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밀덕’들 모으는 국방TV ‘본게임2’와 ‘역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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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밀덕’들 모으는 국방TV ‘본게임2’와 ‘역전다방’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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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오타쿠’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일본에서 유래한 용어로 특정 분야나 그 하위문화에 심취한 이들을 일컫는다. 이 용어가 한국으로 와서 ‘덕후’가 되었는데 ‘덕’을 이용해 그 행위를 명명하기도 한다. 마니아적 행위를 ‘덕질’로, 마니아에 입문하는 걸 ‘입덕’으로, 덕질과 직업이 일치함을 뜻하는 ‘덕업일치’ 등이 그 용례다.

이들 덕후는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기 때문에 그 분야만큼은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정보 습득 매체로서 TV는 덕후의 만족을 채우기 쉽지 않다. 대중의 취향을 쫓기 때문이다.

그런데 덕후 중에서도 공부 많이 하기로 유명한 ‘밀덕’, 즉 밀리터리 마니아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하는 방송이 있다. 국방TV에서 제작하는 ‘본게임2’와 ‘역전다방’이 그렇다.

무기 체계를 폭넓게 다루는 ‘본게임2’

‘본게임2’는 무기 체계나 군사 장비, 혹은 전쟁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로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 방영된다. 

방송 첫머리에서 출연진들은 차례로 “M.S.G.”를 외치고는 그날의 주제 토론에 들어간다. M은 밀리터리, S는 사이언스, G는 게임을 의미하는데 유용진 군사 전문기자가 밀리터리를, 원종우 과학커뮤니테이터가 과학을, 전용준 MC가 게임을 담당한다.

M.S.G.는 세 출연진의 성격을 보여주는 한편 프로그램의 개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매 프로그램의 주제를 놓고 유용원은 군사 전문기자다운 시선으로 접근하고, 원종우는 과학자와 밀덕의 자세로 파고든다. 전용준은 1세대 게임 캐스터답게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포인트를 집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본게임2’는 제목에서 보듯 시즌1이 있었다. 2017년 8월에서 2020년 4월까지 방영되었다. 시즌1이 폐지되자 팬들의 비판이 잇달았고 출연진들은 자체적으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2021년 1월부터 시즌2가 방영되고 있다.

‘본게임2’의 주요 콘셉트는 국군은 물론 전 세계의 무기 체계와 군사 장비, 그리고 전쟁을 다룬다. 그중에서도 무기 체계에 대한 비중이 높은데 팬들의 관심도 무기 체계를 다룬 에피소드에서 특히 높다. 

이러한 인기는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첨단 전투기나 항공모함, 혹은 초음속 미사일 등을 다룬 에피소드들은 100만이 넘는 조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영상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일반인의 감상평에서부터 밀덕의 세세한 지적까지 다양하다.

미사일 개발전쟁을 다룬 본게임2. 사진=국방홍보원 유튜브

‘본게임2’의 강점은 국방부 산하의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만큼 팩트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밀덕의 경우 잘못된 정보나 뇌피셜로 지식을 습득한 경우가 많은데 ‘본게임2’는 팩트 체크를 거치고 보안 검열을 마친 정보만 공개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방산 기업이 선보이는 새로운 장비에 대해서는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게다가 여느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는 볼 수 없는 영상을 볼 수 있어 차별적이다. 국산 4.5세대 전투기인 KF-21 시제기가 한창 조립되고 있던 2021년에는 KAI(한국항공우주)의 사천 공장을 직접 방문해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완성되어가고 있던 KF-21 시제기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고, 직접 개발한 KF-21 비행 시뮬레이터도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폴란드의 방위산업전시회를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한국의 방산 기업들이 만든 K2 전차와 K9 자주포, 그리고 FA-50 전투기 등을 도입했다. ‘본게임2’는 이렇듯 세계에 진출하는 K-방산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전쟁사를 심도 있게 분석하는 ‘역전다방’

‘역전다방’은 ‘역사와 전쟁을 다루는 방’이라는 의미를 가진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 방영되는 토크쇼다. 제목의 의미에서 보듯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전쟁의 역사 분석이다. MC와 네 명의 패널이 각자 전문 분야에 따라 의견을 내놓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박태균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역사학자다. 방송 주제로 올라오는 전쟁을 정치외교학적,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전후의 상황을 분석한다. 채승병은 물리학 박사이며 삼성경제연구소 소속 연구원이다. 무기나 장비를 과학으로 접근해 설명하고 전쟁사 덕후답게 전쟁과 그 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세환은 밀리터리 전문가이며 프리랜서 기자이다. ‘샤를의 군사연구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하는 그는 무기와 전술 체계 설명을 도맡고 있다. 심호섭은 중령 진급이 예정된 육사 출신 장교이며 육군사관학교 교수다. 일본에서 석사를,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그는 방송 주제로 올라오는 전쟁의 맥과 흐름을 군사학자의 관점으로 짚어내며 설명한다. 

MC인 허준의 역할도 중요하다. 네 명의 패널들이 전문가적 견지에 빠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잡한 흐름과 설명을 쉽게 정리하는 한편 시청자 관점에서 궁금한 점을 대신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역전다방’을 전쟁사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심도 있게 다루기 때문이다. 2021년 8월에 방송을 시작한 ‘역전다방’은 태평양전쟁을 첫 번째 소재로 삼았다. 그런데 태평양전쟁은 52회차에 걸쳐 방송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태평양전쟁을 소재로 매주 한 편씩 1년에 걸쳐 제작한 토크쇼는 없었을 것이다. 

남북전쟁도 34회차에 걸쳐 방송되었다. 미국이 내전에 빠져들게 된 배경부터 주요 전투의 자세한 전개 과정, 그리고 남북전쟁 후 험난했던 통합 과정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 또한 미국이 군사 대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남북전쟁에서 읽어 내기도 했다.

6.25전쟁을 다룬 역전다방. 사진=국방홍보원 유튜브

최근 소재는 인천상륙작전이다. 지난 화요일이 4회차였는데 상륙작전 당일의 작전이 주요 에피소드였다. 아마도 서울수복까지 연결되는 인천상륙작전을 다루려면 앞으로도 많은 회차가 남았을 것이다. 

‘역전다방’을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전쟁사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나 역사학자 관점에서, 때로는 현역 군인이나 밀리터리 마니아 관점에서 토론하는 ‘역전다방’은 전쟁사를 좋아하는 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여느 지상파나 종편, 혹은 케이블의 기준과는 다르겠지만 충성도가 높은 건 분명해 보인다.

‘본게임2’와 ‘역전다방’을 제작하는 국방TV는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에서 운영한다. 대중에게 잊힐뻔한 아이돌에게 역주행의 신화를 선사한 ‘위문열차’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방부 특유의 색깔이 짙은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그런 국방TV에서 ‘본게임2’와 ‘역전다방’은 대중들에게 낯선 전쟁사와 무기 체계를 긴 호흡으로 다루며 끌어가고 있다. 그렇게 두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에게 국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건 물론이고 마니아들의 충성 어린 관심을 얻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간혹 자신들의 전쟁과 무기에 대한 소신을 밝히곤 한다. 그 취지를 옮기면, 전쟁은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생기지만 희생자는 전선의 군인들과 힘없는 시민들이다. 그러니 전쟁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고 무기 또한 살상 도구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보루로 쓰일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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