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의 천국’ 호주에서 부는 '채식주의' 열풍
상태바
‘육류의 천국’ 호주에서 부는 '채식주의' 열풍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7.26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년간 30% 이상 성장...밀레니얼세대·환경보호 ·건강 ·육류가격 인상 '영향'
KOTRA 호주 멜버른무역관
호주 슈퍼마켓의 식물성 고기 브랜드. 사진=KOTRA 멜버른무역관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전세계 대표적인 육류 소비국중 하나인 호주에서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 바람이 불고 있다. 

KOTRA 호주 멜버른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호주의 비건식품 시장 규모는 1억9980만 호주달러(1643억원)로 지난 3년간 30%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2020년에는 2억1500만 호주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 호주 인구 12%는 '채식주의자'

지난해 구글에서 ‘vegan’에 대한 검색을 가장 많이 한 국가는 호주이며, 아랍에미리트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비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로이 모간(Roy Morgan) 리서치에 따르면 호주 전체 인구의 12%에 해당하는 250만 명이 채식주의자이며 이중 비건 인구는 40만 명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축산국가인 호주에서 소비자들의 육류 섭취량은 감소한 반면 비건식품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 식품 업계에 큰 변화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육류 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요거트, 커피시장에서도 비건바람이 거세다. 호주의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브랜드 매그넘(Magnum), 벤&제리(Ben & Jerry’s), 코네토(Cornetto), 블루리본(Blue Ribbon) 등에서도 건강한 옵션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여, 우유를 넣지 않은 비건, 고단백, 저칼로리, 글루틴 프리 아이스크림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 아이스크림은 완두콩 단백질, 두유, 코코넛 밀크 등을 넣어 만들었으며 현지 대형 슈퍼마켓 매장에서 손쉽게 구매 가능하다. 요거트의 경우도 우유 대신 아몬드 밀크, 코코넛 밀크, 두유로 만든 비건 요거트 브랜드가 판매되고 있다.

두유와 아몬드 밀크는 우유의 대체품으로 가장 각광받고 있으며 호주에서 두유 및 아몬드 밀크 시장의 규모는 지난 5년간 연평균 4%씩 증가해 지난해 기준으로 1억6580만 호주 달러에 이른다.

호주에 출시된 비건 아이스크림과 카페용 두유

특히 현지 카페에서 우유 대체품으로 소이라떼, 소이카푸치노 등을 주문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 대형마트선 '고기없는 고기' 판매중 

호주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는 이른바 ‘고기 없는 고기’가 입점해 있다. 호주 최대 슈퍼마켓 체인 콜스(Coles)의 냉장코너에서는 식물성 고기 브랜드는 The Alternative Meat Co.(호주), Sunfed(뉴질랜드), Beyond Meat(미국) 등이 판매 중이다.

맥도날드에서는 2016년에 출시했다가 낮은 인기로 판매하지 않았던 맥베지 버거를 최근 비건 메뉴에 대한 호주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 5월 재출시하기로 결정했다.

헝그리잭스(Hungry Jacks)의 경우 옥수수, 파프리카, 당근으로 만든 패티, 비건 치즈와 마요네스를 넣은 비건 치즈버거의 성공에 힘입어 아침식사용 비건 머핀을 런칭했다.

도미노 피자는 지난해 한정 기간 선보인 비건 메뉴가 기대 이상의 큰 수요를 나타내면서 식물성 오일로 만든 치즈를 넣은 비건 피자를 메인 메뉴로 결정했다.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의 조사에 따르면 호주의 애들레이드, 멜버른, 시드니는 비건 여행자들을 위한 최고의 도시로 선정됐다. 대부분의 카페와 레스토랑에 비건 메뉴가 있으며 채식주의자를 위한 레스토랑이 인기다.

특히 멜버른은 호주 내에서도 유학생의 비율이 높은 다문화 도시이면서 유행을 선도하는 곳으로 세계적으로 비건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을 통해 예쁜 색감의 비건 음식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멜버른에서 가장 인기있는 비건 레스토랑 중 하나인 Vegie Bar는 약 20년간 시티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매 식당인 Transformer, Girls & Boys에서도 다양한 비건 메뉴를 제공한다.

특히 Vegie Bar에서는 튀긴 두부와 김치를 빵에 넣은 한국식 메뉴, Transformer에서는 김치 주스를 드링크로 판매하고 있다.

◆ 비건 트렌드 확산된 몇가지 이유

호주에서 비건 트렌드가 확산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밀레니얼 세대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식품의 원료, 동물 복지 문제, 환경오염 등의 이슈가 구매 결정을 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식물성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에는 호주 동물보호단체와 채식주의자들이 멜버른 시내 중심지에서 출근 시간에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호주 공영방송 SBS에서는 ‘Vegan Wars’라는 비건 운동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호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7%는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며 이 중 60%는 축산업이 차지하고있다.

또 호주에서는 소비자들이 식품을 선택할 때 건강을 우선 순위에 두는 문화가 견고히 자리를 잡았으며, 비건 시장을 키운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비건은 육류, 가금류, 생선, 달걀, 유제품을 모두 제외, 완벽한 채식주의를 추구한다. 최근 CSIRO와 애들레이드 대학의 설문조사에서는 호주인 6명 중 1명이 우유 알레르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위해 유제품을 완전히 끊었다고 답변했다.

호주 쇠고기 가격 추이(단위=US달러/kg). 자료=RCS Profit Probe

이런 이유 말고도 육류(red meat) 가격이 상승돼 비건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2014년부터 호주 쇠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육류 대체식품의 가격은 하락해 왔으며 육류와 같은 질감과 맛을 내는 다양한 비건 옵션이 등장했다.

◆ 한국의 김치, 콩불고기 대체식품으로 각광

호주 비건 시장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한국식품의 급부상이다. 현지 식품 산업에서 김치의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세계적인 발효식품이자 건강식으로 알려진 김치를 주스로 만들어 판매하는 호주 제조사가 등장했다.

브리즈번 소재의 업체 Kehoe’s Kitchen은 2012년 설립된 발효식품 제조사로 ACO 유기농 인증을 받은 호주산 백김치로 호주 식품 대상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Big Vegan Market 시식회 및 비건 제품사진. 사진=Vege world

또 콩으로 만든 불고기, 치킨너겟, 햄 등 간편식품을 제조하는 한국의 비건푸드 사는 호주 교민기업을 통해 ‘Vege World’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호주 시장에 진출했다.

KOTRA 멜버른무역관은 “비건 시장의 성장을 통해 환경보호, 건강, 가성비를 중시하는 호주인들의 소비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며 “현지 식품제조사를 비롯해 유통업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슈퍼마켓 체인까지 채식 위주로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KOTRA 호주 멜버른무역관(작성자 강지선)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