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삼성의 채용 실험, 온라인 직무적성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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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삼성의 채용 실험, 온라인 직무적성검사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6.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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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험생뿐만 아니라 수많은 채용 담당자의 불편을 초래했다. 세찬 바람이 부는 환경 속에서 모 공기업은 운동장에 수험생들을 불러 모아 넓은 간격으로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는 진풍경을 낳았다. 인적성 검사가 진행되는 시험 당일 날씨를 확인해야 했던 채용 담당자와 수험생들은 많은 불편을 느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삼성은 지난 5월 30일과 31일 양 이틀간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Global Samsung Attitude Test)를 사상 최초로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온라인 교육의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과연 기업에서 진행하는 인적성 검사가 온라인으로도 안정되게 실행될 수 있을지에 관해 대다수 공공기관 및 사기업 역시 삼성의 GSAT 실행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코로나 사태로 그룹 차원에서 과감히 온라인으로 직무적성검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후 삼성 내부에서는 시험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고 한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회의가 수 차례 진행되었다는 얘기도 있었고 이틀 간 진행되는 4번의 시험 문제를 다르게 출제해야 했기에 보안에서도 삼성의 고민은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적으로 진행된 삼성의 온라인 GSAT

양 이틀간 진행된 온라인 GSAT 시험에서 삼성 수험생들은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보통의 기업들이 인적성 검사가 진행된 후 많은 비판을 받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이다. 시스템의 안정성 및 시험 도중 모니터를 만지지 못하는 사항에 대한 일부 수험생의 항의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온라인 시험의 성공적 안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능시험, 9급 공무원 시험 그 다음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응시하는 시험이 바로 삼성의 직무적성검사이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약 20만명의 응시생이 동일한 날짜에 모여 GSAT 시험에 응시한다. 삼성 역시 이를 준비하기 위해 직원 1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등 자원과 시간 관리 측면에서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그 동안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기업 및 사기업을 포함해서 온라인으로 대규모 직무적성검사를 진행한 기업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대리 응시자의 문제, 문제를 촬영하거나 녹화해서 유출할 수 있는 가능성, 카카오톡 및 기타 메신저 등을 통해 다른 이와 답안을 주고 받는 경우 등 감시할 수 없는 부정행위 요인이 지나치게 많고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삼성은 응시자의 개별 공간으로 시험 장소를 한정했고 책상 위에 PC, 필기구, 휴대전화 거치대 이외 다른 물건을 놓지 못하게 하는 등의 다양한 감독 방안을 도입하여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감독관이 원격으로 각기 다른 응시자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는 점에서 실제 시험을 치룬 응시생들도 온라인 시험에 관해 다양한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이 지난 달 31일 올해 상반기 채용 GSAT를 온라인 시험으로 진행한 가운데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감독관들이 실시간으로 원격 감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이 지난 달 31일 올해 상반기 채용 GSAT를 온라인 시험으로 진행한 가운데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감독관들이 실시간으로 원격 감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확대가 모든 면에서 능사는 아니다

코로나 사태의 긍정적인 면을 굳이 꼽자면 모든 기업이 관행처럼 굳어진 업무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수험생들이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에 모여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생각은 이제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해까지 국내 대다수 기업과 대학은 오프라인 시험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신념을 유지해왔다. 

삼성은 이번 GSAT 진행을 토대로 온라인 채용 프로세스를 그룹 차원에서 보다 확대할 예정이다. 대규모 오프라인 시험에 비해 사회적 비용도 축소되고 응시생들의 물리적 불편함도 해소한 만큼 하반기에도 이를 검토, 적용할 계획이다. 다른 기업들도 자필고사 이외 심층 면접까지 포함, 다양한 채용 프로세스에서 온라인 방식 심사를 적극 도입한다고 한다. 

다만 직무적성검사의 온라인 도입은 의미가 있으나 면접까지 온라인 방식을 도입하는 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 및 심리학자들은 지원자의 역량, 잠재력, 사고력 등은 온라인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격한 채용 과정을 진행하기로 유명한 글로벌 IT 기업과 투자은행, 전략컨설팅사는 온라인 채용 방식 확대를 경계하는 편이다. 

삼성의 온라인 GSAT 실험은 분명 수많은 기업의 직무적성검사와 면접의 온라인 방식 재검토 및 확대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비용의 효율성만을 고려해서 모든 채용 과정에서 온라인 방식을 주장하면 자칫 인재의 옥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온라인으로 우수 지원자를 선발할 가능성은 오프라인에 비해 여전히 낮았다. 

온라인 시험은 지원자의 기초적인 학습 능력 그리고 성향 및 가치관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원자의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은 대면 심사가 온라인에 비해 정확성이 높다고 인사평가의 석학인 커크 패트릭 위스콘신대 명예교수는 강조한 바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선발 방식을 균형 있게 보완하는 기업들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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