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위원장의 당권 도전으로 전당 대회는 격랑의 소용돌이가 예고되고 있다. 잔잔한 파도에 그칠지 몸집 큰 배를 뒤집어 놓을 듯 파괴력이 있을지는 아직 미확인된 상태다.
천 위원장의 출마로 더 주목을 받게 되는 인물은 이준석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6월 전당 대회에서 혜성같이 등장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새로운 비대위원으로 영입되었던 인물이었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은 지 10년 뒤인 2021년 6월 11일 전당 대회에서 1985년생 MZ세대 이준석은 당 대표에 자리에 올랐다. 그 이후 대선 승리를 이끌었고 지방 선거는 압승을 했다.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여부를 떠나 전쟁 승리의 깃발을 두 개나 따낸 개선 장군 이준석 전 대표였다. 그렇지만 그 이후 일정은 험난했고 현 시점의 이준석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의 대척점에 서 있다.
'이준석계=반윤' 프레임 깰 수 있을까
천하람 위원장은 친이준석계 인물로 분류되며 일종의 이준석 전 대표 대리 전쟁 형태로 참석하는 셈이 되어 버렸다. 천 위원장이 아무리 부인한들 이 전 대표와 관계를 송두리째 다 걷어내기는 어렵다. 오히려 친윤 대 반윤 전쟁으로 구도가 짜인 전당 대회 성격에서 천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인물로 반윤 도장이 찍혀진 버린 것이라 다름없다. 일종의 이준석 아바타라는 인식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정치가 안타깝게도 정의인지 여부를 가리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천 위원장이 전당 대회라는 전쟁에 뛰어드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이준석계 인사로 낙인찍히는 경우 반윤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당 대회는 당원들의 잔치다. 아무리 당원들을 대상으로 전당 대회가 친윤 대 반윤 구도로 가는 양상의 부당함을 강조하더라도 이준석 전 대표의 영향을 받는 아바타로 인식되는 경우 윤석열 대통령, 아니 윤석열 정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당원들은 복잡해진다.
머릿속으로는 더 다양성을 수용하고 윤심 쟁탈전이 아닌 전당 대회를 원하더라도 결국 누구를 선택하게 될지를 질문 받는다면 당원들 중에 반윤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를 대변해 출마한 천 위원장에게 기꺼이 투표하기가 극히 어려워진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월 31일~2월 2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8.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는 지지층은 75%나 된다.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은 20%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당원이라면 대부분 대통령 긍정 평가층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현 시점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층(당원과 비슷한 속성으로 추정)과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 당원 중에서 이준석 전 대표 손을 들어줄 당원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
두 번째로 천하람 위원장이 이준석 아바타가 되면 안되는 이유는 ‘시점상의 차이’ 때문이다. 2021년 6월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이후부터 대선정도까지 시점이라면 청년 정치인들이 이준석 아바타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릴 일은 아니었다. 분명 청년 세대에 대한 결집력이 있었고 이 전 대표가 내놓은 정책에 신선함과 혁신성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6월경 같은 정당 소속인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거친 충돌을 거치면서 이준석 전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렸다. 정권을 쥐게 된 친윤 조직에 대항해 혁신을 시도했다면 조금 더 용의주도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이 전 대표마저도 이미지와 경쟁력 회복이 안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준석 아바타를 시도한다면 사상누각이 된다.
'남녀 편가르기'에 갇혀선 안돼
마지막으로 천 위원장이 이준석 아바타를 피해야 하는 결정적 이유는 ‘이대남과 이대녀 논란’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청년 정치로 혁신을 가져왔고 제 1야당과 여당 당 대표가 되는 능력에다 대통령 선거 승리와 지방 선거 승리를 이끌어낸 비단 주머니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만 그런 공로를 한 순간에 나락으로 빠트린 결정적인 참사는 ‘남녀 편가르기’였다. 이 전 대표는 이대남과 삼대남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조화와 협력의 대상이 되어야 할 여성들에 대해 매몰찼다.
천 위원장이 전당 대회 혁신의 상징성을 걸고 당권 도전을 시도한 일 자체는 기립 박수를 받더라도 과하지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아바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천 위원장은 세간에 알려져 있기로 매우 가정적이고 여성 인권을 존중하는 매력적인 정치인이다. ‘남녀 갈라치기’ 이미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가져서는 안 되는 이미지다. 천 위원장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준석 아바타가 되어서는 안되는 결정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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