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격…美국채 매각으로 금리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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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격…美국채 매각으로 금리 제동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0.1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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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 매도로 전환→실질금리 하향압박→美 기준금리 인상 저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 9월 금리 인상을 유보한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연내에 금리를 올릴 것이다”, “올리지 않을 것이다”는 논란이 뜨겁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뉴욕 월가의 투자자들이 12월 금리인상을 점친 확률은 37.4%에 머물렀는데, 이 확률은 지난 9월초에 60%에 육박했었다. 연내에 금리인상을 점치는 확률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내년 1월 인상 확률은 44.9% 뿐이었고, 3월 확률이 59.3%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Fed 고위층의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은 지난 11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해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이는 예상일 뿐, 약속이 아니다"라며 한발 비껴났다.

피셔는 Fed 내에서 금리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매파로 알려져 있다. 그가 말꼬리를 흐린 것은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이유를 완곡하게 설명했다.

피셔 부의장은 지난 9월 금리인상 유보와 관련, "금리를 정상화하기에 앞서 글로벌 경제, 특히 중국 경제에서 비롯되는 최근의 전개상황을 평가하는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외국 경제상황이 수출입과 자본수지 등을 통해 미국 경제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셔는 중국 경제의 부진이 미국의 자본수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 미국이 중국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기 조짐이 보이는 중국 경제를 도와주기 위해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유는 중국이 달러와 교환되는 미국 국채(TB: Treasury Bond)를 대량으로 매각하고, 이에 미국 실질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채 수익률이 하향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셔가 중국 때문에 자본수지가 악화되고 있어 금리 인상을 늦춘다고 속내를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그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중국 대량 매각으로 美국채 순매도로 전환

미국이 연초부터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지난 5월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금리인상을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월가의 베테랑들은 9월 금리인상을 점치고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그러자 중국 자본시장에 투자된 국제자금이 빠져나가고, 중국 주가가 폭락했다. 중국 위안화의 실질가치가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고시환율로 운영되는 위안화를 세차례에 걸쳐 절하했다.

이번엔 위안화 외환시장에 국제투기꾼들이 몰렸다. 그들은 중국 당국과 싸움을 벌였다. 정국 정부가 위안화를 추가로 절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거 베팅했다. 중국 통화당국은 1달러당 6.40위안에 환율을 묶어두기 위해 대량으로 달러 자산을 매각했다. 투기와의 싸움에서 중국은 보유외환 중에서 미국 국채(TB)를 팔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8월 한달동안 중국 당국이 매각한 TB 물량이 1,200억~1,3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그후에도 지속적으로 TB를 매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에 940억달러 줄었고, 9월에 430억달러 감소했다. 지난 8월 위안화 투기세력과 싸우기 위해 다량의 달러 자산을 매각한 이후 TB 매각 규모가 감소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도 TB를 매각하고 있고, 차후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다시 대량 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베제할수 없는 여건이다.

 

중국의 TB 매각에 가세해 러시아, 브라질, 타이완도 TB를 매각했다. 중국을 포함해 이들 네나라는 지난 10년간 미국 국채를 사들인 대형 물주였다. 미국은 국채를 매각해 재정적자를 메우고,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생긴 은행 부채를 국고에서 보조해주었다. 빅 바이어 4개국은 무역에서 벌어들인 흑자, 고유가에 따른 오일머니를 자국 돈으로 쌓아두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좋은 미국 국채를 사서 재두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고, TB 시장의 기류도 바뀌었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던 나라들이 줄줄이 TB를 팔아제끼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경제가 악화하면서 무역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기름값이 반년사이에 반토막 나나면서 TB를 사기는커녕 통화 안정을 위해 TB를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도이체방크 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해외 중앙은행들이 TB를 거래한 규모(1년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가 지난 7월말 기준으로 1,230억 달러 순매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도이체방크가 조사를 시작한 1978년 이래 최대 규모다. TB를 사는 물량보다 파는 물량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1년전인 2014년 7월엔 해외 중앙은행들의 TB 거래량이 270억 달러 순매수를 기록했고, 최대기록인 2013년 1월에 2,300억 달러 어치를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러시아의 경우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적 적자 보전을 위해 지난 7월말 기준으로 1년동안 328억 달러의 TB를 매각했고, 타이완도 같은 기간에 68억 달러의 TB를 팔았다. 선진국인 노르웨이도 유가 하락을 보전하기 위해 183억 달러 어치의 TB를 매각했다.

가장 많은 TB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앞정서고, 러시아, 브라질, 태국, 노르웨이등 재정이 취약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팔고 있는 것이다.

 

미국, 아직은 안도…실질금리 상승에 발목

미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등이 TB를 순매도 하더라도 TB를 매입하는 나라들이 있고, 국제금융시장이 혼조세를 보이면서 미국 펀드들의 TB 투자 경향이 커져 미국 국채시장에 급격한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예컨대 인도의 경우 7월말 현재 TB 보유 규모가 1,163억 달러인데, 이는 한해전 797억 달러에 비해 5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뮤츄얼펀드에 유입되는 금액이 1년 사이(지난 9월말 기준)에 204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들 유입 물량으로 중국등 신흥국의 매도물량을 커버할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은행인 Fed가 9월말 현재 2조4,500억 달러의 국채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TB 시장의 수급조절과 가격 안정을 기할수 있다는 것.

월가의 투자가들은 중국등 빅 바이어 나라들이 갑작스럽게 대량의 TB를 매각하는 사태는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거에 TB를 투매하면 TB 가격이 폭락해 보유외환의 대부분을 TB로 확보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국부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채권 전문가 제임스 사니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채권시장에 큰 리스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대량 투매 가능성을 일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해외 중앙은행들의 TB 매각은 TB 수익률(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미국 경제에서 물가는 비교적 안정돼 있다. 피셔 부의장은 “저유가와 강달러의 여파로 '2% 목표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그러나 유가와 달러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 확장이 이어지면서 2% 쪽으로 움직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최대구매자로서 TB를 대량 주문한 중국이 매도세력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미국은 재정적자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성급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중국의 TB 대량 매도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지 않는한 금리인상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Fed는 헤어나기 어려운 러프에 빠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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