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투자 오딧세이] 마이너스 금리시대...채권은 무엇으로 대체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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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투자 오딧세이] 마이너스 금리시대...채권은 무엇으로 대체될수 있을까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3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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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투자, 이자 대신 비용 지불해야하는 시대로
주식 배당금 노리는 투자, 현금 투자가 대안될 수 있어
국채보다 회사채, 모기지, 이미징국채 투자 고려해볼만

 

서진희 칼럼니스트
서진희 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지금 이 칼럼을 읽고 계신 독자들이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미국 금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더 이상 농담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실 것입니다.

2016년 7월 독일이 유로존 최초로 10년만기 국채(Bunt, 분트)를 -0.05%로 발행했을 때 전세계 전문가들은 그 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따른 일시적 충격으로 여겼습니다.

올해 들어 '안전 자산(Safe Haven)'이라 불리는 선진국 국채들의 상당수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경기가 낫다는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한 국가는 일본과 유럽 (독일,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10여개 국에 이르고 있습니다.

독일의 30년 만기 국채가 지난 8월 21일 입찰에서 평균금리 마이너스 0.11%로 낙찰됐다. 만기 국채를 사는 사람이 만기때 정부로부터 이자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독일의 30년 만기 국채가 지난 8월 21일 입찰에서 평균금리 마이너스 0.11%로 낙찰됐다. 만기 국채를 사는 사람이 만기때 정부로부터 이자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금융자산의) 위험을 낮추려고 투자한 채권에서 이자 수입 대신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까? 안전한 채권에 투자해 정기적 이자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려 한 은퇴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현금보다 채권이 나은 투자처일까?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메인 스트림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 상황을 경험한 투자자도 거의 없고, 위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는 전문가도 거의 없습니다 (아니면 사기꾼일 확률이 높습니다).

본격적으로 해외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전세계 채권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8% 수준이었고 지금까지 1.2%P 이상 하락했습니다.채권가격으로 환산하면 지난 1년간 기존 채권투자자들은 손쉽게 두자리 이상 수익율을 기록했고 일부 주식을 뛰어넘는 투자 수익을 달성했습니다.

반대로 이제 막 채권에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게 현재 금리수준은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미연준의 단기 기준금리가 현재 2.0~2.25%임을 감안할 떄, 10년 국채금리가 아직 2016년 최저점인 1.4%에는 도달하진 못했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금리인하 드라이브를 감안하면 조만간 추가 인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용인한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인하(추가로 마이너스 금리로의 진입)를 결정한다 하더라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채권 투자에 대한 고민들

1. 적정한 수익을 위해서도 리스크를 높여야 한다

아래 표는 주요 선진국들의 10년 국채금리와 주식시장 평균 배당률을 비교한 것입니다.

마이너스인 국채 금리와 비교할 때 주식 배당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배당이 채권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주식과 채권은 태생적으로 서로 다른 리스크를 가진 완전히 다른 자산이니까요.

위험회피성향을 가진 채권투자자라면 마이너스 금리인 국채 대신 회사채, 모기치채권(MBS), 하이일드 또는 이머징국채 등 채권 내에서 대안을 고려할 확률이 높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브라질, 인도네시아국채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데 나중에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하지만 채권의 부도위험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모든 투자등급 채권의 금리가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 금리와 연관성이 높은 인플레이션의 경우 전세계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낮은 수준인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앞으로 채권투자자는 ‘적절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도 기대 수익을 낮추거나 더 많은 리스크를 수용해야 합니다.

2. 주식시장을 대하는 자세

배당은 지금까지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된 투자 포인트입니다. 단순히 '배당= 주식에서 발생하는 총수익 – 주가 변동분'으로 정리하면, 배당투자는 매우 매력적인 현금 흐름(cash flow)를 제공하는 인컴 투자가 됩니다.

S&P 500지수의 주가 인덱스와 배당금은 똑같이 우상향했지만, 변동성에서는 배당금이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S&P 500지수의 주가 인덱스와 배당금은 똑같이 우상향했지만, 변동성에서는 배당금이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위의 차트는 1926년부터 S&P 500지수를 주가(Price Index)와 배당금(Dividends)으로 나눠 본 것입니다. 주가와 배당금의 성장성과 변동성 모두 양(+)의 방향으로 우상향하고 있지만, 변동성은 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특히 주식시장 하락기에 배당률 하락이 주가 하락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주가는 발행 기업의 펀더멘털 대비 투자자 심리와 경기사이클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더 큰 등락을 보입니다.

지난 2007~2009년 미국 금융위기에도 주가는 50% 이상 하락한 반면, 배당은 약 25% 정도 하락했습니다.

배당은 인플레이션과 비교해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합니다. 지난 50년간 S&P 500지수의 배당금 증가율은 5%로,  2.5% 상승한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습니다.

3. 채권은 더 이상 수익성 자산이 아니다.

지난 칼럼에서 Safe Haven(안전자산)에 대해 언급했지만,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수익자산으로서 주식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채권이나 현금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채권투자자에게 쿠폰 금리(이자수입)와 시장 금리(금리하락 시 매매를 통한 자본이익)가 모두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최초 투자시점의 시장금리가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주식과 채권에 모두 투자한 경우 채권은 주식 하락장에서 충격을 흡수하고 이자수익을 통해 대체 수입원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채권은 주식시장 조정 시 대기자금(드라이 파우더, dry powder – 사모펀드에서 사전에 투자하기로 약정된 금액이나 아직 집행되지 않은 미투자자금) 역할이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인플레이션 또한 낮은 수준으로 일정하다면 채권과 현금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4. 더 이상 쉬운 투자는 없다

UBS, 크레딧스위스 등 유럽 대형은행조차도 개인고객의 예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0.5~0.7%의 수수료를 고객으로부터 징수하고 있습니다. 이제 예금은 더 이상 고정 이자를 받는 금융상품이 아니라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모습입니다.
 
과거와 같은 채권투자 수익율을 기대한다면 더 높은 리스크를 가진 채권을 보유하거나 투자하거나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형태의 위험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전과 같은 방식을 유지하겠다면 기대수익율 또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험-수익률 관계(risk-return trade-off)'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앞으로는 위험을 낮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던 투자-위험-수익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투자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부터는 해외투자의 시작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현재 외국계 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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