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온라인 교육의 허울...대면 교육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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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온라인 교육의 허울...대면 교육의 재발견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4.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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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코로나19 사태로 대학에 이어 중3과 고3을 시작으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9일 진행되지만 온라인 교육을 듣는 학생과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 교사 및 교수의 불만과 혼란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대학생들은 이미 등록금 반환, 환불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선거를 코앞에 둔 정당 역시 등록금 반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건 부실한 온라인 교육에 기인한다. 그 동안 온라인 교육의 유토피아를 강조한 학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일선 현장에 있는 상당수 교사들은 대면 교육을 중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돌이켜 보면 온라인 교육이 얼마나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없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부끄럽지만 온라인 학습에 제대로 몰입을 해본 기억이 없다. 

90년대 이후 온라인 교육이 대학을 넘어 기업까지 확산되었지만 온라인 교육을 수강하며 콘텐츠에 집중하고 학습에 진지하게 몰입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당수 이러닝(e-learning) 전문가들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의 구애 없이 학습자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맞춰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현실은 이와 달리 작동하는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교육, 왜 불만이 높은가 

온라인 교육으로 3월 개강을 맞이한 대다수의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불만은 현재 나날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학습권 침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입장이 대표적이다. 물론 부실한 동영상 강의와 수업을 대체하기 위한 과제의 남발이 학생들의 불만을 초래한 점도 있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준비해 온 일부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항의는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온라인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한 상당수 학자들은 30년 후인 2020년에는 거의 모든 대면 교육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웹 기반 학습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학습할 수 있기에 다양한 정보 제공과 습득이 용이하고 그 결과 온라인 교육이 대면 교육보다 경제적 측면, 학습자의 만족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의 효과성을 분석한 논문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으며 연구를 통해 수많은 장점이 꾸준히 거론되었다. ▲학습에 대한 자율성 확보 ▲정보 습득의 용이성 ▲시간과 자원의 절약 ▲주도적인 문제해결력 향상 ▲다수의 학습자 참여를 통한 집단지성 활용 등은 그간 대면 교육에서 볼 수 없었던 온라인 교육의 효과적인 장점으로 여겨져 왔다. 

특이한 점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에서도 온라인 교육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외국에서도 꽤 많은 학생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교육의 실효성에도 불만이 존재하지만 아무리 좋은 온라인 교육도 대면을 통해 학습자와 교수자가 상호 토론하고 논의하며 지혜를 창출하는 전통 학습 방식을 대체하지 못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면 교육이 왜 중요한가 

2019년 7월 국내 학술지 한국융합학회논문지에 흥미로운 논문이 한편 게재되었다. 이러닝의 효과를 분석한 해당 논문에서는 기존 관념과 달리 온라인 교육의 가장 큰 장점으로 거론된 자율성이 오히려 대학생을 포함 학습자들의 자기 통제력을 낮추고 학습 공간의 편의성 역시 온라인 교육을 이용하려는 학습자의 의도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해당 논문에서는 온라인 교육은 외부 통제성이 없기에 학습자의 나태함을 초래하며 오픈북 및 대리시험 등으로 더 심각한 불공정 평가를 유발하고 교수자와의 상호작용이 어려워 강의의 질과 만족도가 오히려 하락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은 실제 교육 측면에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예측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학자들이 교육의 방식은 향후 대폭 변화될 것이고 경제적 효율성을 감안해서 더 수준 높은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학자, 사회학자, 사회심리학자들은 첨단기술에 의해 시간과 공간의 장벽이 사라진다고 해도 전통적인 대면 교육을 통한 사고력과 공감 능력 향상은 결코 온라인이 제공할 수 없다고 지금도 주장한다. 

단순 정보 획득의 경우 온라인 교육은 탁월할지 모르나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등은 온라인을 통해 습득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준 높은 대면 교육을 유튜브가 대체할 수 없는 이유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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