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 칼럼니스트]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김신영이 하차했다. 녹화 기준으로 2022년 9월 초부터 MC를 맡아왔으니 1년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1980년 11월부터 약 44년을 이어온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의 MC가 된 김신영은 많은 화제 속에 등장했지만 갑작스러운 그녀의 퇴장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허를 찌른 등장과 퇴장
2022년 초가을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의 새로운 MC로 낙점되었을 때 대중은 대체로 놀랍고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오래도록 장수한 프로그램의 성격과 ‘송해’라는 국보급 MC의 뒤를 잇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떠올려지는 후보군이 있었는데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KBS가 대중의 허를 찌르며 김신영을 택한 건 프로그램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중후하면서도 노련한 남성 진행자가 아닌 순발력 좋고 톡톡 튀는 젊은 여성 진행자를 택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KBS는 1년 6개월 만에 마음이 변했다. 전격적으로 진행자를 교체했다. 언론사들이 취재를 통해 파악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전국노래자랑> 제작진 측이 KBS 측으로부터 MC 교체를 통보받고 당황해 김신영의 소속사로 연락해 왔다는 것.
지난 4일 다수의 언론사가 이런 취지로 김신영의 하차 소식을 알렸다. 이 행간을 분석하면 당사자, 즉 제작진이나 진행자와 사전에 협의한 흔적은 없어 보인다. 일방적으로 KBS 측에서 결정해 하달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후임 MC도 정해졌다. 김신영 하차 소식이 전해질 때 남희석이 후임으로 낙점됐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신영이 진행하는 MBC FN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서 소감을 밝힐 것이라는 예측이 돌았다. 그런데 김신영은 5일 방송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6일 방송부터는 후두염으로 방송에 임하지 못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은 전국노래자랑 하차와 연관된 뉴스로 흘러나왔다.
결국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신영의 하차를 반대하는 청원들이 잇달아 올라왔고 일부 청원 글은 1000명이 넘게 동의했다.
하차 반대 의견들을 종합하면, 국민의 방송을 표방하는 KBS라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상세하지만 궁색한 답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오른 글이 1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KBS는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지난 7일 KBS는 청원 글에 답변을 달았는데 "44년 전통의 프로그램의 위기 앞에 타개책의 일환으로 MC 교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였다.
KBS 측이 내세운 진행자 교체의 이유는 이렇다. 송해의 후임으로 김신영이 발탁된 후 시청률이 내림세였는데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까지 우려되었고, 무엇보다 전국노래자랑을 사랑해온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며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코로나 이전 송해가 진행했던 1년간의 평균 시청률은 9.4%(수도권 기준)였고, 김신영이 진행을 맡았던 1년 5개월간의 평균 시청률은 4.9%(수도권 기준)였다. 이를 세대별 시청률로 살펴보면 10대에서 40대까지는 김신영 진행 전후로 변화가 없었으나 50대 이후 세대에서 남녀 모두 하락했다고.
그런데 KBS 음악 프로그램들의 현실을 시청률로 환산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주 기준으로 <전국노래자랑>이 6.4%, <가요무대>가 5.6%, <열린음악회>는 2.5%였다. <전국노래자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시청률을 지상파의 음악 순위프로그램으로 확대하면 지난주 기준으로 KBS2 <뮤직뱅크>가 0.5%, MBC <쇼! 음악중심>이 0.6%, SBS <SBS 인기가요>가 0.4%였다. 수치로만 보면 <전국노래자랑>은 전 세계적으로 K팝 유행을 선도하는 지상파의 음악 순위방송들과 비교해 10배 정도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KBS 측은 2022년 10월 16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KBS 시청자 상담실에 전화와 이메일로 접수된 김신영의 진행과 관련한 불만이 616건, 칭찬이 38건이었다며 교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여러 언론은 시청자 게시판 글들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건 방송일 기준으로 2022년 10월 16일부터이고, 이날부터 하차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 4일까지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1096개였다. 이 중에는 불만을 제기하는 부정적 의견의 글도 있었지만, 긍정적 의견의 글도 많았다고 한다.
그중 MC를 교체해달라는 내용의 글은 117개로 10.7% 정도였고, 그나마도 일부 시청자가 반복적으로 올린 글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한 시청자는 6차례에 걸쳐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이렇듯 KBS는 전국노래자랑 MC 교체와 관련한 비판에 대해 구체적 근거를 대며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구차한 변명이 되어버렸다.
누구 입맛에 맞는 방송국으로?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교체 논란을 보면 최근 KBS의 행보와 비슷한 면이 있다. 뉴스 앵커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는 물론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 <역사 저널 그날> 등이 막을 내린 배경과 맥락이 닿아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시청자 의견 무시는 물론이고 제작진이나 진행자와 사전 교감이 없이 통보되었다는 것.
이 모든 과정에서 KBS의 새로운 경영진의 의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과정이 일방통행이라는 데에 있다. 시청자의 뜻이라면서 경영진 입맛, 나아가 임명자의 입맛에 맞는 방송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특정 계층에게 불편한 방송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KBS가 특정 계층이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하는 방송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편으로 KBS는 스스로 덫을 놓았다. 진행자 교체 이유 중 하나로 시청자 반응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만약 앞으로 새로운 진행자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나쁘다면, 그래서 시청자들이 진행자 교체를 요구한다면 KBS가 어떻게 화답할지 주목하는 대중들이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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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다. 남성, 여성 문제가 아니다. 사회자 능력문제다. 사회자는 여러번 바뀌었지만 송해씨가 너무 잘한 것이다.
전국노래자랑은 일본 NHK 프로그램 のど自慢을 모방했다.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다. 광고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