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개방형 경선제를 선택한 심상정 대표 당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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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개방형 경선제를 선택한 심상정 대표 당선의 의미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승인 2019.07.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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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더이상 민주당 2중대 노릇 안한다
대중정당화 실현으로 진보정당 집권의 꿈 꾼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지난 7월 13일 정의당은 새 대표로 3선의 심상정 의원을 선출했다. 심상정 의원은 총 득표수 1만6177표(83.58%)를 얻어 3178표(16.42%)에 그친 양경규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을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개방형 경선제’를 선택해 당의 혁신을 주창한 심상정 신임대표가 진보정당의 전통적인 노선으로서 자리매김 해온 ‘선명성 강화’노선을 내세운 양경규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이긴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압도적인 당선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개방형 경선제를 주창한 심상정 당대표를 뽑은 정의당 당원들의 선택은 매우 흥미롭다.

진성당원의 이념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진보정당의 관행에서 벗어나 있는 개방형 경선제가 주는 변화와 함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토론해 보는 것은 정당발전에 유익한 일이다.

심상정, '대중적 진보정당화의 길' 선언

심상정 신임대표는 내년 4월에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지휘하는 중책을 맞게 됐다. 그는 대표수락연설에서 “오늘 선거 결과는 심상정의 승리가 아니라 당의 승리를 책임지라는 5만 당원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내년 총선승리를 딛고 당당하게 진보집권을 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가 내년 총선을 이끌 지휘부가 된 만큼, 그가 내건 공약과 지략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내년 총선은 그가 이끄는 정의당이 한국정치의 판도를 바꾸는 진보정치세력으로서 성장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의식하고 있는 듯, 심 대표는 대표수락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을 역사의 뒤안길로 퇴출시키고 민주당과 개혁경쟁을 넘어 집권경쟁을 시작할 것”이며 “정의당은 더 이상 소금정당, 등대정당 역할에 머무를 수 없다. 1800만 촛불의 대표정당으로 발돋움해 총선 승리와 진보 집권의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저 심상정 총선에서 비례의석 한두 석 더 얻기 위해 대표된 것 아니다. 지역구 후보들의 출마와 당선을 위해 당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라고 하면서 “5만 당원만이 아닌 300만 지지자가 참여하는 총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당의 지역조직기반을 획기적으로 확장하고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에 당선된 심상정 정의당 신임대표와 경선에 나섰던 양정규 후보. 사진= 연합뉴스
대표에 당선된 심상정 정의당 신임대표(왼쪽)와 경선에 나섰던 양정규 후보. 사진= 연합뉴스

심상정의 개방형 경선제가 갖는 의미는

심 대표는 ‘비례 정당’의 한계를 넘어서서 명실상부한 대중적 진보정당의 위상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개방형 경선제를 총선전략으로 천명했다. 심 대표는 왜 개방형 경선제를 선택했을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경규 후보와의 논쟁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차 유세전에서 양경규 후보는 불평등의 사회를 바꿀 새로운 진보정당의 언어로 ‘민주적 사회주의’를 주창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군소정당 탈피와 크고 강한 정당을 위한 외연 확장으로 ‘개방형 경선제’를 주창했다.

심상정 후보는 양경규 후보가 내세운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생각하는 정의당의 이념은 다원적 진보주의”라며 “개혁적 자유주의부터 시작해서 민주적 사회주의까지 공존하는 정당”이라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민주주의 하에서 정당은 이념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라며 “노동자, 청년, 임차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념의 선정적인 아니라 정치적으로 더 큰 책임을 지는 정의당”이라며 “그것이 바로 심상정과 당원과 함께 가고자 하는 길”이라고 강조해 말했다.

