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멜론사건 왜?...블록체인 기술, 저작권관리 대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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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멜론사건 왜?...블록체인 기술, 저작권관리 대안으로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
  • 승인 2019.06.1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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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료 빼돌린 멜론 사기사건. 근본대안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
해외는 이미 적용중...중국 법원 "블록체인 기반 재판 증거로 수용"
국내 신탁단체 '소극적'...문체부, 블록체인 법 정비 '미온적'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지난 3일 국내 최대 음원서비스업체 멜론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유령음반사를 만들어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갈 약 50억원 상당의 저작권료를 빼돌린 혐의(사기)로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멜론의 사기혐의, 저작권료 정산 '투명성' 흔들어

이어 13일에는 그 구체적인 수법으로 멜론이 유령음반사 LS뮤직을 만들어 저작권이 불분명한 음원을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선물하는 방식으로 다운로드 점유율을 높였고, 다른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야 할 저작권료를 가로챈 사실이 보도됐다. 논란은 더욱 커진 상황에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2009년 당시 음원 매출의 54%(음원 제작자 40%, 작곡·작사가 9%, 가수·연주자 5%)는 저작권료, 나머지 46%를 음원플랫폼 업체에게 분배되는 구조였는데, 이중 저작권료는 각 음원이 전체 멜론 다운로드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책정되는 것을 악용한 혐의다.

음원서비스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의 비율은 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들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의 개정을 통해 그 몫이 점차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 1월 1일부터는 스트리밍의 경우 65%, 다운로드는 70%의 사용료가 저작권료로 지급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징수규정에서 정해진 비율을 피해 실제로는 그보다 많은 수익을 챙기기 위한 멜론의 행위가 문제됐다. 이 사건으로 저작권료 정산의 투명성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유령음반사를 만들어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갈 저작권료를 빼돌린 혐의를 반고 있는 멜론. 이미지= 멜론 홈페이지 캡처
유령음반사를 만들어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갈 저작권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멜론. 이미지= 멜론 홈페이지 캡처

 

문체부, 신탁단체들 대응 나섰으나 근본책 없어

이 사건이 불거지자 문체부는 지난 4일과 5일 각각 음원 플랫폼 사업자와 저작권 신탁관리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면담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지니, 플로, 벅스, 바이브 등 4개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은 "음원 업체 전체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작권료 정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신탁단체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소관부처인 문체부는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사업자, 저작권 신탁단체와 협력해 저작권료 정산 투명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현재의 저작권료 징수 시스템, 즉 각 신탁단체가 규정을 만들고 문체부가 승인해 확정된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라 일괄적인 징수방식에서 이루어지는 정산의 투명화를 위해서는 음원유통사-신탁관리단체-저작권자로 이어지는 분배과정에서 당국의 엄격한 관리 감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근거가 되는 법규 및 제도의 마련 및 보안이 시급해 보인다.

'블록체인기술' 활용해야 하는 이유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이용한 저작권 보호의 관점에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음악산업에서의 문제점은 주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중개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개자중 일부의 불법적인 복제·유통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시장에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이번 멜론 사건 역시 소비자와 신탁관리단체 사이에 있는 음원서비스업체의 저작권료 정산에 있어 불법성이 드러나고 있는 경우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4차산업 시대의 솔루션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관심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음원을 사용하면 저작권 관련 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중개자 없이 작곡가, 작사가, 가수 등 생산자가 사용자에게 직접 저작권료를 징수할 수 있다.

음악저작물을 사용하는 대가를 암호화폐로 지불하고 스마트 계약으로 법적 라이센스를 획득하는 것인데, 스마트 계약 기술을 사용해 징수규정을 프로그램화 하거나, 저작권 수익 발생 시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에게 각각 얼마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인지 사전에 명시해 자동으로 지급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저작권자가 직접 이용허락 조건과 수익분배 규칙을 쉽게 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저작권의 행사 및 저작권료 결정에 저작권자의 주도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소규모 저작권자나 개인 창작자가 자율적으로 이용허락 조건을 결정하고 직거래가 가능해진다. 결국 다양성 있는 저작물 유통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중개자의 개입이 불필요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거래비용을 낮춤과 동시에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저작권자들은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해외는 저작권료 정산 투명성위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중

해외에서는 이미 저작물의 증빙, 유통 및 거래, 보호를 위한 다양한 DApp 서비스(decentralized application, 블록체인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 혹은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도 ▲창작자 및 출처에 대한 증거 ▲지식재산권의 등록 및 삭제 ▲등록된 지식재산권의 분배 제어 및 추적 ▲지식재산권에 대한 스마트 계약에 의한 거래 ▲ 라이선스 및 콘텐츠의 배급 및 실시간 정산 ▲위조 및 부정사용 사례의 탐지 등에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주목해왔다. WIPO는 지난 2018년 9월에는 ‘호주와 러시아의 주도로 블록체인 기술 표준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이를 대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식문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 2018년 6월 중국 항저우 인터넷법원은 저작권 위반에 관한 분쟁에서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증거를 수용했다. 2018년 9월에는 중국 대법원이 법률적 분쟁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증거를 수용하기로 하는 등 앞으로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의 법적 증거 채택사례가 지속적으로 축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음악저작권료 정산과 관련해 역할을 맡고 있는 관련 단체들. 이미지=한국음악저작권협회 홈페이지 캡처
음악저작권료 정산과 관련해 역할을 맡고 있는 관련 단체들. 이미지=한국음악저작권협회 홈페이지 캡처

 

이해관계속 해결책 못찾는 문체부와 신탁단체들

반면 우리나라의 대응은 이미 몇 발짝씩 늦고 있다. 이유는 관련 기관의 미온적인 대응과 정부 정책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라 하겠다. 
 
국내 최대 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도입하기 위한 특별한 정책이나 계획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는 지난 2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음원 저작권 등록 및 저작권료 배분 등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술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협회 내 블록체인 기술을 맡을 수 있는 상시 인력을 동원하기 어려워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저작권 관련 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생산자가 사용자에게 저작권료를 징수할 수 있게 된다. 창작자들은 저작권 협회를 거치지 않고도 블록체인으로 영구적인 인증서를 발급받아 자신의 저작권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 때문에 협회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 이같은 신탁관리단체들의 미온적인 대응은 어쩌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늦장 대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올해부터 음악 저작권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이는 2021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작권 관리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구체적 정책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즉 블록체인 기반 음원 저작권 정책이 2021년 이후에나 수립된다는 얘기다. 

IT 선도했던 정부, "발빠른 대응" 절실한 업계 요구 못맞춰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정부에서 음원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시장에서도 속도감있게 관련 기술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인데, 2021년 이후에나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하니 그동안 업계 종사자들은 리스크를 안고 사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2000년대 초반, 우리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자정부법을 도입하고 IT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에 반해 블록체인 관련 제도와 정책의 수립은 이미 중국 등 여러 나라에 크게 뒤쳐지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저작권과 블록체인기술의 접목은 창작자들과 수요자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자 도전의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가는 기술 개발의 발목을 제도의 미비가 붙잡지 않도록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법규의 뒷받침이 절실한 때다.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서울대 음악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베를린 국립 예술대를 나왔다. 이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휘명에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정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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