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기안84’라는 장르 보여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상태바
[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기안84’라는 장르 보여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10 09:3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이 끝났다. 이 시리즈를 즐겨 본 입장에서 시즌3을 지난 시즌들과 비교하면 필자의 시청 태도에 차이가 있었다. 지난 시즌들은 본방 사수를 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월요일에 방영되는 재방송을 시청했다는 점이다. 같은 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 방영되는 드라마가 더 궁금하다는 이유로. 

이번 시즌의 배경인 마다가스카르는 낯설어 호기심 가는 여행지이고, 때 묻지 않은 자연에 녹아들며 매력적인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미덕 그 자체였다. 그런데도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 시청 우선순위가 밀린 이유는 무엇일까.

기안84가 장르인 태계일주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의 장르를 구분하자면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첫 시즌이 예고된 2022년 12월 즈음에는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공존했었다.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많았던 데다 그나마도 여행지 소개, 현지 음식 먹방, 일행과의 케미 연출 등 비슷한 포맷으로 대중들에게 식상함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태계일주 시즌1 또한 여행 예능의 포맷을 띄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전혀 다른 문법을 구사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기안84’라는 장르.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제목 또한 한때 기안84를 설명하는 문구인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에서 따온 것이다. 

태계일주의 김지우 PD는 MBC <나 혼자 산다>의 조연출로 기안84를 담당했다. 김PD는 기존 방송에서 담지 못한 기안84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민하게 되었고, 기안84는 ‘지구 반대편으로 멀리,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심정을 김PD와의 술자리에서 밝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다. 기안84는 배우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함께 남미의 페루와 볼리비아를 여행했다. 방송 후 호평이 이어졌다.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기안84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평이 많았다. 말 그대로 기안84의 재발견이었다. 에피소드 중간중간 삶의 가치를 고민하는 기안84의 모습에서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고, 현지인과 현지 문화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균형 잡힌 시각과 따뜻함을 느꼈다는 평이 이어졌다. 기안84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가 아니라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남자였다.

특히, 볼리비아에서 하루 머문 ‘포르피’네 가족과는 진짜 가족이 된 듯한 모습으로 감동을 주었다. 덕분에 ‘포르피’ 가족은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MBC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하기도 했다. 

‘태계일주’는 원래 6부작 파일럿으로 기획됐다. 그런데 인기에 힘입어 7부작으로 연장됐고 대중들의 후속 시즌 제작 요청이 쏟아졌다. 그렇게 파일럿이 끝나고 6개월 후인 2023년 6월에 태계일주 시즌2가 방영되었다.

태계일주2의 여행지는 인도였다. 인도에서도 현지에 녹아들려는 기안84의 모습이 도드라졌다. 장례식과 결혼식 등 먼 나라의 통과의례를 바라보며 삶을 관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동자승과의 만남은 기안84의 매력이 돋보이는 에피소드였다. 동자승들이 추구하는 삶을 이해하려는 자세는 그의 열린 마음을 보여주었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3 스틸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3 스틸

태계일주 시즌3, 볼거리가 많았지만

태계일주 시즌2가 인기리에 방영되자 다음 시즌이 일찍이 확정됐다. 시즌2 마지막 회차 에필로그에 시즌3의 힌트가 예고된 것. 그리고 시즌2가 종영한 지 3개월여만인 2023년 11월 26일에 시즌3 ‘마다가스카르’ 편이 시작되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제를 한다는 건 그 인기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특히 시즌 간 공백이 짧다는 건 태계일주의 위상을 보여준다. 방송사의 지원도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즌의 태계일주는 신기한 볼거리를 많이 제공했다. 바오밥나무와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등 마다가스카르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인도양, 그리고 순박한 미소를 장착한 현지인들. 

하지만 이렇게 볼거리가 많았는데도 필자는 같은 시간 다른 방송사의 드라마를 선택했다. 태계일주3의 새로운 에피소드보다 드라마의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재방송을 보며 왜 그런지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여느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었다. 친한 연예인들끼리 출연한 그런 여행 예능 프로그램.

그런 면에서 태계일주3은 출연진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고 감정 표현도 숨김없이 하는 그런 친밀함을 보여주었다. 다만 새롭지 않았다. 이미 이전 시즌에서 보여준 비슷한 서사들을 보여주었다. 영상의 배경으로 나온 장소는 다르지만 뭔가 익숙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초심으로 놓고 보면 태계일주는 기안84로 인해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여행을 소재로 했지만, 콘텐츠 자체는 기안84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이었고 이 지점이 대중에게 먹혀들었다. 

그동안 기안84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비유처럼 날것으로 비쳤고, 그 때문에 대중에게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태계일주 시리즈는 기안84의 숨겨진 내면을,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을 대중들이 직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시즌3에서 기안84는 지난 시즌에 보여준 모습 그대로였다. 마다가스카르의 자연과 사람들을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대했다. 기안84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방송사의 트렌디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는 의욕이 첨가된 걸로 보인다. 

지난 시즌에서 감동을 준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다소 패턴화된 모습, 즉 도식화된 모습으로 비쳤다. 그래서 익숙하게 느껴졌나 보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궁금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고. 이는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이런 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연예 매체에 올라오는 걸 보면 그렇다. 

태계일주 시즌3이 끝난 지 한 주가 지나지도 않았지만, 시즌4 소문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만한 화제성을 지닌 콘텐츠를 방송사가 포기할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기안84는 방송사가 추구하는 도식화된 패턴 속에 갇힐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기안84는 그의 이미지 소비, 혹은 소진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된 듯싶다. 대상을 받았다며 다들 치켜세우는 지금이 바로 자기와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할 그때가 아닐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씨 2024-02-11 17:50:03
그러게요 완전 달라서 저는 여행 프로그램 질려 안봐도 태계일주는 챙겨봤는데 ㅎ

태계일주 2024-02-11 10:18:34
'태계일주'는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 다른 지역을 소개한다는 점이 크게 다른데~
현지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현지 음식, 현지 문화 등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색다른 프로그램인데~

어이없네 2024-02-11 01:07:35
개인적인 의견을 오피셜인것처럼 늘어놓지마세요. 어딜 봐서 여타 여행방송하고 같다는건가요? 아예 다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