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정의당, 역풍 피할 `선거법 타협안`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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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정의당, 역풍 피할 `선거법 타협안` 제시해야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승인 2019.05.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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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비교정치학) 교수] 최근 선거법 패스트 트랙의 찬반을 놓고 벌어진 여야의 극한갈등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로까지 옮겨 붙었다. “자한당 해산청원”, “민주당 해산청원”, “나경원 원내대표 삭발청원”, “김무성 의원 내란죄 처벌청원” 등은 좌우 진영논리가 신성한 민의수렴 공간까지 침투하였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은 보수층과 진보층의 ‘집단극단화’ 현상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조선시대 사색당파들의 당쟁을 닮았다. 당쟁에서 각 당파는 자신을 군자당으로, 상대를 소인배당으로 놓거나 반대당을 오늘날 ‘빨갱이’, ‘적폐세력’처럼, ‘사문난적’과 ‘이단사설’로 몰았다.

이런 당쟁문화는 적개심과 증오심을 키우면서 정치적 경쟁자를 적대자로 악마화하기에 상호존중과 자제 및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규범을 약화시킨다. 또한 이것은 입장을 바꿔서 성찰할 수 있는 ‘역지사지의 중간지대’를 사라지게 하여 대화와 타협의 공론정치를 파괴한다. 결국 이것은 민생정치를 외면하면서 국민의 정치불신을 자초하게 만든다.

정의당의 성공? 성공이라 말할 수 없는 이유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을 사게 만든 선거법 패스트트랙의 성공에는 정의당이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연동형비례제보다 공수처법 통과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노련한 전술운영을 통해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묶어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민주당등 4당과 자유한국당의 `패스트 트랙` 갈등 정국에서 정의당은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충돌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진보층과 보수층의 `집단극단화`에 따라 정의당이 포함된 중간지대가 줄어든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민주당등 4당과 자유한국당의 `패스트 트랙` 갈등 정국에서 정의당은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충돌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진보층과 보수층의 `집단극단화`에 따라 정의당이 포함된 중간지대가 줄어든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본회의 통과까지 많은 험로를 예정하고 있다. 특위 심사와 법사위 심사 과정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법안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지역구를 현행 253개에서 225개로 28개를 줄이는 과정에서 이탈표가 나오고, 자한당의 필리버스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여야의 극한 대립속에서 선거법 통과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명분과 실리 모두에서 역풍의 타격은 고스란히 정의당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패스트트랙에는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이 평소 반대했던 석패율제가 포함되어 있는데, 노회찬 정신계승을 강조해온 정의당이 이것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군소정당의 난립과 다당제에 따른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로 인해 분단속 대통령제의 국정효율성을 떨어뜨려 개혁과제가 물 건너가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 야당들의 견제와 균형의 힘을 약화시킨다고 비판받아온 50%연동형 비례제를 공론없이 당리당략을 위해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다시 받을 수밖에 없다.

역풍이 불면, 진보층과 보수층으로 지지층 결집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양당제구도에서 그 사이에 낀 정의당의 피해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하려면 정의당의 선거법 노선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수밖에 없는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는 것을 미리 확인해도 좋다.

정의당 노선은 ‘선명한 진보좌파’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고 좌우진영구도를 구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좌우진영논리를 일정 무너뜨려야 열리는 ‘다당제 구도’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의당의 노선은 모순논리로서, 민주당과 자한당의 양당구도를 강화시켜주는 보완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입지를 스스로 죽이는 노선이라는 점에서 위태롭다.

여야의 극한 대결을 반영하는 최근 여론조사는 모순적인 정의당의 선거법 전략노선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여야5당 중 자유한국당이 눈에 띄게 상승한 반면, 정의당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5월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여론이 민주당과 자한당을 중심으로 급속히 양극화되었다.

