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희 칼럼] DLS, ELS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왜 투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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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칼럼] DLS, ELS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왜 투자해야 할까?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30 15: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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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개인투자자에도 판매...금융회사들, 수입 줄자 새 비즈니스로 띄워
해외 금융감독당국, 파생상품규제 강화...한국은 투자자보호규정 더 개선해야
투자자, 자신의 투자성향 제대로 분석해야...위험상품 투자유도에 현혹되지 말아야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최근 이슈된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상품(DLS)이 아니더라도, 파생상품이나 구조화상품 시장에 개인이 활발히 참여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금융시장에서는 끊임없이 관련 사건 사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구조화 상품 투자로 손실을 본 114명의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회사인 OO은행이 3백만 호주달러(한화 약 24.3억원)를 배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OO은행은 2018년 1월부터 일반 자문(General advice)서비스 제공 대상인 개인에게는 구조화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https://www.spglobal.com/marketintelligence/en/news-insights/trending/PxjLMFd2cU9HydcWWBBgIA2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2009년 7월 리만브러더스의 부도위험을 기초로 발행된 신용연계 파생상품인 ‘미니본드(Minibond)’ 투자자 2만9천여명에 대해 이 상품을 판매한 16개 은행들이 63억 홍콩달러(한화 약 1조원)를 보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65세 이상 투자자는 투자원금의 70%, 기타 투자자는 60%를 보상받는다고 발표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10328090500009

“홍콩 금융당국은 앞으로 미니본드와 유사한 형태의 복잡한 투자상품을 은행들이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략) 2011월 3월, 홍콩 미니본드 투자자들은 추가 집단소송을 통해 16개 판매사들이 미니본드를 되사는 형식으로 원금의 최소 70%를 환급 받기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3분의2의 투자자들이 최소 80%, 4%의 투자자는 원금의 90%이상 되돌려 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https://www.yna.co.kr/view/AKR20110328090500009

“2018년 발생한 1600억원대 구조화상품인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중국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기반으로 발행한 3개월 만기 기업어음) 부도 사건을 둘러싸고 복잡한 금융상품의 전문가인 대형 증권사들이 물고 물리며 금융투자업계에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2261511737581

위의 몇가지 사례는 국내외 미디어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 외에도 파생상품이나 구조화상품 관련 크고 작은 투자자 분쟁은 전세계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일반적 예상범위를 넘어선 금융시장 이벤트들도 원인이 되겠지만, 정교해진 투자시스템과 파생상품 거래기법의 비약적 발전으로 새롭고 복잡한 상품이 빠르게 시장에 도입되는데 반해, 판매자, 투자자 및 규제기관들의 속도가 이를 맞추지 못해 생기는 차이도 주요 원인인 것 같습니다.

국내 시중은행이 판매, 지난 9월26일 만기 파생결합펀드(DLF)’는 투자원금에 대해 100% 손실이 확정됐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 시중은행이 판매, 지난 9월26일 만기 파생결합펀드(DLF)’는 투자원금에 대해 100% 손실이 확정됐다. 사진= 연합뉴스

파생상품, 기초자산과 전혀 다른 손익구조

ELS, DLS는 기초자산(주식, 금리, 통화, 유가, 금 등)의 가격이나 변동폭에 연계된 파생상품이지만 기초자산과는 ‘전혀 다른’ 손익구조를 가진 별개의 증권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 국채금리연계 파생상품 역시 국채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가져오는 채권시장의 호재(?)지만 연계된 파생상품의 손익구조는 금리하락의 정도에 따라 투자자의 손익구조가 크게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파생상품 투자자는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금리의 최근 동향과 변동성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초자산과 파생상품 손익구조의 조합에 대한 이해일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금리는 2018년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3월 마이너스 금리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 국채의 가격은 상승했지만 금리연계 파생상품인 DLS는 기초자산이 손실구간 기준점인 -0.25% 이하로 떨어지며 투자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파생상품도 넓은 범위에서는 구조화상품에 포함되지만, 구조화상품은 파생상품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연계된 기초자산(하위자산)의 수익(위험 요소들을 재구성해 새로운 수익) 위험구조를 가진 투자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포괄적입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 나온 중국ABCP의 경우 중국 기업이 발행한 달러표시 사모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재구성해 원화표시 6개월 만기 기업어음을 발행한 것입니다. 즉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외화채권을 구조화 과정을 통해 원화표시 단기 기업어음으로 재구성해 발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ABCP의 기초자산 중 일부인 외화채권이 만기상환에 실패하며, ABCP 역시 디폴트 상황에 빠진 상태입니다. 

구조화 상품, 발행사-판매사에 고수익 기회 제공...불티나게 팔려

초창기에 이런 상품들은 기관투자자 위주로 거래됐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개인투자자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는 예금,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대비 수익을 높이고 위험을 낮춘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전통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이 점차 낮아지면서 발행사와 판매사 모두에게 새로운 고수익 비즈니스 기회로 인식되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었습니다. 

파생상품과 구조화상품 모두 증권시장에 상장해 표준화된 거래방식을 따르는 장내상품 보다는 소규모 투자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장외(OTC)상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최근 들어 위험관리 및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세계 감독기관들이 파생상품과 구조화상품의 상장 및 장내 거래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나, 여전히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 장외파생상품 중 금리연계구조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사항입니다.

