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투자 오딧세이] 투자에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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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투자 오딧세이] 투자에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는 있을까?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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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미국 달러, 일본 엔화 등 '안전한 피난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는 높아진다. 사진=연합뉴스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올해 계속된 전세계 주식-채권시장의 동반 강세(한국 주식이 제외되기는 했지만)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작년 가을에 열띤 토론을 벌였던 금융시장의 하락사이클 진입을 잠시 잊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2주 동안 급격히 변한 금융시장의 온도와 투자자들의 심리는 다시 한 번 전통적으로 안전한 피난처라고 불리는 ‘Safe Haven’ 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과연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는 투자대상은 어떤 것일까요? 만일 그런 대상이 있다면, 정말 투자 위험에 대한 ‘안전’한 ‘피난처’ 일까요?

한국시장 관점이 아닌 해외투자를 포함한 글로벌 마켓의 관점에서 대표적인 Safe Haven(안전한 피난처)로서의 투자자산과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한 주요 포인트를 살펴보겠습니다.

1. 채권

채권은 전통적으로 주식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채권 발행자의 부도만 아니라면 사전에 정해진 날짜에 지급하는 이자와 만기 시 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채권은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투자자에게 제공합니다.

이런 확정성 때문에 채권은 주식보다 수익은 낮지만 안전함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장상황은 채권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역사적 저점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는 채권투자를 하려는 투자자가 과거보다 급격히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채권들이, 특히 국가 또는 우량기업이 발행한 투자등급채권의 경우, 현재 액면가(채권에 표시된 만기상환원금) 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받을 이자수익을 제외하면 만기시 액면가만 지급받는 채권의 특성 상 만기수익율 또는 전체 투자수익율에 대한 기대를 상당히 낮추거나 몇몇 경우에는 마이너스(-) 수익율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독일채권의 경우 투자자들은 만기에 확정된 액면금액을 받기위해 비용을 지급하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채권투자액이 대략 15조 달러로 추정됩니다.
 
앞으로 미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채권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금리수준이 역사상 최저점을 향해 가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독일국채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다. 만기기 받게될 확정금액을 위해 더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국채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다. 만기시 받게될 확정금액을 위해 더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2. 금(Gold)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거나 하락에 대한 대세론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안전자산은 금(Gold)입니다. 국제 금시세는 지난주(8월 7일)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했고 이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6년래 최고가였습니다.

달러와 비교해보면 금은 중앙은행에서 인위적으로 공급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가치가 오랜 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폐와 달리 보유에 대한 수익(이자 등)이 없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때는 다른 안전자산 대비 불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금리수준이 낮아진 시장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현재의 시장 방향성이 계속된다면 금에 대한 투자수요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난 8월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값이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하면서, 향후 금값이 얼마까지 올라갈 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월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값이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하면서, 향후 금값이 얼마까지 올라갈 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3. 미달러 등 외화

우리나라에서는 안전한 피난처로 미국 달러화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투자자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미달러(USD) 외에도 일본엔(JPY)과 스위스프랑(SFR)을 위험 회피형  통화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들 통화들은 오랜 기간 동안 타 통화들 대비 낮은 환율변동성과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환금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과 마찬가지로, 미달러화를 포함한 이 통화들이 역사적으로 비싼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해당 통화로 발행된 채권의 금리 역시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우리나라 뿐 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외환거래는 특정 기관투자자와 전문가들의 ‘그들 만의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지만, 아직은 추천할 만한 여건도 아닙니다.

이런 이유들로 통화에 대한 투자는 주식, 채권, 펀드 또는 파생상품 등 다른 투자자산들에 엮여서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전체 투자수익율에 통화관련 수익율이 희석되거나 통화관련 수익만을 제대로 구분해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통화(외환)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별도로 다뤄보겠습니다.

4. 현금(Cash)

절대적인 Safe Have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금의 가장 큰 장점은 (발행된 국가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갖는지에 대해 즉시 파악할 수 있고, 그 가치만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설명한 금(Gold)과 같이, 현금 또한 보유에 대한 수익(이자 등)이 채권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금리가 높거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현금에 대한 투자는 부(-)의 실질수익율을 가져옵니다.

금이나 현금은 절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이지만 금리가 높거나 인플레 하에서는 마이너스 수익률이 될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5. 경기방어주식

주식을 주요 투자처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경기방어주식도 일종의 Safe Haven이 될 수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경기방어주는 인간의 기본적인 소비활동(냉난방 등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과 연관된 회사들의 주식으로 경기사이클 변동과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먹고 거주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는 있어도 0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업들의 주식은 주가 변동성은 낮은 대신 안정적 영업이익을 통해 배당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런 이유로 증시 하락 때마다 Safe Haven 테마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기업들이 이익과 유보금을 투자 대신 배당금을 높이는 데 쓰고 있어 배당수익율이 예금금리 또는 채권이자 보다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방어주도 주식입니다. 개별 경기방어주가 주식의 본래가치보다 높게 평가된 경우 주가는 하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 전반적으로 주가급락(sell-off)상태에 들어선 경우 개별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무의미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6. 선진국 시장

전통적으로 이머징마켓에 대비 선진시장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중동, 중국 등 주요 이머징 국가와 지역들은 돌아가면서 크고 작은 금융위기들을 겪어 왔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물론 미국도 2008년 초대형 금융위기(Great Financial Crisis)를 겪으면서 ‘안전한 투자처’로서의 절대적인 지위에는 흠이 생겼지만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을 보였고 여전히 Safe Havens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머징마켓에 비해 선진국시장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지만 그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머징마켓 투자가 더 위험한 것인지, 아니면 변동성이 높은 것인지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와 태도입니다.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위험이 높다는 것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원칙적인 얘기 같지만, 개인별 투자기간에 따라 단기 변동성은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의 주식과 채권 가격이 역사적 최고점 상황임을 가정하면,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가 변동성은 높지만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변동성을 (원금이상 범위에서) 주가 움직임의 폭으로 보고, 위험을 원금이하로 움직일 가능성으로 본다면, 현재 과대평가(overvalued) 상태인 미국주식은 (더 올라갈) 변동성은 낮고, 위험이 높다는 것이고, 이머징주식은 과소평가(undervalued) 상태로 상대적으로 변동성은 높고 위험이 낮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시장의 변동성은 미-중 무역분쟁과 같이 알려진 악재에 대해 시장의 합리적 기대와는 다른 양국의 정치적 입장과 이에 대한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시장안정적 정책들이 앞뒤로 진행되며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위험은 피하고 안전자산에 분산하라'는 전통적인 약세장 전략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Safe Haven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투자자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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