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브레이크' 인도 자동차 시장...배기가스 배출 규제 앞두고 판매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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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브레이크' 인도 자동차 시장...배기가스 배출 규제 앞두고 판매 '뚝'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10.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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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시행, 10개월 연속 판매 줄어...까다로운 대출심사, 차량공유 선호도 영향
KOTRA 인도 뭄바이무역관
인도 자동차 시장은 최근 몇년간 고공성장해왔으나 올들어 뚜렷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인도 남부도시 방갈로르의 도로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세계 4위 규모로 급성장하던 인도 자동차 시장이 올들어 급격한 판매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 4월 신규 배기가스 배출기준(BS6)의 시행을 앞두고 구매자들의 차 구입을 미루고 있는데다 이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과 금융권의 엄격한 대출심사도 수요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KOTRA 인도 뭄바이무역관에 따르면 지난 8월 인도의 자동차 판매량은 182만 1490대로 전년동기의 238만2436대에 비해 23.55% 감소했다. 인도의 자동차 판매량은 8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7% 이상을 차지하던 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산업 전반의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수천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불황에 빠지자 인원 감축이 불가피해졌고 자연스럽게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2분기 GDP 성장률이 5%로 낮아진 것도 자동차의 판매 부진 영향이 컸다.

◆ BS6 시행, 자동차 판매에 직격탄

인도의 자동차 산업이 침체 국면에 들어간 직접적인 원인중 하나는 신규 배기가스 배출기준(BS6)의 시행이다. 인도 정부는 매연 배출과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기준인 BS6(Baharat Stage 6, 이하 BS6)의 도입을 결정하고 내년 4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BS6는 유럽연합(EU)가 정한 배출규제 중 가장 높은 단계인 EURO 6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도 정부는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현행 BS4에서 BS5를 생략하고 더 높은 단계인 BS6로 곧바로 옮겨가기로 했다.

BS6의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신규 차량이 나오기 전까지 구매자들이 구매 시점을 미룰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또 기존의 BS4에 부합하는 모델의 중고 판매가격이 급락하고, 수요 또한 급감하고 있다. 

세계 최악 수준의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인도는 차량 배기가스 기준 강화에 적극적이다. 사진=EPA/연합뉴스 

완성차 업체들은 BS6에 부합하는 엔진을 만들기 위해 생산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하다 보니 부담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디젤 차량의 경우 소비자 가격이 최소 1430달러 이상 올라 가게 되니 수요급감을 피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경제 악화로 인해 다수의 은행이 대출 승인을 줄이면서 신용도가 좋은 고객만 우대하다 보니 예전처럼 대출을 통해 고가 차량을 사던 것도 쉽지 않아졌다. 인도에서는 판매 차량의 5대 중 3대가 자동차 금융 대출을 이용하여 결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인도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할부를 이용한 자동차 구매 대신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을 선호하는 경향도 차량 판매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수요 침체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감소다. 인도 자동차제조협회(SIAM)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제조, 서비스, 거래 부문에서 인도 내 약 8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소규모 대출업, 운전기사업, 연료서비스업 부문을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약 4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산업의 주요 생산현장에서 올 8월까지 1년 동안 사라진 일자리 수는 80만에서 1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업체 역시 지난해 9월 이후로 자동차 매출 부진 영향의 직격탄을 맞아 지금까지 10%~15%가량의 종업원을 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자동차부품제조연합(ACMA)은 현재 상황에 즉시 대응하지 않을 경우 100만개의 추가 일자리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반영하듯 인도 주식시장에서 마루티, 마힌드라&마힌드라, TVS 모터스의 주가는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다. 

전체 수요의 10~12%를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는 철강 산업도 휘청거리고 있다. 인도의 철강 소비량은 2017~18년 9% 성장했으나 2018~19년 6.4 % 성장하는데 그쳤다. 

◆ 인도 정부, 완성차 업체도 대책 마련 부심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자 인도 정부는 이같은 자동차 소비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우선 ▲기존의 BS4에 부합하는 기존 차량의 운행 허용기간을 연장하고, ▲내년 3월말까지 구매한 자동차의 감가상각률을 15%에서 30% 인상하며 ▲공무원 신규 차량 금지법 철회해 신규차량 구매를 촉진하기로 했다.

또 도로 주행에 부적합한 차량을 없애고, 신규 차량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스크레피지 정책(Scrappage Policy)'을 추진할 계획이며 자동차 상품 서비스세(GST)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차 인도공장은 현지 자동차 시장 침체로 인해 지난 8월 '생산 없는 날'(No Production Days)을 공정별로 지정, 일시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인도공장은 현지 자동차 시장 침체로 인해 지난 8월 '생산 없는 날'(No Production Days)을 공정별로 지정, 일시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업체들도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폭적인 가격 할인은 기본이고 마루티, 스즈키, 마힌드라&마힌드라, 현대차, 도요타 등 많은 대형 완성차 업체들이 일시적인 생산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고급차를 중심으로 바이백(Buy-Back:환매) 옵션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6만 달러에판매되는 BMW 3 시리즈에 4년 사용 후 3만2860달러의 바이백 옵션을 보장해주며 혼다는 시빅과 CR-V의 두 가지 디젤차종에 3년 사용 후 52 %의 바이백 옵션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 기사는 KOTRA 인도 뭄바이무역관(작성자 경기우)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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