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구진보 강남좌파' 조국을 두둔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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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구진보 강남좌파' 조국을 두둔할 여유가 없다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승인 2019.08.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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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보 강남좌파, 생각만 진보인척...허물과 위선에 당혹
노동계급주의 기반한 사회적이적 이념추구 버리고
노동과 경제외에 복지, 인권, 환경, 여성등 자발적 시민정치 추구해야
탈물질, 탈권위, 탈이념적 공화주의 '신진보' 공천 이뤄져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민주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조국 후보자 ‘딸의 입시의혹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당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서울 강북구을)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조국 후보자가 해명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만일 여기서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해명을 내놓는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결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조 후보 사퇴 불가피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민심이반 원인에 대해 “다들 인정하시겠지만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린”이라며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이 결코 양보하지 못하는 기회의 평등의 문제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심 이반 조짐...진보진영내에서도 논란

또한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4선 중진인 송영길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자녀 문제”라면서 “솔직히 말씀드려서 일반 국민이 볼 때 현재 제기되는 의혹들만 놓고 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들이 있어 보인다. 제가 봐도 외고 2학년 학생의 제1저자 등재가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길 의원은 이어서 “누구보다도 개혁적이고 원칙적인 진보적 학자로 인식된 조국 후보자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게 자녀들의 특목고 졸업과 대학/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우리나라 일부 상위계층들이 보여주는 일반적 행태를 보여준 것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이에 대한 후보자의 진솔한 해명과 배경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노사모’ 대표를 지냈던 노혜경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21일 SNS에 쓴 글에서 “‘진영 논리’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조국 후보자만 수호하면 될 것 같지만, 그 진영 내부에서부터 붕괴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진영 논리에서 탈피하여 ‘특권층의 입시부조리 개혁’으로 다룰 것을 제안했다.
 
노 전 비서관은 “‘(단국대 의대 논문) 제1저자’ 사건만 하더라도, 그 내용 자체는 조 후보자가 책임질 일도 아니고 법적으로는 문제도 없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그런 혜택을 왜 ‘조국의 딸’ 등의 계층들만 받느냐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혜경 전 비서관은 “이 시기 고등학생 중에 이런 식의 스팩 쌓은 학생이 조국교수 딸 하나뿐인 것이 아니다. 조국을 낙마시킨다고 그 모든 불만이 해소될 수 없다. 나는 이번 일이 조국과, 무엇보다 청와대에 뜨거운 교훈이 되었으면 싶다”고 언급했다.
 
조국 후보자의 스승인 최대권 명예교수는 21일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그가 지금껏 밝혀온 소신과 청와대 민정수석 및 장관 지명자로서 드러낸 언행 불일치, 온 가족과 얽힌 재산상 및 자녀교육과 관련된 상상을 초월한 불법·탈법·법 회피 등 부조리 의혹 세트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권 교수는 “사랑하는 제자에 대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마음으로, 교수 사직이든 후보자 사퇴든 장관 취임이든 법적 정의와 보편적 양심을 좇아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격 논쟁이 뜨겁다. 필자는 조국 후보자를 '구진보, 강남좌파'의 모습으로 이해한다. 사진=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격 논쟁이 뜨겁다. 필자는 조국 후보자를 '구진보, 강남좌파'의 모습으로 이해한다.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 갈등 다시 점화될 듯...'역린 건드렸다'는 국민과 싸울 수도

대한민국에서 자녀 교육, 특히 입시 문제가 다른 어떤 이슈보다 파괴력이 크다는 데는 좌우와 남녀와 노소를 넘어 별 이견이 없다. 민주당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조국 후보자 ‘딸의 입시의혹 논란’을 덮기 위해 민주당이 준연동형비례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의당을 끌어들여 정개특위 카드로 현 정세를 국면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주는 격”으로, 장외투쟁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자한당도 국회의원 총사퇴와 장외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예·결산 심사 등 국정마비로 한바탕 대소동과 양극단의 정치가 횡행할 것이다.
 
조국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입시의혹들은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고,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자녀 교육과 입시 문제라는 역린(逆鱗)이기에 폭발성을 가진다. 국민들의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가 않다. 이 역린은 이해관계상 공정과 정의를 바라는 청년층과 2030세대를 더욱 자극하고 분노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국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들이 ‘가짜뉴스’이고 법적으로 어떤 하자도 없다”며, ‘적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한다. 하지만 법무장관 인준에서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실정법’보다 더 무서운 게 ‘헌법’위에 존재하는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게 지난 ‘정유라-최순실 사태’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민주당과 정부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조국 후보자의 딸 입시의혹이 ‘특권층의 신분세습’ 논란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로 퍼져나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 민주당과 정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더 늦기 전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반칙과 특권 없애자는 노무현 정신에도 배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상식의 세상을 추구했던 ‘노무현 정신’에서 벗어난 구진보인 강남좌파 조국의 위선과 허물을 더 이상 두둔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이 ‘구진보’로부터 벗어나 ‘신진보’의 길을 개척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서 신진보인 ‘생활진보’라는 가치와 함께 새로운 공직자 상(像)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유작인 <진보의 미래>에서 우리나라 진보가 ‘진보원리주의’라는 정통 ‘구진보’에 빠졌다고 비판하면서 제3의 길과 같은 ‘신진보’를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구진보에는 물질주의와 기득권 및 권위주의를 추구하는 ‘구운동권’과 ‘강남좌파’도 포함된다.
 
