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예측 불허의 시대, '묻지 마' 투자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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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예측 불허의 시대, '묻지 마' 투자의 위험성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3.2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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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코로나19 역병의 충격이 중국에서 한국을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발생한 코로나 사태에 강 건너 불 구경식의 안일한 모습을 취하던 서구권의 충격은 우리보다 더 크게 다가온 모습이다.

코로나 재난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에 난색을 표하던 한국은행은 결국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사상 최초로 0.75%로 내리며 '제로금리' 시대를 선언했다. 

금리는 쉽게 말하면 돈의 가치를 말한다.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는 모든 금리의 기준을 뜻하기에 한국은행이 이를 대폭 내렸다는 사실은 시중은행도 이에 따라 대폭 낮아진 금리로 고객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

별도의 재테크 없이 성실하게 저축만 해온 평범한 서민들은 충격을 받을 만한 소식이지만 그만큼 국내 더 나아가 세계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tvN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응답하라 1988>에서는 바둑기사로 등장한 주인공이 상금 5000만원을 받은 후 어떻게 재태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 나온다.

드라마 내용 중 재미있는 점이 은행에 넣어둬 봤자 금리가 고작 15%이니 다른 곳에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10년째 저금리를 살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한국은행이 그 동안 꾸준히 금리를 인하한 이유는 경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고금리라는 점은 국내 기업들의 성장이 좋아 어디에 투자를 하든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던 시기라는 점을 의미한다. 반대로 지금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적 공황 시대에 접어들고 있어 저금리를 통해 대출의 승수효과를 바탕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경제를 살려야 한다. 

불확실성이 증폭된 시기, '묻지 마' 투자는 삼가야 

제로금리는 저축한 사람의 현금 가치는 떨어뜨리지만 부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부담은 매우 가볍게 해주는 이점이 있다. 한국은행이 제로금리를 도입한 이유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차입비용을 적극적으로 절감시키는 데 있다.

그러나 제로금리 선언 이후에도 주가가 폭락하자 장세를 신중히 살펴보지 않는 '묻지 마' 주식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재난으로 경제가 침체일로를 걷기 시작한 후, 주식 시장에서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매도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는데 비해 개인 투자자들은 거의 매일같이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9일엔 하루에만 1조 2800억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상품이 0%대 금리 기미를 보이자 '묻지 마'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일부 언론의 투자 부채질도 '묻지 마' 투자를 부추기는데 한몫하고 있다. 모 언론은 외국의 큰손들이 국내 주식시장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삼성전자 실적은 내년까지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개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움직임을 ‘2020년 동학개미운동’으로 표현하며 투자를 대놓고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섣부른 투자는 분명 주의해야 한다. 1980년대 후반이후 국내 주식 가치는 평균적으로 무려 5.8배나 높아졌다. 당시에는 주식을 투자해도 큰 폭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 기업이 전체적으로 몇 년째 완만한 저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계적으로 기업을 분석하지 않고 '묻지 마' 투자를 진행하면 더 큰 화를 볼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규모와 경쟁력 면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휘둘리는 게 사실이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코스피에서 15거래일 내내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이 지금까지 팔아 치운 순매도 규모가 10조 2000억원을 넘어선 만큼 시장 상황을 냉정히 살펴봐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신규로 개설된 증권계좌의 60% 이상이 20~30대 초기 투자자라는 사실은 더욱 우려스럽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증시에서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자 유혹, 현혹되지 말자

여기저기서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소리치는 얼치기 경제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항상 역병을 극복하면 주가는 이후 반등되고 부동산도 살아나기에 깊은 골짜기인 지금 투자를 해야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인터넷상에 넘쳐난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소비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가 다시 활성화될 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섣부른 투자 유혹에 현혹되어서는 곤란하다. 시장 정보와 투자 규모면에서 '선수급'인 외국인들이 꾸준히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현재 주가는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난 3년간 국내 100대 기업의 주가 중 95%는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경기 부양책 발표 등 호재도 존재하지만 단순한 호재로 주가는 상향 곡선을 그리진 않는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가들도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섣불리 긍정적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측 불허의 시대에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항상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경기 반등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투자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개인 몫이다. 급속도로 추락하는 칼날에 항상 개미들만 대거 달려든다는 시장의 속설을 잊어선 안 된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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