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희 칼럼] 투자자들이여, 지금 무엇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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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칼럼] 투자자들이여, 지금 무엇이 중요한가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30 15: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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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장 위기, ‘금융시장 불확실성’ 아닌 ‘코로나19 불확실성’
코로나 '합리적 예측모델' 아직 없어...모멘텀은 '코로나에서 찾아야'
'예측 가능=관리가능'한 위험 요인되면, 금융시장에도 충격 아닌 리스크 요인돼
글로벌 갈등 해소, 공조 부활도 이뤄질지...미, 유럽, 중국 회복지켜봐야
코로나 사태이후 변화할 세계는...그곳에 투자테마와 패러다임 있어
서진희 금융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올해 2월 19일 미국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역사상 최고점인 3386.15포인트와 9817.18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시장 전문가들은 2020년말까지 주식시장이 얼마나 더 상승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예측을 발표했는데, 대부분 전문가들의 관심은 ‘시장은 과연 하락할 것인지’가 아니라 ‘시장이 얼마나 더 상승할 것인지’였습니다.

미국 증시가 최고점을 찍었던 2월 19일에는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을 강타하고 한국도 영향권에 들기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미국 전문가들은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 나아가 전세계에 미칠 영향을 무시했거나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직 3월이 끝나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금융시장들이 모두 역대급 변동성을 보인 3월 12일부터 지금까지 금융시장의 충격적 모습을 몇 가지만 뽑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역사상 5번째 일일 하락폭을 기록한 미국 다우존스지수 (그래프중 윗줄 왼쪽 첫번째 차트)
- 유가가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1983년 이후 사상 2번째 유가 폭락 (윗줄 가운데 차트)
- 안전자산인 금가격은 물론 비트코인 가격도 동시에 하락 (윗줄 맨오른쪽과 아래줄 왼쪽 첫번째 차트)
- 공포지수라 불리는 VIX 지수는 역사상 최고치(82.69) 기록 (아래줄 가운데 차트)
- 원-달러 환율 2010년 이후 최고치(달러당 1285.7원) (아래줄 맨오른쪽 차트)

위 그래프들을 보면, 그동안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주가가 사상 최고점을 찍은 지 단 2주 만에 모두 사라졌고, 투자자들은 자산군에 상관없이 모든 금융자산을 매도하고 현금(정확하게는 미 달러화)을 확보하려는 패닉 매도(panic-selling)의 양상까지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2019년 12월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는 어째서 2020년 3월에 들어서야 전세계 금융시장을 단숨에 공포로 몰아넣게 되었을까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과거 전염병 사례의 비교

3월 12일 전세계 금융시장의 폭락이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 시도된 일반적 분석은 과거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했던 시기의 주가지수 추이를 분석하는 것으로, 특히 2002년 중국 광동성에서 발원하여 7개월 동안 32개국 8000여명의 환자와 77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케이스를 많이 다루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면 역사적으로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으로 금융시장이 급등락을 했다기 보다는 이미 하락 또는 상승하고 있는 시장의 큰 추세에서 단기적인 소규모 변동성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전염병의 출현은 특정 지역(사스는 중국과 아시아, 메르스는 중동지역, 에볼라는 아프리카)에 국한되거나, 치료제(신종플루의 경우 타미플루)가 확보되면서 단기적 시장충격 이후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고, 장기 사이클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금융시장의 위기는 무엇과 비교해야 할까?

아래 표는 지난 100년간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을 도표화한 것입니다. 1929년 대공황을 시작으로 1987년 블랙먼데이, 1998년 LTCM(미국 헷지펀드 롱텀캐피탈) 파산, 2000년 닷컴 버블 및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부도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부분의 시장 급락 등 대부분의 경우 금융시장 안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특정 자산군의 비정상적 가격급등 또는 특정 투자 대상에서 발생한 이슈로 금융시장 전체가 위험에 빠진 경우입니다.

