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희 칼럼] 2020년 세계 투자시장 예측① 같은듯 다른 상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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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칼럼] 2020년 세계 투자시장 예측① 같은듯 다른 상황들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0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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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매년 연말이 돌아오면 모든 금융회사들이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내년도 시장 전망이죠. 우리나라 증권사들도 시장전망 리포트와 함께 KOSPI 예측치를 발표합니다. 예전에는 신문에서 증권사들이 연초에 발표한 예측치를 연말 실제 결과와 비교해서 평가하는 기사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물론 시장 전망이 발표될 때쯤 항상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시장전망 무용(無用)론’입니다. 시장 전망자료를 보시는 분들은 ‘왜 그렇게 못 맞추지?’라고 쉽게 얘기하실 수 있지만 그만큼 미래의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 역시도 1년이 아니라 당장 내일 시장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

시장 전망은 증권사 같은 셀사이드(Sell-side) 금융기관이 주로 발표합니다. 주식이나 채권매매로 돈을 버는 브로커의 역량에서 리서치는 매우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하지만 증권사가 아니더라도 시장전망을 내놓는 곳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이사이드(Buy-side)의 자산운용사입니다. 운용사는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시장 전망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운용사가 시장 전망을 발표하지는 않습니다. 전통적인 액티브 운용사의 경우 시장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개별주식에 대한 펀더멘털 리서치를 통해 싸고 좋은 주식으로 포트폴리오 구성하는데, 이렇게 Bottom-up(상향식) 리서치 중심의 하우스(운용사)는 별도의 시장전망을 내놓지 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운용사의 역할은 시장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좋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죠.

반대로 Top-Down(하향식) 거시경제 분석과 Bottom-up(상향식) 종목 리서치를 모두 중시하는 운용사는 투자전략가(Strategist)나 수석이코노미스트(Chief Economist) 등을 통해 매년 시장 전망을 발표합니다.

셀사이드의 대표격인 증권사와 바이사이드 기관인 운용사의 시장 전망은 같은 듯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주요 이슈를 꼽는 것에는 같은 시각인데, 개별 이슈에 대한 분석은 서로 다른 면이 있기도 합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글로벌 운용사들이 발표한 2020년 시장 전망을 통해 내년도 주요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최대 금융시장이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야경. 사진= 연합뉴스
세계 최대 금융시장이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야경. 사진= 연합뉴스

 

1. US(미국) vs. Non-US(미국이외 지역)

거의 모든 투자기관들이 2020년 미국의 경제성장율을 올해 예상치인 2.3%보다 다소 하락한 2.0%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11년간 역사상 최장기 경제성장을 기록 중인 미국은 비록 올해보다는 낮지만 2020년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죠. 특히 내년 11월 실시되는 대선을 감안하면 현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경기부양정책에 대한 기대도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미국 주식시장은 연준의 시장우호적 통화정책을 바탕으로, 실물 경제에서도 실질임금 상승과 최근 50년 내 최저수준인 3.5% 실업률 등 민간부분의 성과 역시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2020년에도 GDP 상승을 예상하는 대다수 전망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도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이 상승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으로 좁혀서 보면, 2019년의 주가상승 트렌드가 2020년에도 약하지만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과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바이사이드인 모건 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경기성장 사이클의 후반부에 있으며 기업 실적과 제조업 생산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 증가와 최저 실업률, 미연준의 비둘기파적 통화정책과 무역분쟁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역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무역분쟁의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되지 못하거나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뀐다면 소비와 고용만으로 2020년에 주식시장이 계속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즉 미국 경제는 2020년에도 성장하겠지만, 주식시장의 상승은 제한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시장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추고 다른 자산으로 분산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합니다.

야누스-헨더슨(Janus-Henderson) 자산운용도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망합니다. 2019년이 미국주식의 해였다면 2020년에는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유럽 및 무역분쟁의 수혜자로 떠오르는 이머징 아시아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계 운용사인 티 로 프라이스(T. Rowe Price) 역시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이 글로벌(미국 제외)주식의 성과를 앞섰지만 내년부터는 글로벌 (미국이외) 주식이 밸류에이션 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반대로 인베스코(Invesco)는 현재 확장기에 있는 미국 경기사이클이 향후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높은 고용율과 평균임금의 지속적 상승으로 민간 섹터가 더욱 견실해지고 있다는 점과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강세에 따라 민간부문 부채 역시 감소세를 보이면서  소비여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요 요인으로 내세웠습니다. 기업투자의 둔화와 무역 감소에도 불구하고 건실한 민간 섹터의 신뢰지수가 상승하면서 경기확장의 선순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2. 글로벌 경제의 방향은 트럼프에게? – 무역분쟁이 가장 중요한 이슈

무역분쟁은 2020년 시장 전망에서 모든 기관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습니다. 2018년 트럼프대통령이 포문을 연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EU와 일본은 물론 한국 등 주요 개도국까지 전방위로 확산되었으며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무역분쟁의 여파는 미국보다 미국이외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기사(문단 아래 기사URL)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90%가 2018년 보다 2019년에 더 낮은 성장율을 기록하였고, 이러한 성장율은 201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무역분쟁에서 간과된 사실은 무역분쟁이 중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 무역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가는 EU와 일본으로, 글로벌 제조업 체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나라는 지난 2년간 제로(0)에 가까운 성장율을 기록하였습니다. 실제로 IMF도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GDP의 0.8%가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19-10-24/the-u-s-will-likely-avoid-recession-in-2020-here-s-why

Janus-Handerson은 2020년 EU와 이머징마켓에 대한 적극적 분산투자를 제안하면서 그 이유를  무역분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2019년 상반기 동안만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12%나 줄였지만, 반대로 동기간 베트남 수입은 33%, 대만 수입은 20%, 방글라데시 수입은 13%가 증가하였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의 동남아시아에 대한 직접 투자가 2017-18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역분쟁을 통해 미국향 수출의 증가와 중국으로부터의 투자확대 등 직간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는 이머징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기회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습니다.

 

3. 2020년부터 경기침체기에 진입할 것인가?

과연 2020년에는 미국이 최장기 경기확장을 끝내고 경기둔화로 돌아설까요? 골드만삭스는 1990년대 주식버블과 2000년대 주택버블 시기에는 가계와 기업 모두 부채의 증가를 통해 소비 지출을 유지하였으나, 2019-20년의 경우 가계와 기업의 자산건전성이 매우 높고 특히 기업들의 높은 현금보유율과 실질임금 증가에 따른 가계 소비여력 상승 등을 들며 당분간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유럽계 자산운용사인 NN Investment Partners 역시 2020년에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경기하강의 신호로 자주 언급되는 장단기 미국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 비록 지난 8월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역전되었지만, 미 연준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빠르게 지웠고 이후 채권시장은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미 연준이 2018년의 긴축 조치를 철회하면서 2019년 금리를 빠르게 인하한 것도 경기상황에 대한 미 연준의 태도를 확실하게 시장에 보여준 셈이 되었습니다.

2018년과 2019년에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미국과 유사한 통화정책을 전개하였습니다. 2018년 3분기 전세계에서 발표된 31회의 중앙은행 금리결정 중 27회가 금리 인상이었던 것에 비해, 2019년 3분기에는 62회의 중앙은행 금리결정 중 56회가 금리 인하였습니다.

②으로 이어집니다.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최근까지 외국계 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아 해외 투자상품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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