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희 칼럼] 사모님 펀드라고요?....사모펀드, 잘 알고 투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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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칼럼] 사모님 펀드라고요?....사모펀드, 잘 알고 투자하세요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14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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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적으로 투자자 모집...그중 PEF는 비공개시장 투자
국내 사모펀드, 수탁고 적다보니 투자도 1~2개 기업 집중...위험 높아
투자 대형화 · 글로벌화 유도해야...손정의회장 '비전 펀드' 사례 꿈꿔야
서진희 금융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사모(私募)펀드는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사적(私的)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결성한 펀드를 말합니다. 이는 공모(公募)펀드에 반대되는 개념인데, 여러분이 은행 또는 증권사를 통해 가입하는 일반적인 펀드는 대부분 공모펀드입니다.

펀드모집과정에 따라 공모펀드- 사모펀드 나뉘어

판매회사의 투자 권유와 투자자의 의사 결정 및 투자금 일시 납입 등 펀드의 모집과정이 감독기관에서 정한 법규와 절차(이는 공적(公的) 절차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공모펀드 입니다.

반대로 사모펀드는 사모(私募)라는 말 그대로 투자권유, 투자의사 결정, 투자금 납입 방식 등 펀딩 과정이 사적(私的) 계약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물론 사모펀드 역시 감독기관에 사후 보고 등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확인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운용사와 투자자 간의 자금납입, 투자와 운용에 대한 약정 등 주요 사항은 펀드의 직접 당사자 이외의 외부인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펀딩의 대상과 방법에 따라 공모-사모펀드로 나누고 있고, 영어로도 비슷하게 Public-Placement(공모) Fund, Private-Placement(사모) Fund로 부릅니다. 예외들이 있긴 하지만, 가장 간단하게 구조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를 위에서 찾아보면 사모펀드 중에서도 공개시장이 아닌 비공개(사모)시장에 투자하는 경우입니다.

비공개시장, 그 중에서도 기업이 상장 전 발행한 주식 또는 메자닌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Private Equity Fund(PEF)라고 부릅니다. 앞서 말했지만 사모펀드 자체는 글자 그대로 투자자 모집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혹은 소수 전문 투자자들로만 구성된 펀드이므로 모든 사모펀드가 PEF는 아닙니다.

일례로 얼마 전 큰 이슈가 되었던 독일금리 연동 DLF(Derivatives-Linked Fund, 파생연계펀드)는 최대 49인이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였지만 시장에 고시되는 금리에 연동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였습니다.

사모펀드 2008년 금융위기후 전세계적 '각광'

사모펀드는 아이러니하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헷지펀드가 같은 기간동안 정체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적입니다.

금융위기 당시 Public Markets의 주식, 채권, F/X 등 거의 모든 자산의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면서 전통적인 분산투자전략이 무의미하게 되었고, 이를 지켜본 기관투자자들은 Public Markets 일변도에서 벗어나 부동산, 대체자산 등을 포함한 Private Markets 투자를 급속히 확대한 덕분에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PEF 수탁고는 지난 15년간 7배 증가한 것에 비해, 전통적인 주식펀드는 같은 기간 3배 증가에 그쳤습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PEF 수익률이 S&P 500지수로 대표되는 Public Equity Markets을 뛰어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5년부터 사모시장에 '개인 전문투자자' 시대 열려

초창기 대형 연기금, 보험사,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성장한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이후부터 전세계적으로 HNW(High Net Worth)라고 부르는 개인 전문투자자들의 적극적 시장 진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2015년부터 사모펀드 전문운용사의 설립을 허용하고 개인투자자도 사모펀드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전문투자자제도 개선 등을 통해 2019년 6월말 현재 2백여 곳의 전문사모운용사가 설립되었고, Pre-IPO, 메자닌, 대체투자 등 다양한 전략의 전문투자형 및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합쳐 약 75조원의 전문사모펀드가 운용 중입니다.

개인 전문투자자의 사모펀드 시장 진입은 개인에게 새로운 투자기회의 제공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초기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가 있었습니다.

