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팍스 코리아나’를 예비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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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팍스 코리아나’를 예비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승인 2019.06.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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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한국의 민주주의·자유 가치 '아시아 보편성' 확인
BTS "사회적 편견과 억압, 막아내겠다" 정신과도 연결
연방제적 공화주의 연대 지향해야..."친일파" "종북파" 척결싸움 그만하자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세계 속에 한국인들이 빛나고 있다. BTS, 류현진, 손흥민, 봉준호, 이강인 등이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이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냈다. 거기에다 최근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의 집회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시아의 인터내셔널가로서 큰 의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홍콩 시위현장에서 울려 퍼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유튜브 채널 ‘홍콩덕후 JPs Edit’등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범죄자를 중국으로 송환하는 법률 개정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온 홍콩 시민들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중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환했다.

중국 반환이후 최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콩. '범죄인 인도송환법'에 반대하는 이 시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중국 반환이후 최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콩. '범죄인 인도송환법'에 반대하는 이 시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홍콩 시민들은 이 송환법이 '중국 반체제인사와 인권운동가 중국 본토 송환을 용이하게 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이것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노래를 통해 아시아와 전세계에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가히 ‘민주주의의 한류’라 할 수 있다.

BTS를 통한 K팝 한류뿐만 아니라 우리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다른 나라에 퍼지면서, 이 곡은 다른 국가와 우리의 민주주의를 향한 ‘세계연대의 매개체’가 됐다. 유튜브 등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BTS를 비롯한 아이돌 그룹의 한류에 비견되는 ‘민주주의의 한류’로서 뿌듯해 했다.

광둥어로 개사된 노래를 부른 가수는 홍콩 시민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에 대해 “저는 이 노래가 굉장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들었을 때 피가 끓어올랐고, 나중에 우리 국민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소개하면서 세계시민으로서 연대성을 호소했다.

우리 시민들 역시도 광둥어로 소개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듣고, 세계 속에 높아진 우리 국격을 확인하면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인 애국심을 키웠다. 우리 국민들은 산업화에 이어서 민주화에 성공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자긍심 및 소속감을 갖게 됐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스럽게 우리가 가진 ‘좋은 것’을 이웃나라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하고 연대하는 개방된 마음을 키웠다.

공화주의적 애국심, 비지배적 자유 추구...방탄소년단의 가치와 통해

우리가 가진 ‘좋은 것’을 이웃나라들과 함께 나누려고 하는 개방된 마음은 학술적으로 ‘비지배적 자유’를 추구하는 ‘공화주의적 애국심’으로 불린다. 이 공화주의적 애국심은 BTS의 정신과도 통한다. ‘방탄’이라는 이름은 “사회적 편견과 억압의 ‘총알’을 막아내겠다”는 ‘비지배적 자유정신’과 통한다.

공화주의적 애국심은 이른바, ‘팍스 코리아나’의 정신과 닮았다. 이참에 팍스 코리아나(Pax Coreana) 시대를 열기 위한 우리 정치의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이 팍스 코리아나의 정신은 지난 6월 1일 러시아에 이어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을 공식 방문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동포 여러분의 힘을 합치고, 여야 없이 합치고, 남북을 합쳐 전 세계에 ‘팍스 코리아나’ 시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 의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 ‘내가 원하는 대한민국은 군사·경제뿐 아닌 문화 대국’이라고 했는데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 황금종려 작품상을 받고 빌보드 1·2위는 BTS가 차지하고 있다. 한류 열풍이 여기까지 분다”고 했다.

이어서 문 의장은 “기적 같은 남북 대화와 평화 프로세스가 이뤄지는 중”이라며 “문화 대국도, 군사·경제 대국도 되는 세계 유례없는 우리나라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역사상 유례없는 근대화와 민주화를 이뤘다. 긍지를 가져도 된다. 크게 보고, 넓게 보고, 비상하자”고 제안했다.