금융시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슈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경우는 2차세계대전과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일합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로 시작된 이번 금융시장의 불안을 정말 2차 세계대전과 비교해야 할까요?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3월 3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1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하고 파괴적인 전염병 위험"이라고 표현했고, 3월 18일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독일 통일 이후,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9/11사태와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하락의 비교(3월 16일 기준). 출처: 블룸버그, 데이터스트림, GS
9/11사태와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하락의 비교(3월 16일 기준). 출처: 블룸버그, 데이터스트림, GS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 ‘From room to grow to room to fall’에서 3천여 명이 희생된 9/11테러 사태의 충격을 이번 코로나-19 충격과 비교했습니다. 9/11 테러는 역사상 최초로 미국인들이 미국 본토가 공격당하고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을 경험한 케이스입니다. 당시 미국의 항공시스템은 이틀동안 전면 중단되었고 증시는 4일간 휴장했으며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는 한 달 이상 봉쇄되었습니다.
 
9/11사태의 직접적 피해는 미국 본토에 한정되었으나 금융시장의 충격은 전세계로 이어질 정도로 큰 충격을 겪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된 이후부터 전세계 금융시장 전체로 충격이 증폭된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불확실성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가져온 금융시장 위기의 원인은 ‘불확실성’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불확실성’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확진자 증가추이, 확진자 1인당 전염자 수, 잠복기 및 치명율 등 전염병 예측모델을 만드는데 필요한 데이터와 의학적 분석에 대해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의미있는 통계 데이터를 갖고 있는 국가는 중국, 한국, 이탈리아, 이란 그리고 미국 정도인데(바이러스가 확산되며 통계데이터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국가별 신규 확진자 숫자와 치명율 모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직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염율이 높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과 각국 정부의 각기 다른 대응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보면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어느 시점에 시장이 반등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금융시장의 위기는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신종 바이러스라는 외부 이슈입니다. 따라서 금융시장 추세의 모멘텀을 내부에서 찾기보다는 외부 요인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방향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특히 중국과 한국보다 늦게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된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지금의 위기와 공포는 국내 투자자들 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금융시장 급락 초기에 각국은 무제한적 정책 패키지로 방어

지금도 진행 중인 금융시장의 역대급 하락과 반등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이에 대한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신속한 통화 및 재정정책 대응의 결과입니다.

미국을 선두로 유럽, 중국은 물론 한국에 이르기까지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모두 포함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제한적 정책패키지를 내놓으며 금융시장 안정화 및 실물경기 방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초기인 3월 4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50bps 인하하였고 3월 24일에는 무제한적인 국채와 MBS 매입을 선언하며 ‘시장이 필요로 하는 만큼(in the amount needed)’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습니다. 3월 25일에는 2조 달러(2400 조원)의 재정지출을 포함한 미국 정부의 슈퍼 부양책이 의회에 통과함에 따라 미국 전체 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발표된 것입니다.

중국 역시 자국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둔화된 2월 말부터 금융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고, 전기자동차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구매지원 등 소비 부양책까지 동원한 사상 최대규모의 경기부양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5G 통신망, 고속철도, 전기차, 인공지능을 포함한 7대 사업에 향후 5년 간 7조 위안(1170조원)을 투자한다는 신형 인프라 개발사업을 발표했습니다.

유로존 핵심 국가인 독일 역시 GDP의 10%에 해당하는 최대규모의 금융시장 및 경제안정화 조치를 발표하며 기업대출에 대한 지급보증, 회사채/CP의 집중 매입 및 한계기업의 지분을 직접 인수를 포함한 기업과 기업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다수 포함하였습니다.

한국 정부도 3월 24일 사상 최대인 100조 규모의 기업구호긴급자금 계획을 발표하였고, 뒤이어 3월 26일 한국은행도 RP 무제한 매입을 통해 사상 최초로 양적완화정책의 도입을 인정했습니다.