다만 새로운 시장에서 기관과 개인투자자 간의 균형이 필요한데, 과거 벤처버블과 비슷하게 현재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관에 비해 자금 여력이 적은 개인전문투자자들의 PEF 시장 진입으로 펀드 규모와 개별 딜 사이즈가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75조원인 국내 PEF 시장 규모는 글로벌 PEF 시장이 2018년말 기준 $3.3trillion (33조 달러)와 비교하면 1%도 되지 않습니다.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몰이해가 자칫 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수익실현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가 전액 감수해야 하는 펀드이기도 하다.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몰이해가 자칫 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수익실현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가 전액 감수해야 하는 펀드이기도 하다.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

PEF 사모펀드, 높은 위험 감수...수익 무산 가능성도

기관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와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는 무엇이 다를까요? 또 해외 사모펀드 투자와 국내 사모펀드 투자는 어떻게 다를까요?

국내 사모펀드와 관련된 제도 및 규정은 미국, 유럽과 유사하기 때문에 시장구조는 큰 틀에서 별 차이가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창업 후 자금조달은 엔젤투자자–벤처캐피털의 초기 투자를 거쳐 사업구조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성장기에 들어서면 그 때부터 PEF 투자가 시작됩니다(아래 표 참조). 경우에 따라 PEF가 주식 상장까지 주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Pre-IPO 단계에서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실현하고 Exit 합니다. 즉 PEF 투자자는 Public Markets 참여자에 앞서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낮은 가격으로 회사의 지분/경영권을 취득하고 사업구조를 발전시켜 IPO 이전에 수익을 거두는 셈입니다.

PEF를 사모펀드로 구성하는 이유는 투자에서 Exit(수익실현)까지 걸리는 기간이 명확하지 않고, 투자대상의 사업구조, 기술개발, 경쟁상황 등에 따라 수익실현 기회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관투자자와 전문성과 투자경험을 충분히 가진 개인 전문투자자에게만 사모펀드 방식으로 PEF 투자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PEF 펀딩규모 해외 12% 불과...1~2개 기업 집중투자 '위험'

2017년 기준 해외 PEF의 평균 펀딩 규모는 5억달러(한화 6000억원 수준)인데 반해, 한국 PEF의 2017년 평균 수탁고는 733억원으로 해외 평균 대비 12% 수준입니다. 과거 한국 공모펀드 시장의 문제점이 글로벌 시장 대비 펀드 수가 지나치게 많고 펀드 당 수탁고가 작아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기억한다면, 국내 PEF 시장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대부분 블라인드(Blind, 펀드의 투자대상을 사전에 확정하지 않음. 여러 개의 기업에 동시에 투자)로 운용되는 해외 PEF에 비해 국내는 아직까지 매칭형(Matching, 펀드 내 투자대상을 사전에 확정. 1-2개 소수 기업에 투자)도 대부분입니다.

또한 PEF를 모험자본의 투자풀(pool)로 보는 외국 투자자들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PEF를 절대수익 투자기회로 여기는 것 같아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글로벌 사례를 보면 소프트뱅크 손정의회장이 주도한 비전펀드(Vision Fund)는 자율주행, AI, 반도체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도 투자 기업들 간의 수직-수평적 연결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는 투자전략을 통해 투자기업들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글로벌 PEF 시장에서는 수탁고 1조원 이상의 메가펀드 비중이 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펀드당 평균적으로 10-20여 기업에 투자합니다. 한국 시장은 개인 전문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소규모펀드-소액투자-고위험/고수익 추구'라는 패턴이 형성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입니다.

시장 외부의 간섭 보다 참여자들의 책임감 준법정신 강화되어야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 해외에서는 주요 투자대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글로벌 사모시장의 특징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PEF의 투자자와 투자대상을 더욱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PEF에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기업 또는 PEF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가 확대될수록 사모펀드, PEF 시장의 글로벌화가 좀 더 빠르게 진행되어야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일련의 사태로 우려가 높아지는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 대해 사모펀드 본연의 특성을 해치는 시장 외부의 간섭보다는, 운용사, 투자자, 투자대상 기업 및 감독기관 등 시장 참여자들의 책임감과 투자 전문성, 준법정신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현재 외국계 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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