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재난 지원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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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재난 지원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해야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4.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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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재난 지원금에 대한 여야 더 나아가 기획재정부 간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정부 여당은 지난 20일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잠정 결정했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기획재정부는 소득 상위 30%까지 지원금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며 현행 70% 대상 지급을 강조하고 있다.

포퓰리즘 방식의 발언을 하는 정치적 행위는 언제나 유감스럽다. 단, 최저 소득 또는 어려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닌 지급 대상 범위를 아예 70%로 확장했다면 소득 여부와 상관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좀 더 올바른 해법이다. 재난 지원금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생존, 그리고 국가의 경제위기 극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및 유럽이 재난 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에 있으며 재난 지원금에 소극적이었던 일본도 결국 국적을 불문하고 ‘주민기본대장’에 등록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1인당 113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참고로 국내는 일자리 없이 그냥 쉰다는 사람이 현재 240만명에 육박한다. 4월에 접어들며 수출 또한 27% 가까이 급감했다.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로 인한 결과다.

전 국민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이유

가장 큰 논쟁은 현재 국민 70%가 아닌 전 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제공할 경우 지출 구조조정이 아닌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쉽게 말하면 경제, 안보 등 기존 분야에 할당된 예산을 삭감해서 마련된 돈으로 지급하는 지출 구조조정에 더해 국가가 재원 조달을 목적으로 채무를 지는 국채까지 동원해서 재난 지원금을 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정부 여당 계획대로 전 국민에게 100% 지급하려면 추가로 3조~4조원이 더 소요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강력하게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결국 추가 소요 예산이 모두 미래의 부담이 되는 적자국채가 될 뿐 아니라 국채를 발행하면 안정적인 국채로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기에 자금 조달을 위해 내놓은 기업들의 회사채 투자 규모가 더욱 위축된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의 의견 역시 의미가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전 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상위 30%를 구분한다는 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어려운지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올해 소득 기준이 물리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건강보험료 기준 지급에 일단 무리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금융소득이나 재산세 등의 추가 증빙자료를 바탕으로 소득이 급감했다는 점을 증명한 사람들도 긴급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그러나 증빙 과정과 검토 과정이 재난 지원금 지급 선정의 또 다른 병목 현상을 만들 수 있다. 지금 같은 위기에서는 국민 소득이나 경제적 신분을 놓고 따질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둘째, 위기 상황에서의 국채 발행과 평상 시 상황에서의 국채 발행의 효과는 다르다. 2013년 한국경제연구에 발표된 국채 발행과 이자율, 민간투자에 관한 실증 연구를 살펴보면 정상적인 시기에는 국채 발행을 통한 정부의 부채 증가가 국채 금리를 상승시키고 결국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투자가 오히려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거시 경제 시계열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신용카드 사태 및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는 국채 발행을 바탕으로 한 정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를 증가시키는 구인효과를 창출하는 상반된 결과를 도출했다. 즉, 위기 상황에서는 국채 발행 증가를 기반으로 한 재정지출이 민간투자를 촉진해 경기 침체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채 발행, 재난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기재부 및 일부 정치인들의 의견과 달리 국채 발행이 정부 부채를 증가시키고 민간투자를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비단 국내 연구 이외에도 1997년 응용 경제학 학술지에 실린 국외 연구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공공투자가 민간투자까지 향상시킨다는 점을 통계 분석으로 입증, 정부의 지출 정책이 경기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밝혔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역시 경기 침체 상황에서 실행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의 증가가 민간투자 증가를 유발한다는 점을 연구로 제시했다. 경제적 위기에서는 정부의 능동적 대처가 장기적 관점에서 소비 활성화를 촉진하고 침체 상황을 더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해 재정건전성에 무리를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위기는 짧은 기간에만 발생된 재난이 아니다. 또한, 1인당 100만원을 주자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재난 지원금 앞에 긴급이 붙은 이유는 그야말로 신속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재난 지원금 일괄 지급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70% 지급, 일괄 지급에 관해 한가롭게 논쟁하기에는 개인부터 기업까지 모두가 겪는 고통이 너무나 크고 심각하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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