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철 지난' 김종인의 경제대통령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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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철 지난' 김종인의 경제대통령론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4.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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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다시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전 위원장은 8년 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켰고 4년 전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총선 승리를 주도했다.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그는 위기관리의 달인, 당 개혁과 체질 개선의 최고 적임자로 인정받았다.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은 진영을 떠나 경청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당의 미래를 위해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언급한 점이나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진보, 보수 등의 이념 싸움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30대와 40대가 중심이 되어 국가와 사회에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다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70년대에 출생한 사람 중 경제 비전을 갖춘 이른바 경제 전문가를 국가의 지도자로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재난으로 인해 위기의 경제가 곧 다가올 것이며 당연히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대통령론’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경제대통령論(론)을 다시 꺼낸 셈이다. 

대통령과 CEO의 리더십을 혼동해선 안돼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경제대통령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워 정동영 후보를 대선 역사상 가장 큰 표차로 이기고 당선되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통일대통령,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개혁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승리한 후 이명박 후보는 현대건설 CEO 경험과 청계천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대통령론을 강조했다.  

당시 경제대통령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이 그 유명한 '747 슬로건'이다. 7%의 경제성장률, 4만달러의 국민소득을 달성, 세계 7대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호남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인 이명박 후보.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내세운 선진화 구상은 온데간데 없고 정치경제, 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일관되게 퇴보를 거듭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력 대선후보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을 하진 않는다. 정치 지도자로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과 경제 혁신을 맡는 CEO의 리더십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자신 때문에 미국이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CEO, 미국 언론과 유권자들이 이에 대해 귀담아 듣지 않는 이유이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저서 <시장은 정의로운가>에서 대통령의 리더십과 CEO의 리더십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CEO는 자기 의사대로 일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고 승진, 인센티브, 해고, 보직 이동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직원을 관리,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주도적 의사결정으로 성과를 이끄는 CEO의 리더십은 대통령에 적용할 수 없다.

대통령은 거의 모든 현안에서 반대 야당의 저항에 직면하고 언론, 권력기관 등 다양한 견제 세력을 합리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존경을 받아야 하는데 CEO처럼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일사불란함을 강조하면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곧바로 추락한다. 그러므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김종인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이 경제 이끄는 시대 지났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 정치 현장을 보면 대통령이 경제 전문성을 지녔다고 해서 경제 성장이 달성되지는 않았다. 더욱 중요한 점은 대통령이 국가를 일사불란하게 통제, 지휘하며 국가 경제를 주도하는 건 이제 후진국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경영학 관련 국내외 유수의 학술지를 살펴보면 CEO의 리더십이나 역량은 기업의 성과 및 혁신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 학계에서도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대통령이 경제 지도자임을 내세우거나 경제 전문성을 갖출수록 국가의 경제 혁신이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는 안타깝게도 국내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은 반대파를 설득할 수 있는 협상력과 국민의 반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리고 폭넓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책을 일관되게 추구하기 위해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추구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경제 성장을 기대하거나 의지하는 자체가 미래 시대에 부합하지 않고 미래 세대의 주역인 20~40대에게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이다. 

‘성공한 CEO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의 자질과 CEO의 자질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혁신적 사업가가 육성될 수 있도록 창업 환경을 조성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다양한 제도를 수립, 보완하는데 있다. ‘내가 경제를 이끌겠다’는 경제대통령론은 미래 리더에게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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