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조국의 '가짜애국론' 넘어 안중근의 '공화주의 애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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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조국의 '가짜애국론' 넘어 안중근의 '공화주의 애국'으로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승인 2019.08.03 1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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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전 안중근 의사 '동영평화론', 한중일 평화공존 방안 제시
아베, 북 비핵화 위한 한미일 동맹에 '이적행위'한 꼴
조국의 '감정적 애국주의' 대신 안중근의 '공화주의적 애국' 실천해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지난 8월 2일 일본 아베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한·일 양국관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아베정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의 연쇄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로 동북아 안보가 흔들리는 시점에서 한·일 양국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에 협력하기보다는 적전분열(敵前分裂)의 이적행위(利敵行爲) 양상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100년이 지나도 빛나는 안중근 의사 '동양평화론'

아베가 안중근 의사가 말한 ‘동양평화론’의 관점에서,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일제 과거사의 문제를 경제제재 카드를 앞세워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것은 지탄받을 일이다. 자유무역을 주창하던 아베가 보호무역 성격이 강한 치졸한 수단을 동원한 것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규범을 파괴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임에 틀림없다.

순국 직전의 안중근 의사. 안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이토 히로부미 일본총리를 살해하고 다음해인 1910년 3월26일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순국 직전의 안중근 의사. 안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이토 히로부미 일본총리를 살해하고 다음해인 1910년 3월26일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미완의 작품이지만,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서양의 침략 속에서 동양이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탄생했다.

안중근은 ‘동양평화론’에서 오늘날 ‘EU(유럽연합)’과 같이, 한·중·일 삼국과 동남아시아가 공용 화폐를 발행하고 공동 군대를 창설하는 등 ‘연방주의 공동체’를 결성해 영구적 평화와 번영을 얻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긴급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부당조치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임전무퇴(臨戰無退)의 비장함을 언급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강제노동 금지’와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일본이 G20 회의에서 강조한 자유무역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일본 정부 자신이 밝혀왔던 과거 입장과도 모순된다”고 했다.

한일 사태 악화 막는 '글로벌 시민연대' 필요

이번 사태가 양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지혜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초당적이고 초국가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시민사회’의 연대와 함께 ‘아시아 화합을 위한 공론장’이 필요하다.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상처를 넘어서기 위한 시민적 연민, 우정, 연대를 보여준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의 감동적인 포옹처럼, 한일양국은 아래로부터 시민사회의 연민과 연대를 통해 반일(反日)과 혐한(嫌韓)을 넘어 ‘동양평화론’에서 언급한 공동번영과 평화의 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 지식인들과 시민사회는 “일본이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제국주의에 빠지게 된 중요한 원인이 민주공화제와 다른 천황제에 맞서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근대적 개인을 형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한 마루야마 마사오 선생의 지적을 기억해야 한다.

양국 정부와 정치권 및 시민사회 모두는 이번 사태를 권력유지나 선거승리를 위해 ‘국민 편가르기’와 ‘자기지지층 결집용’으로 이용하지 말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아시아의 공동번영 및 자유확대를 위한 초당적이고 초국가적인 아시아연대방안에 대해 지혜의 공론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한국 '아시아 방파제 역할론' 주창해야

이제부터 양국 정부는 냉정하고 차분한 외교와 협상력을 본격적으로 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정부는 ‘아시아 방파제 역할론’을 제기해야 한다. 강력한 ‘방어적 군사력’으로 통일한국이 ‘동아시아 방파제’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에는 한반도가 미국의 중국진출 통로가 되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는 한미일 동맹의 전력자산을 방어하는 아시아의 방패제가 될 것임을 설득하여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리고 양국 정부와 글로벌 시민사회는 도덕주의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후 처벌의 강화보다는 근본적인 예방과 재발방지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원인진단과 처방 및 재발방지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양평화론’과 거리가 먼, 공동번영과 평화의 길을 위협했던 즉 성숙하지 않은 일본 제국주의를 만들었던 ‘민족주의노선’과 ‘국가주의노선’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군사전문가인 클라우제비츠의 전쟁과 정치관계에 대한 지혜를 이해하고, ‘공화주의 애국심’이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애국심과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면서 성숙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것을 견제해야 할 것이다.

전쟁으로 얼룩진 근대 유럽에서 독일 통일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외교의 연장으로서 다른 수단의 정치”라는 통찰을 남겼다. 그는 조국 프로이센이 국민의 자발적 애국심에 기초한 국민개병제로 무장한 프랑스 나폴레옹의 공화국 군대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돈으로 움직이는 용병군이 아니라 똑같이 자발적 애국심으로 무장한 시민과 시민군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농노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농노해방을 통해 자발적 애국심에 기초한 국민개병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외교적 행위”이기에 지도자와 참모들은 전쟁의 정치적 목적이 ‘협상’인지, ‘상대국의 파멸’인지를 분명히 구별해, ‘감정적인 신념윤리’가 ‘이성적인 책임윤리’를 지배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클라우제비츠의 주장은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등 현 국민정서와 반일감정상 곧바로 반론에 부딪친다. 특히, ‘집단사고(group think)’에 빠지기 쉬운 위치에 있는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의 반론에 부딪치기 쉽다. 여기서 ‘집단 사고’라는 것은 최고의사결정자인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반대의견을 말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만장일치라는 동조의 압력으로 인해 충분한 숙의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결론에 도달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소통양식을 말한다.

