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뮤지컬 공연 속 저작권은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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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뮤지컬 공연 속 저작권은 누구에게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
  • 승인 2019.04.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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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저작물, 각자 부분을 분리해 저작권 행사 못해
결합저작물, 각 저작권자 독립된 저작권 가져
뮤지컬=결합저작물...창작진은 저작권, 실연진은 저작인접권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변호사] 화려한 무대장치와 흥겨운 음악에 맞춰 노래하는 수많은  배우들의 퍼포먼스, 뮤지컬은 공연예술의 정점이라 불린다. 그런데 관객들은 작품을 관람하며 즐기는 동안, 무대 위와 그 뒤에서는 여러 사람들에게 수많은 법적 권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뮤지컬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즉 저작권법상의 “저작물”에 해당한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또한 뮤지컬과 같이 다수의 창작자가 함께 작업해 만든 저작물로는 공동저작물과 결합저작물이 있는데, 이는 각자의 기여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별된다.
 
“공동저작물”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21호) 예를 들면 공동으로 집필한 시나리오, 여러 명의 작가가 협업한 조각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유명한 만화캐릭터인 ‘뽀로로’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쟁점이 된 사건이 있었다. A회사가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외형, 얼굴, 소품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B회사가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직접 작성했다. 그후 A회사가 그 캐릭터에 대해 눈동자 위치, 발 모양 등 수정 의견을 제시하고 캐릭터의 이름, 목소리 더빙 등의 작업에도 관여했다. 

법원은 A회사가 캐릭터의 구체적 표현 형식에 기여한 점을 보아 B회사와 함께 캐릭터에 대한 저작인격권을 갖고 따라서 뽀로로는 공동저작물이라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5. 31. 선고 2011가합103064 판결)

공동저작물은 공동저작권자 전원이 합의해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5조, 제48조). 따라서 A의 수필집을 B가 각색해 연극으로 공연된 경우 그 연극 대본은 공동저작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A가 공동저작권자인 B의 동의 없이 이를 뮤지컬 공연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공동저작의 저작재산권 행사방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반면 “결합저작물”은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그 예로 음악저작물에서 악곡과 가사 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결합저작물에서 각 기여부분은 독립된 저작물이 되고, 각각의 저작권자가 독립적인 저작권을 가지므로 자신의 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사항 역시 각자가 결정할 수 있다.

올 4월초 영국 런던에서 `맘마미아` 공연 20주년을 맞아 무대에 깜짝 등장한 아바(ABBA)`의 남성멤버 비에른 울바에우스와 베뉘 안데르손. 이들은 히트곡 22곡을 엮은 `맘마미아` 뮤지컬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갖는다. 사진=AP 연합뉴스
올 4월초 영국 런던에서 `맘마미아` 공연 20주년을 맞아 무대에 깜짝 등장한 아바(ABBA)`의 남성멤버 비에른 울바에우스와 베뉘 안데르손. 이들은 히트곡 22곡을 엮은 `맘마미아` 뮤지컬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갖는다. 사진=AP 연합뉴스

연극, 뮤지컬, 오페라는 대표적인 결합저작물로서, 유명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사건에서 대법원은 “뮤지컬은 음악과 춤이 극의 구성·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으로서, 각본, 악곡, 가사, 안무, 무대미술 등이 결합된 종합예술 분야에 속하고 복수의 저작자에 의하여 외관상 하나의 저작물이 작성된 경우이기는 하나, 그 창작에 관여한 복수의 저작자들 각자 이바지한 부분이 분리되어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저작물이 아닌 단독저작물의 결합에 불과한 이른바 ‘결합저작물’이다” 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05. 10. 4.자 2004마639 결정)

그렇다면 결합저작물인 뮤지컬에서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떠한 권리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뮤지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창작진, 실연진, 무대기술진이다. 이 중 기술 스탭인 무대기술진을 제외하고, 창작진에게는 저작권이, 실연진에는 저작인접권이라는 것이 발생한다.

창작진에는 대본을 쓰는 작가, 소설 등의 원 작품을 뮤지컬에 맞는 각본으로 다시 쓰는 각색가, 음악에 관한 작사, 작곡가, 편곡가, 춤을 구성하는 안무가, 그 외 각종 디자이너(무대, 조명, 의상, 영상)등이 있다.

이들에게는 저작권법상의 모든 권리, 즉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일체가 발생하기 때문에, 만약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작사의 허락 없이 뮤지컬의 노래하는 한 장면이 TV에 방송된 경우, 그 곡을 작곡한 음악감독은 다른 저작권자와의 합의 없이도 자신이 단독으로 저작권에 기초한 ‘침해정지 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한편 실연진은 아이디어의 산물인 창작물을 실제로 무대에서 표현하는 사람들로서, 연기자들이 대표적이며 연출, 조연출, 음악감독 연기나 음악 지도자 등도 이에 포함된다.

실연자들에게는 “저작인접권”이라는 제한된 저작권이 인정되는데, 이는 말 그대로 저작권의 ‘이웃에 있다’(neighboring rights)는 의미로, 저작물을 직접적으로 창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작물의 해설자, 매개자, 전달자로서 역할을 하는 자에게 부여되는 권리이다.

저작인접권자인 실연자들은 제한된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및 제한된 저작재산권(복제권, 방송권, 전송권, 배포권, 실연이 녹음된 판매용 음반에 대한 대여권 및 공연 보상청구권, 방송사업자에 대한 보상청구권, 생실연에 대한 공연권, 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에 대한 보상청구권)을 가진다.

만약 제작사가 주연 배우의 동의 없이 공연 실황을 녹화하고 DVD로 제작하여 판매한다면 저작인접권자인 해당 배우는 자신의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및 배포권이 침해당했음을 이유로 제작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뮤지컬은 음악저작물, 문학저작물, 무용저작물 등 그야말로 다양한 저작물의 집합체이다.

각 예술분야의 여러 사람들이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는 만큼 발생하는 권리관계 또한 복잡하고 다양하다. 원래 저작권은 하나의 권리가 아닌 여러 개의 권리(복제권, 배포권, 대여권 등)를 통칭한다는 의미로 “권리의 다발”(bundle of rights)이라 불린다.

버라이어티한 공연 속에 ‘누가 어떤 종류의 얼마나 큰 다발을 들고 있는지’, ‘혹시 그 권리자는 자신이 가진 다발 속 꽃 몇 송이를 빼앗긴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뮤지컬의 색다른 감상포인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서울대 음악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베를린 국립 예술대를 나왔다. 이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휘명에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정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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