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지구를 걱정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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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지구를 걱정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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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지난 여름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들보다 가장 시원했던 여름이었을지도 모른다. 매년 여름이면 점점 더 달궈지는 지구를 체험할 수 있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 변화는 분명 지금을 사는 인류들에게 위협이다. 하지만 우리 후손들에게는 생존 여부가 달린 직접적인 위험이 될지도 모른다.

아직은 몸에 와닿지 않는 경고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두 편의 프로그램을 본다면 경고가 몸에 와 닿을 지도 모른다. 한편은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고 다른 한편은 환경 오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두 메시지는 서로 닿는다. 환경 오염은 기후 위기와 연결된다. 즉 지구의 위험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지구 위 블랙박스

KBS2의 <지구 위 블랙박스>는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프로그램이다. 드라마가 있고 다큐멘터리가 있고 음악 공연도 있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거주 불능 상태인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데이터 센터 블랙박스'에 남은 기록자들이 2023년의 뮤지션들이 남긴 '기후 위기 아카이브 콘서트' 영상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소설가 천선란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천작가는 기후 위기로 더는 지구에 인류가 살지 못하게 된 세계관을 창조했다. 

<지구 위 블랙박스> 1회에는 ‘윤’(김신록 분)이 2054년 블랙박스 센터 기록자로 등장한다. 지구에서 태어난 윤은 아름다웠던 과거 지구의 기억을 간직한 인물로 딸을 방공호에 보낸 채 홀로 블랙박스 센터를 지키고 있다. 윤은 블랙박스의 센터 컨트롤러 ‘러스’(고경표 분)와 함께 정보를 분석하면서 인류의 지구 귀환이 가능한지를 매일 결정한다. 

2회에는 ‘한스’(박병은 분)가 기후 변화로 망가진 지구에서 태어나 온갖 재난과 재해를 겪고 자란 기후 난민으로 등장한다. 그는 어린 시절 기후 재난으로 인해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지만 블랙박스 센터의 기록자가 되었다. 한스 또한 러스와 함께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면서 인류가 지구 귀환이 가능한지 점검한다. 

인류가 지구에서 살지 못하게 된 가상의 미래를 그린 드라마는 현재의 지구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와 연결된다. 최정훈, YB, 김윤아 등 뮤지션들이 남극, 동해, 태국, 제주, 스페인, 서울을 방문해 기후 위기에 처한 지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 장소를 배경으로 음악 공연을 펼친다.

르세라핌은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말라 죽어 가는 구상나무를 함께 보여주며 기후 변화가 제주도에 끼치는 영향을 이야기했다. 최정훈은 지구 온난화로 남극 대륙이 점점 녹아가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4부작인 <지구 위 블랙박스>는 지난 24일 종영했다. 드라마이기도, 다큐멘터리이기도, 퍼포먼스이기도 한 <지구 위 블랙박스>를 만든 이들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오래도록 살아보자는 메시지를 던진 듯했다. 

그리고, 오래도록 지구에서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녹색 아버지회

SBS는 <옆집 남편들-녹색 아버지회>를 제작했다. 아버지들이 자녀들을 위해 지구의 환경을 위해 솔선수범한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연예인이자 아버지인 차인표, 정상훈, 류수영, 제이쓴이 출연한다.

지난 25일 방영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충격적 영상을 내보냈다. 녹색 아버지회 회원 류수영이 스리랑카에서 담아온 영상이었다.

스리랑카는 보호구역을 정해 코끼리를 보호하는 나라다. 하지만 보호구역 밖에서 사는 코끼리들도 있었다. 이들 코끼리는 숲에서 살기도 하지만 도시 가까이에서 살기도 한다. 그 코끼리 중 일부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기도 하고.

코끼리들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사는 이유는 먹이가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쓰레기 매립장 근처에는 코끼리 먹이가 풍부한 숲이 있지만 이들은 쓰레기를 먹는다. 쓰레기 중에는 인간들이 먹다 남은 음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 근처에 사는 코끼리들은 인간이 먹는 음식의 맛을 알게 되었다. 음식 쓰레기가 널린 쓰레기 매립장에 코끼리들이 오게 된 이유다. 코끼리들은 쓰레기 침출수에서 목욕했고 플라스틱이 섞인 똥을 누었다. 

그러다 죽는 코끼리들도 있었다. 영상에는 피눈물 흘리며 죽은 코끼리를 보여주며 그 마지막 순간의 고통을 시청자들도 느끼게 했다. 죽은 코끼리 위장에서 온갖 쓰레기가 나오는 부검 영상을 보여주며 충격에 빠지게도 했다. 어쩌면 우리가 버린 쓰레기일 수도 있었다.

<녹색 아버지회> 첫 회는 이렇듯 충격적 장면의 연속이었다.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앞으로 나올 에피소드들은 녹색 아버지회 회원들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줄 듯하다. 그게 바로 해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는 분명 거대 담론이다. 하지만 나로부터 시작하는 실천이 없다면 말로만 내뱉는 선언일 뿐이라는 걸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SBS <녹색 아버지회>

지구를 생각하는 작은 실천

두 프로그램은 소재가 다르다. 하나는 기후 위기를 다루고 다른 하나는 환경 오염을 다룬다. 프로그램 콘셉트도 다르다. 하나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형식이 융합됐고 다른 하나는 예능 문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하나로 연결된다. 환경 오염이 기후 위기를 불렀다고.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의 맨 꼭대기에는 온실가스가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파리협정’을 맺은 이유다. 파리협정 혹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약속이다. 

이렇듯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위기는 전 지구적 합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물론 나의 실천이 먼저 필요하다. 두 프로그램은 우리의 작은 선택이 지구를 망하게도, 혹은 살리게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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