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공포…세계 각국 또 돈풀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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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공포…세계 각국 또 돈풀기 경쟁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0.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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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 경제 둔화 여파…마이너스 금리 속출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유가를 중심으로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지난 20년간 세계 경제를 견인했던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면서 생기고 있는 현상이다.

유럽과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예금금리와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서 하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통해 돈 풀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수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유럽과 일본도 다시 양적 완화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 연준(Fed)도 지난 9월 금리인상을 연기한데 이어 연내에는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유력하다.

 

세계 곳곳에서 마이너스 물가 속출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세계 곳곳에서 마이너스 물가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디플레이션은 국지적인 현상이지만, 그 움직임이 글로벌 단위로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 9월 유로존의 물가는 작년 동기대비 -0.1%로,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디플레이션 공포를 키웠다.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0%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그리스(-1.7%), 스페인(-0.9%), 핀란드(-0.6%), 슬로베니아(-0.6%), 슬로바키아(-0.5%)는 마이너스였다. 네덜란드(0.6%)와 포르투갈(0.9%)도 1%를 넘지 못했다.

영국은 9월 물가상승률이 작년 동기대비 -0.1%로, 1960년 이래 두번째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란은행은 내년 초까지 물가 상승률이 1%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작년 동기대비로는 8월 0.2%에서 9월 0%로 떨어졌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서부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경제전문 채널인 CNBC에 따르면 미국 서부 지역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없었다면 8월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이며, 이는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문제에 봉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서부의 8월 CPI는 1.3%이며 북동부는 -0.1%, 남부 -0.2%, 중서부는 –0.3%였다. 서부를 제외하면 미국 경제가 사실상 디플레이션의 빈혈증세에 빠져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8월 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기 대비 0.2%였다. 일본 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2.3%에서 4월 0.6%로 내려온 이래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폴란드가 -0.8%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으며 헝가리(-0.4%)와 태국(-1.1%)도 마이너스였다. 스리랑카는 -0.3%로 199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은 작년 동기에 비해 1.6% 상승했지만 전달(2.0%)에 비해 낮아졌고 시장 전망치(1.8%)도 밑돌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9월까지 4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세계에 디플레 압력을 수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너스 금리 확산

각국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추가로 양적완화를 단행할 움직임을 시사하면서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속속 마이너스대로 떨어지고 있다.

27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유로존 회원국 대다수의 2년만기 국채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덴마크, 스웨덴,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2년물 금리가 모두 마이너스인 데 이어 이탈리아의 2년물 국채금리도 최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대에 진입했다.

독일의 2년물 국채금리는 최근에 사상 최저인 –0.327%까지 추락했고, 6년물 독일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2년물도 한때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거래됐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22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유럽 국가의 단기 국채를 중심으로 금리 하락이 다시 가속화되는 추세다.

유로존과에 가입하지 않은 스위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사상 최저인 -0.3% 부근으로 떨어졌다.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연합뉴스

 

주요국 ‘돈 풀기' 무한 경쟁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3일 통화정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마이너스 수준인 예금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것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쓸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드라기의 발언은 12월중에 현행 -0.2%인 예금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방안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예금금리는 은행들이 ECB에 예치하는 하루짜리 자금에 대한 금리를 말한다.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은행이 자금을 예치하면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ECB는 현재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적어도 내년 9월까지 시행할 것임을 밝힌 바 있어 ECB가 추가 조처에 나선다면 해당 프로그램을 연장하거나 -0.2%인 현 예금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스위스 중앙은행은 ECB가 추가 조처를 내놓는다면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부동산 버블에 대응해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었던 영국도 이달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이 미국 연준을 따라 바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제는 2017년에도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3일 1년 만기 위안화 대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4.35%로, 1년 만기 예금 기준 금리도 0.25%포인트 내린 1.5%로 조정했다.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인민은행이 지난해 11월 이후 6번째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는 1년 새 6.00%에서 4.35%로 무려 1.65% 포인트나 낮아졌다. 올해부터 뚜렷해지고 있는 성장둔화와 경기침체를 막고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해나가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명백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일본은행(BOJ)도 30일로 예정된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로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이 현행 80조엔인 연간 본원통화 목표치를 85조엔으로 확대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중앙은행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탓에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추가로 내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만과 파키스탄 중앙은행도 지난9월 기준금리를 내렸다. 싱가포르 중앙은행도 싱가포르달러화의 절상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글로벌 경기부양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나라는 당분간 현재 금리 유지할듯

한국은 9월 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기대비 0.6%로 10개월째 0%대를 기록하면서 아직은 디플레이션 단계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물가가 하락추세여서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여건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을 0.9%에서 0.7%로 낮췄는데 이는 사상 최저치다. 이미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유가하락 등으로 인해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5%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통계청이 전국단위 소비자 물가를 조사한 1965년 이래 물가 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해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9년 0.8%였다.

최근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11년 4.0%를 기록한 이래 2012년 2.2%, 2013년 1.3%, 2014년 1.3%로 하락 추세를 이어왔다.

 

각국의 통화 완화 정책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당장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태헌 KDB 대우증권 연구원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한은의 분위기가 3분기 성장률 지표가 나오기 전부터 경기 개선 쪽에 맞춰져 있으며, 추가 인하 기대를 일축하는 언급들을 많이 해온 터라 11월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BNP파리바는 올해 11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고, 노무라도 내년 3월까지 한은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씨티그룹 역시 한국의 경제 성장세가 4분기부터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점쳤다. HSBC도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 경제 성장 호조로 한국이 기준금리를 서둘러 낮춰야 할 필요성이 줄었다면서도 두 번 더 인하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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