ‘여자들의 전쟁터’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또한 경향신문 임아영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드라마 속 아빠들은 하나같이 권위적인 ‘가부장’이다. 짐짓 아이 성적에 ‘쿨’한 척하지만 아이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오면 ‘엄마 탓’을 하는 가부장”이라고 보면서 “남자들은 거들먹거리며 퇴근 후 옷을 아내에게 건네고 아이 성적에 문제가 생기면 아내를 탓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이유정씨는 “드라마 <SKY 캐슬>이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이라는 제목의 오마이뉴스 칼럼(2019.2.6)에서 “<SKY 캐슬>에서 엄마들은 악인이 되거나 필요 이상의 대가를 치르는 반면, 아빠들의 명백한 잘못은 묵인되거나 너무 쉽게 용서받는다”고 비평한다.
 
공직자들이 ‘아내 탓’으로 책임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부동산 투기 비판 여론에 밀려 지난 3월 29일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다. 그는 투기논란이 일자 “아내가 상의 없이 결정한 것”이라고 둘러댔다가 비난을 받았다.
 
2002년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도 아내 탓을 했다. 그는 아들과 딸을 서울 강남의 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 “맹모삼천지교로 생각해 달라”며 아내의 교육열을 앞세워 호소했지만 낙마했다. 그리고 2018년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있고 아내가 한 부분도 있지만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둘러댔다가 비난을 받았다.
 
공직자들이 습관처럼 비리문제에 걸리면 대체로 ‘모른다’거나 ‘아내 탓’을 많이 한다. 이것은 한마디로 “젠더감수성 부족에 따른 가부장적인 직무유기 태도”라 할 수 있다. 직권남용보다 더 큰 문제는 직무유기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실제 아내 탓일 수도 있다.

언론과 야당이 제기한 무수한 억측과 의혹중 상당수는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위선적 지식인'이라는 치명적 상처를 안게 됐지만,  조국은 '검찰 개혁'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만은 지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
언론과 야당이 제기한 무수한 억측과 의혹중 상당수는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위선적 지식인'이라는 치명적 상처를 안게 됐지만, 조국은 '검찰 개혁'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만은 지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

가부장의 전략적 무관심, 정의·공정 외면하는 직무유기될 수 있어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가정이든, 직장이든, 공직이든, 공정과 정의를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은 성별에 따른 분업과 역할을 떠나 개인 양심의 자유에 따라 구성원이 “함께” 결정하지 않는 반민주적인 직무유기적 태도가 문제다.

이런 반민주적인 직무유기적 태도는 가부장주의적 습속(사적 영역과 공적영역의 이분법)에 따라 가정관리의 일인 양육과 경제문제는 아내와 여성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남편과 남성들은 사회적인 참여와 공적인 일(앙가주망)에만 전념해야 된다는 식의 가부장주의적 태도를 만든다.
 
흔히들, 손자가 SKY대에 가기 위해서는 3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농담한다. 조부의 경제력, 모친의 정보력, 부친의 무관심이다. 여기서 가부장주의적 성별분업으로서 부친의 무관심은 단순한 무관심과 다르다. 여기서 무관심은 주변인들의 침묵, 묵인, 방조를 만드는 무관심으로 젠더폭력과 학교폭력의 원인이 되는 전략적 무관심이다. 이에 침묵, 묵인, 방조를 만드는 무관심은 정의와 공정과 관련해서 직무유기의 범죄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국, 민주적 생활습속 내면화 못해 '위선적 지식인' 낙인  
 
지난 2015년, 20대 청년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밑바닥 정서에는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권위주의와 가부장주의에 대한 강한 반발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조국 후보자는 여러 차례 그런 것에 맞서 싸울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2019년 조국 후보자는 청년들로부터 저항을 받고 있다. 이것은 그가 민주적인 생활습속을 내면화하지 못한 채 언행일치의 생활진보를 실천하지 못한 까닭으로 ‘위선적 지식인’의 대명사로 분노의 부메랑을 맞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교수에 이어서 현재는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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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2019-09-08 00:37:22
재미있는 설득력있는 분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