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환경세' 추진하는 프랑스...'탄소 배출량, 기차의 2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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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환경세' 추진하는 프랑스...'탄소 배출량, 기차의 20배'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7.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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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부문 배출 온실가스 전체의 2% 차지...EU 주요국들도 항공 환경세 도입에 적극적
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
프랑스 교통부는 내년부터 프랑스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비행기에 3~18유로의 환경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 사진=EPA/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프랑스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비행기에 환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등 다른 EU 국가들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항공관련 환경세의 도입이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다.

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프랑스 교통부는 2020년부터 프랑스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비행기에 1.50유로(약2000원)에서 18유로(약2만원) 사이의 환경세(Ecocontribution)를 부과하겠다고 지난 9일 밝혔다.

◆ 항공권 가격의 3~10% 환경세 부과

이에 따르면 유럽연합을 오가는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는 1.50유로, 비즈니스 좌석에는 3유로 부과되고 유럽연합 밖으로 떠나는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는 3유로, 비즈니스 좌석에는 18유로 부과된다. 이는 프랑스 항공권 가격 평균의 3%~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료원: Alternatives Economiques
운송수단에 따른 탄소배출량. 자료= Alternatives Economiques

프랑스 정부가 비행기에 환경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기차의 20배를 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때문이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1km이동 시 비행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285g)은 자동차(158g), 기차(14g)를 크게 넘어선다. 영국 런던 정경대(LSE)의 그렌섬 연구소가 올초 발간한 '세계 20대 항공사의 기후변화 대응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에 이른다.

프랑스 정부의 환경세 도입은 상, 하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여 시행이 보류된 바 있지만 하반기에 다시 밀어부칠 계획이다.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교통안전과 교통인프라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마크롱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프렌치 모빌리티. 사진=프랑스 교통부

프랑스 교통부는 2017년 말 프랑스 전 지역의 이동성 개선을 목표로 프렌치 모빌리티(French Mobility)를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 계획대로 철도 노선 및 도로 인프라 확충을 하기 위해서는 약 5억유로(약 6590억)의 재원이 부족하다.

사실 프랑스 정부의 행보는 오락가락한 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교통부가 프랑스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공산업 인프라 구축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총 1억2000만 유로 정도의 항공관련 세금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환경세가 원안대로 부과된다면 세금이 오히려 늘어나는 꼴이 된다. 그래서 철도와 도로교통 재정비를 위한 비용을 항공산업이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항공업계 '불만'...대세는 항공 환경세 도입

항공업계는 환경세 부과가 프랑스 항공기업에 불리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최악의 결과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세금과 공항 시설요금은 항공권 가격의 50%이상을 차지한다는 지적이다.

토마스 주앙 프랑스 공항조합 회장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환경적인 관점에서도 말이 안 되는 결정”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프랑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정책이 시행될 경우 1년에 6000만 유로(790억원) 정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항공관련 환경세 부과 움직임은 비단 프랑스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플뤼그스캄(flygskam)운동이 시작됐다. 이는 ‘비행수치심’이라는 뜻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항공여행을 지양하자는 캠페인이다.

네덜란드는 2021년부터 자국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좌석 당 7유로의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벨기에는 지난 3월 환경장관회의에서 EU 회원국을 운항하는 항공편에 환경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영국 교통부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항공 환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지속가능한 여행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LM 홈페이지

◆ 기업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적극 동참

기업들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네덜란드 KLM항공은 설립 100주년을 맞아 여행객들에게 보다 환경을 생각하는 비행기 여행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국 기업 LG는 세계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날(Bike To Work Day)’ 이벤트를 진행했다.

네덜란드 ING은행은 총 5000억 유로(약 659조원)규모의 대출자산에 대해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하여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생산 기업이 전기차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 환경과 관련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KOTRA 파리무역관은 “유럽의 강도 높은 환경규제에 따라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항공교통에 대한 규제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향후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다양한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작성자 박세화)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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