여론조사는 정의당의 실패 예견? 진보정당 존재감 키울 전략적 선택 필요

진보층은 민주당으로, 보수층은 자한당으로 쏠리면서 양당의 지지율은 오르는 반면, 정의당 지지율은 하락하였다. 민주당은 4월 4주차 주간집계 대비 1.9%p 오른 39.9%로, 3주째 상승세를 탔고, 자한당 역시도 2.6%p 오른 34.1%로 3주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최대 수혜주로 각광을 받았던 정의당은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2.3%p 감소해 5.5%를 기록해 당초 10%대에서 5%대로 떨어졌다.

이런 양극화된 여론지형은 연동형비례제에 사활을 걸었던 정의당의 선거법 전략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정의당은 그동안의 선거법 전략노선에 대한 성찰과 함께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는 선거법에 대한 타협점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여론지형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은, 자한당이 민주당에 맞서는 1대 1의 양강구도로 복귀하여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조기에 개시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정세가 정의당에게 매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한당과 민주당은 서로 실컷 싸우면서도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양당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과정에서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의 지지율을 몰락시킨 후, 선거법은 패스트트랙에서 유보하거나 의원의 자유투표로 바꾸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론이 양극화로 치닫는 시점에서 정의당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愚)를 범하지 않으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는 현실적인 타협안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양극화된 여론지형에서 50%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어 21대 총선이 치러질 경우, 과연 정의당에게 돌아오는 실익은 얼마일까?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늘어난 비례대표의석에 정의당 몫이 줄어들고 그 대신 양당 기득권이 채워지는 상황도 계산해 봐야 한다.

이미 이것에 대해, 정의당 핵심관계자도 고민하고 있음이 목도된다. 지난 4월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김정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의 글(세상의 모든 일이라는 것이 양면적이다)에서 그런 단서가 보인다. 그는 “연동형이 정의당에게 유리하기만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낭만적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실제로 민주당 지지자 중 일부는, 정당투표는 정의당 등 진보정당 계열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연동형이 되면 이 분들은 정당투표에서 정의당에게 표를 줄 리가 없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비례대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다양한 세력들이 정당을 만들 유인이 커진다”고 보면서 “진보적 유권자층도 분화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정의당을 찍던 사람들은 다른 세력을 더 찍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진 소장의 이런 진단은, 정의당 정당득표율이 현행 병립형 선거제도(지역구 253: 비례대표 47)에서는 8~10% 정도를 얻을 수 있지만 달라진 50%연동형 선거제도에서는 민주당의 지지자와 다른 소수정당에 대한 지지자가 이탈하게 되어 대략 4~5% 정도로 반토막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정의당은 비례대표 1석을 주는 진입장벽의 비율을 놓고도 녹색당과 민중당 및 노동당 등과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표결집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진보를 주장하는 소수정당들이 다양하게 난립하면서 그만큼 정의당 지지층 표결집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50%연동형 선거제도가 통과될 경우, 반토막 난 정당득표율로 정의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은 대략 8석(정당득표율 4% 적용시)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의 통과는 정의당의 희망사항이다. 정의당은 양극화된 여론지형과 이탈표가 예상되는 상황속에서 전략적으로 두 가지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는 선거법 통과가 실패할 것을 각오하고 all or nothing 게임으로 50%연동형 비례제를 밀어붙이다가 실패하거나 역풍을 받는 방안이다. 둘째는 nothing 게임을 막기 위한 ‘타협안’으로서, 선거법 중 ‘50%연동형’을 빼서 양당에게 양보하는 대신 ‘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을 지키면서 선제적으로 비례대표를 획기적 늘리는 방안이다.
 
만약 정의당이 첫째 안을 선택하여 50%연동형 비례제가 성공하면 8석(반토막 난 정당득표율 4% 적용)이 나온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는 역풍과 함께 5석(현행 비례대표 47석×정당득표율 10%) 이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안을 선택할 수 있다면, 명분과 함께 8석(비례대표 75석× 정당득표율 10%)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정의당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지켜볼 일이다. 둘째 안은 소탐대실의 우를 피하는 안으로서, 여야의 극한대결과 역풍을 피하면서 타협점 제시를 통해 정의당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데 큰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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