해외 금융당국, 파생-구조화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 추세

해외에서는 금융당국이 파생상품과 구조화상품에 대해 점차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발행사, 판매사와 같은 금융회사뿐 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는 장외 파생 및 구조화상품에 대해 개인투자자는 전문투자자 요건에 준하는 조건을 갖추어야 투자할 수 있고, 판매회사에는 전문투자자로 분류된 개인에게도 장외 파생 또는 구조화상품 투자시 적합성, 적정성 및 강력한 설명의무 등을 계속 유지하도록 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했습니다. 

호주의 경우에도 구조화상품 판매 시 판매회사는 개인투자자에게 일반적 자문서비스(General Advice)가 아닌 개인맞춤형 자문서비스(Personal Advice)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인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판매회사는 투자자문 내용의 합리적 근거, 자문의 내용과 목적이 고객의 이익에 최우선적으로 부합한다는 증거 등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는 향후 잘못된 투자 자문이나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 시 판매회사가 판매과정의 적법성 입증 책임을 가지도록 하는 것으로 한층 강화된 투자자 보호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 판매자문인이 발행사에 수수료 못받게 해...한국, 감독 개선여지 많아 

벨기에 등 유럽국가들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점차적으로 일반 개인투자자에 대한 구조화상품 판매를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영국은 RDR(Retail Distribution Review) 규정을 통해 판매자문인이 구조화상품 발행사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없도록 해 판매과정에서 수수료 수입보다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파생 및 구조화상품에 대한 감독규정과 투자자보호 조항들이 2010년 이후 대폭 강화돼, 특히 고령투자자 보호제도를 별도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규정과 집단소송 도입초기 단계로 따른 피해구제 사례의 부족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일 것 같습니다.

끊임없는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파생상품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산의 변동성을 헷지하려는 파생상품 본연의 특징과 금융기법의 혁신이 계속되며 새로운 투자수단을 공급하는 역할도 계속될 것입니다.

다만, 개인투자자로서 파생상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우선 급한대로 ELS, DLS를 포함한 파생 및 구조화상품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아래에 정리해보았습니다.

- 신용, 금리, 외환 등 투자경험이 없거나 이해가 어려운 기초자산에 연계된 파생상품과 구조화상품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 기초자산의 수익구조와 연계된 파생상품/구조화상품의 손익구조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이해한다
- 손익분기점이 되는 기초자산의 가격 포인트를 사전에 파악해두고, 가입 후에도 판매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받는다.
- 투자한 상품의 손익구조가 손실구간에 진입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중도환매 등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 높은 고정 이자(fixed coupon)를 제공하는 상품의 경우에는 더욱 꼼꼼히 손실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 사모로 발행되는 파생결합증권과 공모가 아닌 사모펀드를 통해 ELS, DLS 투자하는 경우, 더 엄격한 투자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 판매과정에서 수익률, 손익구조 등 주요 사항에 대한 설명이 핵심투자설명서 등 관련 문서에 없는 내용이라면 반드시 재확인한다

'과거 성과 감안한 일반적인 시장상황'은 옛말...새로운 시대 진입

파생상품과 구조화상품은 ‘과거 성과를 감안한 일반적인 시장상황 하에서는’ 예측 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감내하는 조건으로 고정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는 투자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저금리 환경에서 예금금리보다 높은 고정 수익의 지급은 노령 투자자 특히 은퇴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며, 상당수 예금가입자들이 ELS, DLS에 가입한 주요인이기도 합니다.

다만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과거성과를 감안한 일반적인 시장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 칼럼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마이너스 국채 금리는 지난 수십년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며, 그 외에도 금 가격, 유가 등 다양한 금융자산에서 가격변동성이 역사적 등락폭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헷지 목적이 아닌 고정이자 수입을 위한 투자로 파생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더더욱 주의를 요합니다.

자신의 위힘성향 분석 반드시해야...파생상품은 공격투자형 투자자만

마지막으로 현재 파생상품과 구조화상품 판매 규정에는 모든 개인투자자에게 투자 결정 전 적합성 검토를 위해 위험성향분석(Risk Profiling)을 반드시 시행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별로 유사한 형태의 10~20개 질문으로 구성된 위험성향분석만 제대로 했어도 본인이 파생상품/구조화상품에 적합한 투자자인지 아닌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금융투자협회 가이드라인에서 보면 원금비보장형 ELS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5등급 중 4번째인 적극투자형 투자자가 되어야 하고, 특히 파생상품펀드는 5등급인 공격투자형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만일 판매회사의 위험성향분석에서 1등급 안정형 투자자로 분류된 경우에는 무위험상품만 투자할 수 있고, 2등급 안정추구형 투자자도 원금보장형 ELS에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상품 사모펀드의 경우 초고위험상품으로 5등급 공격투자형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문제는 판매자가 투자자의 위험성향을 어느정도 수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판매자의 질문 의도에 따라 저위험군을 고위험군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극히 일부이겠지만 자기 고객의 90%가 고위험군 5등급인 판매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현재 외국계 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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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19-10-02 21:45:41
은행들이 판매할 때 기본을 너무 지키지 않아서 문제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은행은 좀더 면밀하게 판매에 대한 프로세스상의 문제점을 살펴 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