“정의당은 이념정당이 아니다”라는 심 후보의 공세에 맞서 양 후보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불평등의 세상에 대한 진보정당의 대안”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리고 선명성을 강조한 양 후보는 ‘개방형 경선제’에 대해 “결단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후보는 “지지율 7%의 정당이다. 정체성 취약으로 인해 여전히 민주당과의 차별성이 없어서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으로서의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형 경선제를 한다면 정의당이 어떤 색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양 후보의 비판에 맞선 심 후보는 개방형 경선제 도입을 “담장 밖을 넘어설 용기”라고 표현한다. 심 후보는 “정의당을 더 개방하고, 더 혁신해서 5만 당원 넘어서서 300만 지지자를 당원으로 만들겠다”며 “정의당의 빛나는 전통인 당원총투표를 바탕에 두면서도 개방형 경선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는 “300만 명의 지지자 중 10%를 선거인단으로 구성해 취약한 지역 총선 기반을 강화하고 당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올리자는 것”이라며 “당과 지지자의 거리를 좁혀 획기적인 당원 강화로 연결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차 유세전에서도 개방형 경선제를 놓고 두 후보는 격돌했다. 심 후보는 “(대표, 부대표 등의) 당직은 당원이 뽑고 공직선거에서는 당원 총투표를 전제로 개방형 경선제를 시행해 지지자의 일부를 밀착시키려는 조직전략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양 후보는 개방형 경선제에 대해서 “정의당의 정체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후보보다는 당의 정체성을 희석할 후보가 선출될 확률이 높다”며 비판했다.

정의당, 민주당 2중대 노릇 벗어날까...집권의 꿈은

그렇다면 심상정은 왜 ‘비례정당의 한계’를 넘어서자고 주장했을까? 그리고 대안으로 개방형 경선제를 천명했을까?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3선의원의 경력에서 나오는 현실주의자로서 판단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 실현’에 과도하게 올인했던 것에 대한 반성에서 찾는 것이 적절하다.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역할을 해오다가 최근의 ‘해고사태’를 맞이해서 누구보다도 정의당 자강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남 탓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더 이상 ‘민주당 2중대 노릇’ 혹은 ‘민주당 용병노릇’이란 오명을 듣지 않도록 자강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권영길의 ‘하층교섭정치노선’과 정의당 이정미의 ‘상층교섭정치노선’ 차이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민노당 권영길 지도부는 영국노동당이 자유당을 3당으로 밀어내고 양당구도를 확보한 방법에 착안해, 분단속 대통령제 소선거구 양당체제라는 현재의 권력구도를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을 제3당으로 밀어내기 위해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와 ‘민생노선’을 강화하는 ‘하층교섭정치’를 강조했었다.

하지만 정의당 이정미 지도부는 ‘분단속 대통령제’가 아니라 내각제, 연립정부를 전제로 해 ‘연동형비례대표제 확대’와 ‘결선투표제 실시’ 등으로 민주당과의 연정과 선거연합에 올인하는 ‘상층교섭정치’를 강조했었다.

그렇다면 심상정 당대표가 개방형 경선제도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선 ‘개방형 경선제도’의 실현을 방해하는 이데올로기인 ‘정당약화론’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 이데올로기는 21세기의 변화된 유권자 참여를 19세기 대중정당모델의 틀로 막으려는 시도로, ‘정당’을 삼위일체의 정당기능론(‘조직으로서의 정당’, ‘정부 내 정당’, ‘유권자 속의 정당’)으로 균형있게 보지 않는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즉 ‘조직으로서의 정당’기능이 큰 ‘대중정당’(계급정당·이념정당·정파활동가 정당)을 정당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표준모델로 삼는다면, ‘정당의 약화’가 정말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의원 기능의 ‘정부 내 정당’과 유권자 기능의 ‘유권자 속의 정당’의 연계를 강조하는 ‘네트워크 정당 모델’에서는 정당의 약화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의원들과 연계를 맺는 지지자들의 참여가 확대된다면, 그만큼 쇠퇴하고 있는 ‘조직으로서의 정당’기능을 대신해서 다른 두 연계기능의 비중이 커져 당의 대중적 토대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방형 경선제도의 효과는 민주당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크다. 특정 인물이나 정파가 당을 사당화하는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정당의 개방적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정당민주주의와 책임정치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 채진원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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