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 칼럼니스트] 연예인이 연예 활동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런데 일부 연예인의 복귀 소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의혹이나 범죄 이력으로 자숙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복귀를 차갑게 보는 시각이 있지만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팬덤은 그들이 열광하는 스타의 과거 의혹이나 범죄 이력을 상관하지 않는 모습이기까지 하다. 이렇듯 논란이 이는 연예인의 활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질문을 던져보는 이유다.
과거 의혹은 벗어나지 못할 굴레?
우선, 과거 의혹과 범죄 이력은 궤가 다르다. 연예계에서 제기되는 과거 의혹은 청소년 시절의 학교폭력 의혹이 대부분이다. 학폭은 직접적인 폭행은 물론 폭언과 갈취, 그리고 집단의 일원으로 특정인을 괴롭히는 것 모두 해당한다.
연예인의 과거 학폭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특정 연예인을 향한 학폭 의혹은 대개 SNS에서 익명 저격으로 시작한다. 주로 학교와 정황을 밝힌다.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대중 수사대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낸다.
학폭 의혹이 불거진 연예인 중에는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는 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조용해지길 기다린다. 의혹과 논란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 의혹이 불거진 시점부터 섭외가 끊어지고 연예 언론에 주목받게 된다. 그리고 언론에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 이 연예인은 학폭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 의혹은 의혹으로 그칠 때가 많다. 지난 몇 해 연예계에 불거진 학폭 의혹은 대개 진실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당사자 증언 외에는 뚜렷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의혹 제기 자체가 거짓이라는 반대 증언도 거의 증언일 뿐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잘잘못을 따지기도 쉽지 않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자백하면 모를까.
그래서 팬덤과 주변의 지지에 힘입어 활동에 나서는 연예인도 있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배우 김히어라와 박혜수가 그랬다. 김히어라는 학폭 의혹이 제기된 시점에 개막한 뮤지컬에 제작사와 팬덤의 응원에 힘입어 출연했고, 학폭 의혹을 부정하는 박혜수는 감독의 지지하에 곧 개봉할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학폭 의혹 연예인’이라는 낙인이 찍혀있다. 이렇듯 의혹만 있어도 연예인 생명에 위기가 닥친다. 연예인들에게 의혹은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가 된다. 논란 자체로 이미지에 손상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덤을 제외한 대중들은 그 의혹의 진실 여부에 관심이 없다. 의혹이 제기된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때가 많지만.
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복귀
범죄 이력은 과거 의혹과 차원이 다르다.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의혹과 달리 범죄 이력, 즉 전과가 있다는 건 그가 과거 법을 어긴 적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예계에 다양한 이들이 활동하는 만큼 알려진 범죄 이력도 다양하다. 마약이나 음주운전, 폭력이나 성범죄, 사기나 금융 범죄 등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죄목은 죄다 있다.
그중 음주운전과 마약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을 꽤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죄상이 밝혀지면 벌금형이나 징역형 등의 죗값을 치른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중의 뇌리에 박힌 연예인은 죗값을 치른 후에도 일정 기간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자숙’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자숙은 말과 행동을 스스로 조심하는 걸 의미한다. 연예인에게 자숙의 목적은 그의 말과 행동을 대중의 눈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에 있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조용히 지내는 걸 택한 것인데 연예인에게 가장 큰 벌은 대중에게 잊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숙’의 방법이나 기간을 어떻게 할지는 업계표준이 없다. 다만 대중의 기억에서 그 연예인이 저지른 범죄가 희미해질 즈음까지, 혹은 대중에게 자숙의 진정성이 느껴질 즈음까지 조용히 지내야 하는 건 상식이 아닐까.
반면 대중의 뇌리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은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이 생각보다 빨리 복귀한다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래 그런 일이 종종 벌어졌다. 지난 5월 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사고를 일으킨 배우 김새론은 8월에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대마초로 2016년에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빅뱅 멤버 최승현은 ‘오징어게임2’에 캐스팅되었다.
두 연예인의 사례는 과거에 범죄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복귀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에 관한 다양한 토론을 낳았다. 거기서 나온 의견 중에는 연예인에 대한 윤리 잣대가 비연예인보다 무겁지 않냐는 인식도 있었다. 그래서 정치인 등과 비교해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김새론과 최승현의 복귀사례는 범죄 후 뉘우침이나 자숙의 부족, 혹은 그에 대한 진정성 결여로 비쳐 대중과 언론에 빈축을 산 경우다. 물론 일부 팬덤은 이들의 귀환을 환영했다.
그렇다면, 범죄 이력은 있지만 인기가 많은 연예인이라면, 그런데 대중과 언론이 받아들인다면 이른 자숙을 마치고 복귀해도 되는 것일까? 대중이나 언론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팬들이 받아들인다면? 자숙 중이던 황영웅의 복귀가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했다.
팬덤이 눈감아주는 스타의 범죄 이력
황영웅의 복귀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극과 극이다. 열광하거나 차갑다. 트로트 가수로서 그의 복귀에 열광하는 팬덤이 있는가 하면 그의 범죄 이력을 놓고 복귀에 싸늘한 대중과 언론도 있다.
황영웅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팬을 얻기도 했지만, 프로그램 출연 때문에 과거 범죄 이력이 드러나기도 했다. 폭력 전과뿐 아니라 학폭 등 사생활 의혹도 불거졌다. 그래서 우승이 예상되던 황영웅은 하차했고 자숙에 들어갔다. 그게 지난 3월 초였다.
그런 황영웅이 자숙을 끝내고 복귀 수순에 들어갔다. 대중과 언론은 황영웅의 자숙기를 두고 휴식기 혹은 활동 준비기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그의 팬들은 열광했다. 황영웅의 팬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스타의 범죄 이력에 상관없어하는 모습이기까지 했다. 앨범 사전구매 금액이 지난 9일 기준으로 38억 원이 넘었다. 비난을 무릅쓴 복귀를 보상해주는 금액이다.
황영웅을 조기 복귀로 이끈 팬덤의 화력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한다. (팬덤을 제외한) 대중과 언론에 비호감으로 찍힌 스타가 과연 진정한 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물론 지금의 팬덤만 유지해도 스타로서 품위를 유지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황영웅 사례가 아니더라도 팬덤에게 그들의 스타는 ‘무오류의 존재’가 되고 있다. 무슨 일을 저지르더라도 용납이 된다. 하지만 대중의 인식과는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진정한 스타라면 자기 팬덤뿐 아니라 팬덤 바깥세상의 대중들까지 용납할 수 있는 범용성과 확장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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