전세계 금융시장은 사태 초기의 패닉 매도(panic-selling)에 이어 각국 정부의 부양책 발표 소식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번 바이러스가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섣부른 기대보다는 위기의 실제 원인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에 대한 힌트는 이번 사태가 가장 먼저 시작된 중국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변동성은 금융시장에서 실물경제로

중국 일일 확진자 추이와 주가지수. 출처: Marketwatch
중국 일일 확진자 추이와 주가지수. 출처: Marketwatch

중국은 12월 중순 최초 코로나-19 감염사례가 보고된 이후 1월 23일 우한을 시작으로 2월에는 후베이성 전체에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 명령을 내렸습니다(후베이성에 대한 봉쇄는 3월 25일 해제되었고, 우한은 4월 8일 해제될 예정).

중국 확진자 수는 춘절 연휴와 겹친 1월말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봉쇄 후 한 달이 지나면서 의미 있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왼쪽 표를 보면 지역 봉쇄가 시작된 2월 초 주가가 10% 급락한 후 다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3월 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된 미국과 유럽의 주식시장이 2주 동안 30%가 넘는 급락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2월 같은 시기 미국의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문제를 중국과 한국 등에 국한된 지역적 문제로 인식하여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을 원인으로 꼽기도 합니다.

이러한 금융시장 움직임과는 달리 지난 두 달간 지역봉쇄와 경제활동의 전면적 중단을 단행한 중국의 실물경제 성적표는 3월에 발표된 국가통계국의 1-2월 경제활동 지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2월 소매판매증가율은 -20.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동기간 산업생산과 서비스산업 역시각각 -13.5%, -13%로 역대 최고 하락폭을 기록하였습니다. 그 결과 1분기 경제성장율 추정치는 1976년 문화대혁명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중국의 1-2월 경제데이터는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실물경기에 미친 영향을 처음으로 수치화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래 오른쪽 표에서 보듯이 2020년 1월 1일 중국의 경제활동을 100으로 봤을 때 3월 하순에도 60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3월 말부터 지역봉쇄가 순차적으로 해제된 후 경제활동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아 경제활동의 회복이 2분기 말까지 더디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추가로 3월 26일 중국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바이러스 신규 확산 차단을 명목으로 모든 외국인의 입국 금지와 항공편 축소를 발표했습니다. 아직은 경제활동의 회복보다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과 방역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2003년 SARS(급성호흡기증후군)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중국에서 발원한 전염병 사례로 비교 분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2003년 전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였다면 2019년에는 19.3%로 2.2.배 증가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특히 전세계 생산 공급망(Production-side Supply Chain)의 약 40%가 중국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소비는 물론 관광을 포함한 서비스업까지 중국 소비자가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생산-소비-투자의 전 영역에서 2003년과는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중국의 1-2월 경제활동 축소의 영향과 4월 이후 회복 속도는 3월부터 시작된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지역봉쇄 및 경제활동 중단과 맞물려 2분기를 기점으로 전세계 실물경제에 눈에 보이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이번 사태에서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는 (1)중국경제 자체의 회복은 물론, (2)중국의 완제품 생산 중단에 따른 전세계 수입물량 감소(특히 소비재 및 IT제품 공급 감소)의 회복, (3)중국인 소비 및 관광 수요의 회복, 그리고 마지막으로 (4)공급망(Supply Chain)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의 생산 중단으로 부품 공급-완제품 생산으로 연결된 전세계 주요 기업들의 성과 회복에 중요한 키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무엇에 집중해서 봐야 할까

주요국별 확진자, 사망자, 치명율(3/16 기준). 출처: GS, WHO, NHCC, CDC, McKinsey & Consulting
주요국별 확진자, 사망자, 치명율(3/16 기준). 출처: GS, WHO, NHCC, CDC, McKinsey & Consulting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에 대한 합리적 예측과 그 수준입니다. 여전히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발병율, 전파율 및 치명율에 대해 전문가들이 합의한 합리적 예측과 표준적인 방역시스템이 전세계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시작하면, 높아진 전염병 예측력은 사람들의 공포 심리를 많이 낮출 수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위험, 즉 관리가능한 위험 요인은 금융시장에 충격이 아닌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두번째는 현재 미국이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화 및 실물경기 부양책에 대해 유럽,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공조 여부와 공조 수준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유럽과 일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전에도 이미 제로금리 상황으로,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정책은 미국과 중국 정도에서만 실효성이 있습니다. 그나마 미 연준도 3월 4일 이번 사태에 대한 선제적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실질적 제로금리에 돌입했습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정치적 위험과 거대 재정적자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할 예정인 재정정책의 성공 여부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2007년 이후 미 연준 기준금리 추이. 출처: FRED, Statistica
2007년 이후 미 연준 기준금리 추이. 출처: FRED, Statistica