조국 전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한 장면. 사진= 연합뉴스
조국 전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한 장면. 사진= 연합뉴스

조국 전수석 '가짜애국' 주장, 감정적 대응으로 비쳐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8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일본이 도발한 ‘경제전쟁’ 상황에 대하여 일본과 한국 양쪽의 ‘민족주의’ 모두가 문제라며 ‘양비론’을 펼치고 ‘민족감정’ 호소는 곤란하다고 훈계하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전개하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냉소적 평가를 던지고 ‘이성적 대응’을 운운한다”고 비판했다.

어서 조 전 수석은 “일본 정부의 ‘갑질’ 앞에서 한국 정부와 법원도 문제가 있다는 말하는 것은 한심한 작태이다.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그래야 협상의 길도 열리고, 유리한 협상도 이끌어낼 수 있다. 국민적 분노를 무시·배제하는 ‘이성적 대응’은 자발적 무장해제일 뿐”이라며 “여건 야건, 진보건 보수건,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확실히 하자. ‘피’(彼)와 ‘아’(我)를 분명히 하자. 그리고 모든 힘을 모아 반격하자”고 주장했다.

조국 전수석의 이 같은 주장은 이른바, ‘죽창 선동’, ‘애국과 이적’, ‘친일파’ 운운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조국 전수석이 언급한 양비론과 애국론은 적절한 것일까? 한마디로, 이성적인 책임윤리보다는 감정적인 신념윤리에 가깝고, ‘가짜 애국론’으로 보인다.

생각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지 않고, 양비론과 이성주의 프레임으로 가둬서 자신의 시각을 ‘절대선과 정의’로, 상대의 시각을 ‘절대거짓과 부정의’로 보는 태도에 가깝다. 이러한 이분법적 진영논리는 히틀러의 전체주의 논리와 유사하다.

좌우 극단을 피하고자 하는 ‘중용’과 ‘제3의길’ 등을 ‘양비론’이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일찍이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길 가운데가 아닌 양 옆, 극우와 극좌는 시궁창일 뿐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시기를 여전히 일제강점기로 보고 독립운동가처럼 말하는 것은, 지금을 6·25전쟁 시기라 보고 반공주의 운동가처럼 행동하는 것만큼 시대착오적이다. 조국 전 수석이 “반일 아니면 친일이고, 애국 아니면 이적(利敵)”이라고 말한 것은 국가의 경계가 약화되면서 교류와 협력이 커지는 21세기 탈냉전·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는 민주공화국의 정신과 헌법규범을 위협하는 퇴행적인 언행에 가깝다.

히, 조국 전수석의 ‘가짜 애국론’은 ‘민족주의 애국’과 ‘공화주의 애국’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외부의 적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감을 선동해 동질적인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가 ‘민족주의 애국’이다. 민족주의 애국은 제국주의나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적대감, 증오감 대신 사랑과 우정 실천하는 '공화주의 애국'을

반대로 ‘공화주의 애국’은 외부의 적을 상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동등한 글로벌 시민들이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상처받은 서로의 처지를 연민하고 연대하여 민족·종교·인종 같은 차별이 없는 보편적인 문명국가를 만들어 사랑과 우정을 실천하는 시도가 공화주의 애국이다.

런 ‘공화주의 애국’은 우리 헌법 전문에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에 잘 표현되어 있다.

더욱더 우리 헌법정신의 기원인 3.1 독립선언문은 ‘공화주의 애국’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무도함을 꾸짖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할 겨를이 없습니다. 현재를 꼼꼼히 준비하기에 급한 우리는 묵은 옛일을 응징하고 잘못을 가릴 겨를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자기 건설이 있을 뿐이지, 결코 남을 파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채진원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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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일 2019-08-06 05:33:59
● 과거 일본의 한국무력침략!! ★ 여성위안부,강제징용,고문.약탈,갈취,도적질,인권유린,한국인핍박,한국인학살.사상자224만명.엄청난 한국의 피해!!● 현재 일본의 한국경제침략!! ★대기업 생산차질로 수십조원 피해,,국가세금 크게감소,중소기업 도산, 주변상권 폐허,직원들 대량실직,가정파탄,가출청소년 양산, 자살자속출!!,.엄청난 한국의 피해!!아베정권의 한국경제침략의 칼끝은 5700만 한국인의 생존권에 칼을 휘두른 것. 미래를 결정 짓고 싶으면 과거를 공부해라!! 일본정부는 한국을 다시 적으로 규정하고 경제침략을 시작했다.! 5700만 국민이 대동단결하여 위기를 이겨내서 한국경제독립만세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