방탄소년단(BTS)는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 맞서겠다는 가치를 지향한다. 사진=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는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 맞서겠다는 가치를 지향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동아시아 정체성 형성에 적극 참여할 필요

문희상 국회의장의 ‘팍스 코리아나 시대’ 제안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뒤 촛불시민혁명으로 전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는 한국이 새로운 동아시아 정체성을 만드는데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하여 주변국들의 지지와 동의가 이뤄진다면, 팍스 코리아나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팍스 코리아나는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이 패권전쟁을 벌이면서 한반도의 주권을 유린하고 분단체제를 고착화한 우리의 허약했던 과거사를 극복하고, 자주적인 개방국가의 위상을 확립하여 번영과 평화로 나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계기이자 전환점이다. 

팍스 코리아나의 출발점을 잡기 위해서는 한류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것의 포인트는 아시아에서 세계시민의 탄생과 연대성을 돕는 21세기 한국 드라마의 매력을 찾는 일이다. 즉 자유롭고 대등한 한국 남녀사랑의 문화가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의 소프트파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 남녀들의 대등한 사랑, 자유 · 민주주의 소프트 파워 

한국 드라마는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에서 인기가 많다. 한류문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겨울연가’, 중국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 대만에서는 ‘대장금’, 태국에서는 ‘태양의 후예’가 인기가 있다. 물론 각 나라마다 여성의 희망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강세 드라마가 다르다.

일본 여성들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워낙 강해서 평등하고 따뜻한 남자인 배용준에 반하고, 중국 여성들은 권위주의 문화에 대한 탈출구가 필요해서 다른 별에서 온 김수현에 의해 구원받고자 한다. 대만 여성들은 직장생활에서 부정과 불공정의 고통을 받고 있어서 이런 것에 당당하게 맞서는 대장금 이영애가 인기가 있다. 태국 여성들은 남성의 성비율이 낮고 이쁘장한 남자들은 대개 동성애자가 많아 여성들을 애태우는 상태에서, 이쁘장하면서도 남자다운 송준기를 좋아한다.

아시아인들이 한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그들은 자유롭고 대등한 한국 남녀의 사랑의 모습을 부러워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것은 곧 남녀 사랑을 통해 드러난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아시아의 소프트파워로서 주변국들의 동의와 지지를 받으면서 ‘보편적 문명국가(헌법제국)’로 부상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아닐까? 결국은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시민의 탄생과 세계시민적 연대성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팍스 코리아나(Pax Coreana)의 시작은 주변국 시민들의 동의와 지지여부가 성패의 관건이다. 이것의 유무는 과거 제국주의 국가와 배타적 민족주의 국가와 달리 한국이 문화대국, 즉 ‘보편적인 문명국가(헌법제국)’로서 팍스 코리아나를 실현할 수 있느냐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여기서 ‘보편적인 문명국가’란 자국 시민과 주변국 이웃시민들에게 ‘비지배적 자유’를 위해 시민권과 참정권을 차별없이 보편적으로 동일하게 보장하면서도 문화의 다양성을 점진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개방적인 연합국가(합중국)’을 만들고, 국가운영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적 애국심으로 운영하는 공화주의 국가패러다임을 말한다.

동아시아 연방공화국 가능할까...BTS가 던지는 말 주목

21세기 한국은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론>에서 한·중·일이 하나가 되기 위해 현재 유럽연합과 같은 공동체 건설을 제시했듯이, 이제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연방제적 공화주의 연대’에 기초한 ‘동아시아 연방공화국’ 건설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정치가 방탄소년단(BTS)의 뉴욕 유엔본부 연설에 주목하여 거기에 부합하도록 근본적인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시도해야 한다. 지난해 9월 24일 연설한 BTS리더 김남준은 젊은 세대를 향해 “나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고 하면서 “국가, 인종, 성 정체성 등에 상관없이 자신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이런 김남준의 메시지는 한국정치가 더 이상 ‘사대주의’와 ‘민족주의’ 및 ‘동화주의’에 갇혀서, “친일파 척결” 대 “종북파 척결”구도의 퇴행적 당쟁으로 국민과 국가를 분열시켜 국력과 국민세금을 낭비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21세기 아시아 미래국가의 번영과 평화를 포기한 채, 권력획득을 위한 자기지지층 결집에만 목을 매고 허송세월하면서 정치불신을 자초하는 것은 국망의 지름길임을 시사한다.

● 채진원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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