아직까지 국가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기부양정책들의 글로벌 공조 여부 및 공조의 수준에 따라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기의 추락을 방어하고 회복을 앞당기는 정도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OPEC-러시아 유가전쟁 등 최근 첨예한 갈등을 겪었던 이슈들에 대해 당사국들이 잠정적 휴전이나 극적인 타결이 가능할 것인지 여부와 일부 유로 국가 및 신흥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가부도(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공동 대처 여부에 전세계 채권 및 외환시장의 안정화 여부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조기 종식 이후 다시 한 번 세계 경제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이 과연 글로벌 정책 공조를 이룰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인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은 3월 26일 G-20 회담에서 무역관세 철폐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날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새로운 규제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는 등 글로벌 정책공조를 위해 아직 넘어야 할 갈등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시작된 미국과 유럽의 실물경기 침체 수준과 회복 속도입니다. 앞서 중국 사례를 살펴봤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미국과 유럽의 경제활동 중단은 소득 감소, 소비감소, 생산 및 물류 감소, 고용 감소 및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입니다. 정부지출을 제외한 모든 경제활동의 감소는 일시적 경기후퇴 또는 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데, 각국은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위한 선제적 재정정책을 이미 개시한 상태입니다.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4월 중순부터 발표될 3월 경제활동 수치일 것입니다. 발표될 데이터를 통해 경제활동 축소의 여파와 향후 얼마나 더 길게 또는 깊은 침체가 이어질 것인지에 따라 실물경기는 물론 금융시장에 2차 충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지금의 금융시장은 바이러스의 불확실한 확산에 따른 투자자의 공포와 이를 방어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부양정책이 힘을 겨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통제된 위험,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정책적 공조, 그리고 4월부터 발표될 주요국 실물경기 지표는 투자자들이 이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 따라 금융시장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올 것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올 새로운 세계?

이번 사태를 좀 더 장기적 관점의 투자기회로 본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올 새로운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금융시장에 전쟁 또는 테러에 비견할 만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초대형 위기가 지나가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미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자는 삶의 모든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 세대가 처음 경험하는 국경봉쇄, 지역봉쇄, 자가격리는 가장 사적인 개인 간 접촉마저 비대면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관습과 제도가 일순간에 바뀔 수 있습니다. 이제 개인, 기업 및 정부 등 모든 분야에서 활동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고, 밀폐된 실내보다 개방된 실외가 더 안전하다는 믿음도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당연시된 정부의 규정과 규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폐지되거나 수정되고 있고, 개인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보다는 지역사회와 국가의 안전이 우선시되는 상황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몇 가지 사례를 포함하여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긴 안목으로 투자 테마를 찾는 투자자라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패러다임 변화를 더욱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중심 – 재택근무, 온라인쇼핑, 인터넷금융, 원격의료서비스 등 비대면 경제활동뿐 만 아니라 교육, 공공서비스 등 일상 생활의 온라인화 가속
•Techno-Nationalism – 글로벌 IT기업 플랫폼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 예상. 여기에 맞서 주요국의 Techno-Nationalism도 강화 예상
•Localization(Reshoring) – 기존 글로벌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생산망 구축
•작은 정부 < 큰 정부 – 국가주도 보건 및 의료정책 강화. 재정정책 등 정부정책의 중요성 부각
•ESG 강화 – 환경, 건강 및 위생에 대한 중요성. 사회적 책임의 중시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최근까지 외국계 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아 해외 투자상품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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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 2020-04-03 16:54:51
기사 잘 읽었습니다. 훗날 코로나 사태가 디지털혁명의 전환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네요.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중심의 시장가속화가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기사에 오타가 있네요. 본문 중간쯤 2조달러(2조 4천억원) → (2,400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