구진보에 속하는 강남좌파와 신진보에 속하는 노무현의 차이는 크다. 노무현은 물질주의를 쫒는 강남좌파의 ‘경제적 자산’이 아니라 반칙과 특권의 타파를 추구하면서 ‘정치적 자산’인 ‘비르투’를 쌓았다. 노무현은 반칙과 특권없는 상식의 세상을 위해 ‘기회주의적 승리’가 아닌 ‘원칙있는 패배’를 선택했다. 또한 탈물질주의 상생정신에서 나오는 ‘노사정 대타협’과 ‘연대임금제’를 주창하였다. 그리고 탈권위적인 ‘시민참여’와 공감의 소통을 강조했다.
 
노무현 정신에서 볼 때, 생활은 기득권 보수주의자들과 다름없으면서, 생각만 진보적인 척하는 강남좌파들의 허물과 위선은 매우 당혹스럽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위선적인 도덕주의와 입신양명의 출세주의에 빠진 강남좌파들이 물질주의와 권위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나서 나눔과 배려를 통해 탈물질주의와 탈권위주의를 실천하는 ‘신진보’(생활진보, 문화진보)로 거듭나야 한다. 구진보인 강남좌파가 신진보가 되기 위해서는 ‘생활진보’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구진보와 신진보의 차이는 뭘까? <민주주의는 어떻게 오는가>의 저자 잉글하트와 <시민정치>의 달톤 및 <성찰적 근대화>의 저자 기든스 등에 의하면, 구진보는 물질주의적 생존가치와 이념정치 및 권위주의(집단주의)를 동력으로 한다. 이에 반해 신진보는 탈물질주의적 자기표현가치와 탈이념적 생활정치 및 탈권위적 자율적 개인주의를 추구한다.
 
구진보는 노동계급주의에 기반한 사회주의적 이념정치를 추구하고, 신진보는 노동과 경제 이외의 탈물질적인 가치인 복지, 인권, 환경, 여성, 생태등에서의 자발적인 시민정치를 추구한다.

강남좌파들은, “추구하는 이념은 고상한데, 생활은 속되고 무능하다”는 평을 받아서, 이율배반적인 ‘내로남불’의 대상으로 조롱을 받는다. 고교평준화를 주장하면서도 자기 자식들은 귀족학교인 외고와 자사고에 보내기 일쑤다. 이러한 불일치는 강남좌파들의 물질주의적 생존가치와 기득권 욕망을 보여준다.
 
'독재적 습성' 구진보 대신 탈이념 공화주의 '신진보' 나서야

60-80년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세대들은 특히, 586 운동권 세대들은 이념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가치에도 불구하고, 독재와 싸우면서 의도하지 않게 독재적 습성을 몸에 익히는 한(限)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586 민주화 세대의 문화는 이념, 계몽, 집단, 조직, 권위에 중심을 둔 ‘생활습속’을 가지면서, 자발적 시민참여와 수평적 소통보다는 동원과 명령문화에 익숙하다. 이로 인해 그들은 탈권위주의 태도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구진보에 가깝다. 이에 반해 팬클럽문화, 팬텀문화, 일명 ‘빠 문화’는 탈물질주의로 출발했지만 선동, 동조, 쏠림 그리고 개인영웅화로 집단주의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이들 역시 여전히 구진보적인 측면도 있다.
 
과거 운동권출신중에는 조국 후보자의 위선과 허물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거꾸로 자유한국당의 위선과 허물은 조국을 논할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자유한국당을 반대하는 ‘진영논리’로 방어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원한감정’내지 ‘방어심리’(르쌍티망)가 작동해서 그렇다. 한때 혁명을 꿈꿨다가 좌절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잊혀지고 무너진 자신의 자존심과 새로운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무능함에 대한 방어심리가 ‘반자유한국당정서’라는 ‘역전된 집단감정’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구진보가 아니라 신진보의 가치를 대변하는 대전환의 기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대 반민주, 진보대 보수구도를 넘어 탈물질주의적 나눔, 탈권위주의적 시민참여, 탈이념적 공화주의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자율적 개인주의, 생활정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구운동권출신, 구계급주의정치 출신보다는 농공상의 영역에서 소박하지만 수평적으로 소통하면서 자기영역에서 생활정치의 귀감이 되신 분들을 개방적으로 공천할 필요가 있다.

● 채진원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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