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分) 단위로 쪼개라'...日 비지니스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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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分) 단위로 쪼개라'...日 비지니스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10.10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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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단위 피트니스, 1분 짜리 조리 동영상 등 큰 인기
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일본에서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활성화, 임대사업의 세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분(分)단위' 서비스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에 따르면 도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로세오(ロセオ)’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1분 단위로 결제와 이용이 가능한 피트니스클럽을 비즈니스 모델로 선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 피트니스클럽도 1분 단위로 요금 지불

로세오가 개발한 무료 애플리케이션 ‘너프원 피트’(Nupp1 Fit)를 다운로드 받은 고객은 가맹 계약을 맺은 피트니스클럽에 방문해 QR코드로 인증하면 곧바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때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시간과 금액을 수시로 확인가능하면 QR코드를 재인증하면 원하는 시점에 이용을 끝내고 시간에 비례해 결제할 수 있다.

로세오는 직접 피트니스클럽을 운영하지 않는다. 너프원 피트를 통한 1분 단위 결제시스템을 도입할 피트니스클럽을 모집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의 30%를 가맹점에 나눠준다.

너프원 피트 이용자는 가맹점을 제약없이 이용할 수 있다. 사진=KOTRA 후쿠오카무역관

고객 입장에서는 피트니스클럽을 이용하고 싶어도 최초 가입비와 월 회비를 내는 게 부담스럽다. 매일 다니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정해진 곳을 가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반해 너프원 피트 가맹점의 이용요금은 9월말 1분당 30엔(360원)이며 가맹점이면 어디든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신규 고객층을 유치할 수 있어 반긴다. 로세오 관계자는 “월회비나 가입비를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초심자의 신규 가입이 시스템 도입 이후 두드러졌다는 가맹점이 많다”며 “보통 피트니스클럽은 혼자 이용하는 고객이 대부분인데 가맹점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이용하는 고객도 많아 고객층을 넓히는데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고 자평했다.

너프원 피트는 올 5월 런칭한 이후 약 4개월 만에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45개 가맹점과 3000명 이상의 개인고객을 유치하는 등 초기 안착에 성공했다. 로세오 관계자는 “대형 피트니스 클럽 체인점에서도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며 “향후 골프연습장과 실내 클라이밍 연습시설 등 다양한 체육시설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짧은 용무는 커피숍 대신 지하철내 공유오피스

일본 최대 철도 기업인 JR동일본(JR東日本)은 신규사업으로 전철역 내 임대부스를 운영하며 ‘분 단위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스테이션 워크(Station Work)는 개별 부스형 공유 오피스다. 유동인구와 환승노선이 많은 전철역 내에 설치돼 있으며 고객은 15분 단위로 시간을 정하고 교통카드로 결제하면 이용 가능하다.

JR동일본이 런칭 이전에 사전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외근이나 비즈니스 상담을 앞둔 자투리 시간에 면담 내용이나 자료 점검을 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지만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커피숍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말고는 없었다.

​스테이션 워크 외관·결제방법(사진 위)과 내부모습(아래). 사진=JR동일본 홈페이지 외
​스테이션 워크 외관·결제방법(사진 위)과 내부모습(아래). 사진=JR동일본 홈페이지 외

스테이션 워크는 이같은 소비자의 '니즈(needs)'를 반영했다. 방음이 완벽하게 이뤄지며, 비즈니스 자료 점검에 최적화된 장비가 내장돼 있는 데다 이용자가 이동시간 낭비를 최소화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전철역 안에 설치돼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용요금을 15분당 약 1800원으로 정한 것도 비즈니스 상담에 앞서 이뤄지는 최종 자료 점검시간으로 15분이 가장 적합하다는 설문결과와 커피숍 등의 객단가 대비 저렴한 가격을 감안했다.

스테이션 워크는 올 8월에 최초로 도입된 이후 호응을 얻고 있으며, 향후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9월 말 현재 유동 인구가 많은 도쿄 내 4개 역에 설치돼 있는데 1개월 만에 2500명 이상이 이용했다. 2020년까지 도쿄 내 30개 역에 확대 설치될 예정이며, 연간 매출액을 1억 엔(약 11억 원)으로 잡고 있다.

◆ 세상 모든 레시피를 담은 '1분 동영상'
2015년에 설립해 도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에브리(エブリー)’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춘 조리 레시피 동영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요리 동영상 플랫폼인 '델리쉬 키친(Delish Kitchen)’에는 자체 제작한 2만 6000편의 요리 레시피 동영상을 볼 수 있으며 대부분 1분 이내 분량인 게 특징이다. 

기존의 요리 동영상이 컴퓨터로 보는 것을 전제로 제작된 데 비해 델리쉬 키친은 스마트폰으로 본다고 생각해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피로감, 따분함을 느끼지 않고 집중해서 시청할 수 있는 시간을 약 1분이라고 본 것이다.

이 전략이 적중한 듯 델리쉬 키친은 런칭 약 4년만에 2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거느리고 월간 동영상 재생 수 6억 뷰 이상을 기록하는 우량 콘텐츠로 성장했다. 

에브리는 자체적으로 매우 세밀한 동영상 제작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 정확한 조리방법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동영상의 모든 장면에서 빨리감기가 일체 들어가지 않으며 편집 과정에서 동일한 재료를 써는 장면은 맨 처음과 끝 장면을 제외하고 과감히 편집해 시간을 단축시킨다. 대신 가열이나 독특한 모양을 내는 장면 등은 자세하게 보여준다. 

에브리는 동영상별로 초 단위 시청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동영상을 편집하면서 시청자가 지루해하기 쉬운 장면은 최대한 줄여 동영상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슈퍼마켓 식품코너에서 상영되는 델리쉬 키친 영상. 사진=KOTRA 후쿠오카무역관

지난해부터 신규사업으로 자사 동영상을 슈퍼마켓의 식품 코너에 상영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니지 단말기 도입을 개시해 현재 일본 전국 1000개 이상의 매장에서 델리쉬 키친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매장 입장에서는 동영상에서 소개되는 레시피에 쓰이는 식재료의 매출액 향상에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에브리도 식품·음료 메이커와 협업해 공동으로 동영상을 제작하는 사업을 전개하는 등 신사업 창출의 계기로 삼고 있다. 

에브리는 2015년 이후 20억 엔(약 220억 원) 이상의 대형 투자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올 7월에도 식품 대기업인 이토츄식품(伊藤忠食品)으로부터 25억 엔(약 28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에브리의 기업가치는 현재 161억 엔(약 1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컨설팅기업 S사의 관계자는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각종 서비스의 시간 구획이 세분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호텔을 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미국의 ‘Recharge’와 유사한 사업 모델이 일본 민박 시장에서 확산되는 등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 기사는 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작성자 고충성)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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