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꼼수로 의원정수 늘리자는 구태정치권의 몰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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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꼼수로 의원정수 늘리자는 구태정치권의 몰염치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승인 2019.06.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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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불신 자초한 '정치권 의원정수 확대' 국민 공감 못얻어
양당제下 정치적 다양성 모색...통합 이나 연합공천 기회 넓혀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지난 4월 30일 이후 현재까지 선거법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를 놓고 여야가 강대 강으로 맞선 지 한 달째가 되고 있다. 국회파행으로 민생법안과 추경안 처리 등이 늦어짐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야가 국회정상화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조건없는 등원’과 ‘패스트트랙 철회’를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효상 기밀유출논란과 더불어 난항에 빠진 협상분위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정당과 의원들의 구태정치행태이다.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회의원 정수 늘리기'

박지원 민평당 의원, 유성엽 민평당 원내대표, 손학규 바미당 당대표 등은 민주당과 함께 의원정수동결을 전제로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동참했으면서도 당초 입장을 바꿔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했다.

그들은 애시 당초 50%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패스트트랙에 무리하게 태워서 강행처리해 놓고, 이제 와서 여론지형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되자 의원정수 확대로 탈출구를 찾는 모양세다.

정녕, 그들은 자유한국당의 극한 반발과 국회공전을 불러온 패스트트랙 강행처리의 전제가 의원정수 300명 동결과 지역구 23석 축소였다는 것을 잊었단 말인가? 그들의 행태를 어찌 봐야 할까? 한마디로 국민을 기만하는 기회주의적 꼼수로써, 국민에 대한 몰염치이자 후안무치이다.

일찌감치 의원정수 확대에 물꼬를 낸 사람은 정치 9단으로 통하는 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5월 6일 광주 KBS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 나와 “우리나라의 300명 국회의원은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적은 숫자”라며 “국민정서도 (의원 정수 확대를) 이제 많이 이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군불을 지폈다. 

유성엽 민평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13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기자간담회에서 “100%가 아닌 반쪽자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의석수를 늘리는 등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표결에서 부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성엽 원내대표는 5월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호남 7석, 영남 8석이 줄어든다. 지금보다 훨씬 의석 많이 가져가는 정의당은 이해가 가지만 왜 우리나 바른미래당이 그걸 덜컥 받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받지 말아야 할 것을 허겁지겁 합의했는데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성엽 원내대표는 “지방 중소도시 지역구 축소를 막아낼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려면 전체 50석 정도 늘려야 한다. 세비를 50% 감축하고, 국회의원 50명 늘리자”고 주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5월 15일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회 본회의 통과도 어렵다”며 “지역구 수를 그대로 두고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5월 24일 손학규 대표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이 요구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반대 의결’에 대한 안건상정을 거부했다. 이런 손학규 대표의 거부에 대해 이준석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이미 의원정수 확대를 공개 천명한 바 있다며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정책 판단이 당의 혼란을 가중했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5월 1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작년에 그 얘기(의원정수 증원)를 했었죠”라면서 “그런데 결국은 국민들의 여론이 의석수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하여서 민주당이 내놓은 어떤 절충안이죠? 절충안을 4당이 합의를 한 거다. 그런데 사실 이게 합의가 될 때 현실적인 과정에서 분명히 지역구를 축소하는 것에 대해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좀 일찍 터져나온 것”이라고 당혹스러움을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5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원정수는 분명히 당론으로 정리했다. 300인 넘지 않는다고”라며 “국민 여론조사를 봐도 압도적 다수가 300인이 넘으면 안된다는 의견이기에 300인 정수는 지켜져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렇다면, 유성엽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세비를 동결해서 국회의원 늘리자는 주장은 어떨까?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쪽에선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 ‘세비 삭감을 통한 국회 예산 동결’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5월 21일 정갑윤 자한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분석·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장은 예산을 동결하더라도 결국 비용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반론에 직면해 그런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21대 국회 4년 임기 동안 의원 1인당 소요되는 추정 비용 34억 7100만원 가운데 보좌진 인건비와 의원실 운영비가 28억 원이 넘는 만큼 비용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보좌진 인건비와 의원실 운영비만 해도 4년 동안 30명 증원 시 800억원, 60명 증원 시 16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의원정수 확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5월 24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국회의원 전체 수를 현행 300석보다 늘리는 방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은 17%에 그쳤다, 반대가 72%에 달했다.

또한 국민들은 ‘국회의원 전체 의석을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은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현재보다 28석 늘리는 패스트트랙 안’에 대해서도 찬성은 35%에 그쳤고, 반대가 47%로 더 많았다. ‘기존 비례대표 의석을 없애고 지역구 의석만 270석으로 하여 국회의원 전체 수를 10% 줄이는 자유한국당 안’에 관해 물은 결과 60%가 찬성했고 25%가 반대했다.

당내 리더십이 붕괴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의원정수 확대' 관철을 통해 당내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하지만, 상처입은 리더십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당내 리더십이 붕괴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의원정수 확대' 관철을 통해 당내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하지만, 국민들이 반대하는 안일 뿐이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해 물은 결과 37%가 ‘좋다’, 33%는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이것은 6개월 전인 작년 11월 넷째 주 조사때 ‘좋다’가 42%, ‘좋지 않다’가 29%와 비교하면 지지여론은 줄고 반대여론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 양당제 아닌 '온건한 양당제 모델' 고려해야

이같은 <한국갤럽>조사의 결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 공감 여부보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거부감, 비례대표보다 지역구 의원 선호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것은 국민들이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불신과 반감이 높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수나 의원정수 확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사점은 정치권이 정치개혁방향에 대해 국민여론과 거리가 먼 ‘연동형비례제 확대’의 고집보다는 ‘정당간 연합공천활성화’나 ‘정당공천개혁’에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왜냐하면, 분단속 대통령제는 집권당과 반대당으로 양당제를 구축한다는 '듀베르제의 법칙'으로 인해, 다당제나 내각제와 친화적인 연동형비례제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고로 한국정당의 문제는 ‘양당제’가 아니라 ‘극단적 양당제’가 문제였던 만큼, 대안은 '다당제'가 아니라 '중도수렴의 온건한 양당제'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이에 ‘정치적 다양성의 실현’ 역시도 ‘빅텐트론’과 같이, 국민다수의 포괄적 이해와 참여를 반영하는 '포괄정당모델'이나 '시민참여형 네트워크정당모델'의 추구와 함께 '국민참여경선제의 법제화'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과거 ‘혁신과 통합’이 ‘시민통합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통합해 ‘민주통합당’을 만들어 국민참여경선제로 공천했듯이, 정의당과 민평당 등이 민주당과 통합하거나 연합형태으로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 채진원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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